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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뉴스창] 박원순, 안희정에 무죄 선고 판사 비판... 왜?
[신수용의 뉴스창] 박원순, 안희정에 무죄 선고 판사 비판... 왜?
  • [충청헤럴드=신수용 대기자]
  • 승인 2018.08.1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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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55)의 1심무죄 선고 후 파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도 재판부 비판 대열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 14일 비서에 대한 성폭력 1심 재판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무죄 판결 직후 침묵했던 입장을 바꿔 "판사가 비판받을 대목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 머물고 있는 박 시장은 17일 오후 오마이뉴스TV를 통해 안 전 지사의 무죄에 대해 "이런 사건(성범죄)을 판단할 때는 감수성이 굉장히 중요하고, 피해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그는 "사안 전체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 느낌을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시장은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판결 내용을 정확히 잘 모른다"라면서 직답을 피했다.
안 전지사의 무죄가 선고되자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은 일제히 판사를 비판했으나, 지도부 경선이 진행 중인 여당(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금태섭·정춘숙·권미혁 의원 정도만이 페이스북을 통해 판결에 유감을 표시했다.

오마이뉴스에 의하면 박 시장은 자신이 변호사 시절 맡았던 서울대 화학과 신정휴 교수 사건의 기억을 떠올렸다.
신 교수의 조교였던 우 모 조교는 1992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신 교수로부터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과 성적 요구를 강요당했다면서 신 교수와 서울대 총장, 국가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신문 기사로 우 씨의 사연을 접하고 무료 변론을 자청한 사람이 '변호사 박원순'이었다.
지난 1993년 11월 23일 시작된 재판은 대법원 파기환송을 포함해 6년간 네 차례의 선고를 거친 후에야 결론이 났다.

항소심 판사는 신 교수가 우 조교에게 '둘 만의 입방식'을 제의하는 등 대여섯 차례에 걸쳐 성적 괴롭힘을 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신 교수의 행위가 '무의식적이거나 경미한 실수'였다고 판시했다.

"신 교수 사건에서 1심은 이겼는데 항소심은 졌다. 우리를 지게 만든 고등법원 판사가 '수인한도(타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때 참을 수 있는 정도)'를 언급하더라. '여성이 참아야 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문화'라는 논리를 세운 거다."

박 시장은 1995년 8월 17일 대법원에 낸 상고장에서 다음과 같이 항소심 판결을 반박했다.

지난 14일 여비서 김지은씨 성폭행혐의등으로 불구속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서울서부지법이 무죄를 선고한 뒤 이를 항의하는 집회[사진출처=서울1TV 켑쳐]
지난 14일 여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서울서부지법이 무죄를 선고한 뒤 이를 항의하는 집회[사진출처=서울1TV 켑쳐]

"어떤 소년이 연못을 지나다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았다고 치자. 아이에겐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문제 아니냐?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성적 모독감을 느꼈다면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는 게 요즘의 보편적 이론이다."

1998년 2월 10일 최종영 대법관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박 시장의 손을 들어주자 신 교수는 같은 해 4월 14일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한 책 '나는 성희롱 교수인가' 출간 기자회견을 하며 대법원 판결에 저항했다.

같은 해 6월 25일 서울고법 홍일표 판사(현 자유한국당 의원)가 '신 교수는 우 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배상 판결을 내리며 긴 법정 공방은 막을 내렸다.

'한국 최초의 성희롱 재판'에서 피해자를 변론했던 박 시장으로서는 안희정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해가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에 의하면 박 시장은 "안희정 사건의 경우에도 '업무상 위력'의 객관적인 기준이 분명히 있지만, 주관적 상황에 따라서는 (판사가) 얼마든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판사가) 비판받을 대목이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판결이 사법부의 젠더 감수성이 여전히 뒤떨어져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래서 대법원의 구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시작했다.

그러면서 "미국 유학 시절에 보니 대법관 한 명 임명하는 미 의회 청문회가 전쟁을 방불케 하더라"라며 "어떤 성향의 법관이 대법관으로 임용되느냐, 판사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서 낙태 같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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