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 의한 성희롱 피해 및 무대응 만연 '심각'

최근 안희정 전 지사와 김지은 비서의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대전 직장 내 권력형 성범죄의 심각성이 주목받고 있다.
대전시가 세종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대전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나타난 성희롱 후 대처 모습이 경직된 조직문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세종리서치는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6일까지 대전시·구 소속 직장 1만24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한 문항에라도 답한 응답자 7316명 중 336명의 여성을 포함해 373명이 직접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20명 중 1명(5.09%)꼴이다.
사례를 보면 ▲음담패설(25.9%)이 가장 많았고, ▲회식장소에서의 강요 행위(17.5%) ▲외모나 행동의 성적 비유나 평가(16.2%) ▲포옹 등 신체적 접촉행위(13.5%)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최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뿌리 뽑으려 직접 현장에 발벗고 나선 이른바 '몰카' 피해도 4건이나 있었다.
특히, 성희롱 피해 사후대처 답변은 여전히 경직돼 있는 직장 내 조직문화의 민낯을 드러냈다. 직접적으로 대응한 경우가 현저히 적었다.
피해가 일어난 후 '전담 기관에 신고', '112에 신고' 했다는 응답은 각각 0.4%로 가장 낮았다. '직접적으로 행위 중지를 요구한다'고 답한 경우도 8.9%에 그쳤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참고 아무 대응하지 않음'(29.5%)이라 답했고, '슬쩍 자리를 피한다'(25.4%)는 경우가 두 번째로 많았다.
'참고 아무 대응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상대와의 관계를 생각해서(25.6%)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23.5%) △당시 분위기를 어색하게 할까봐(22.8%)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거 같아서(18.7%) 등을 이유를 꼽았다.
앞의 이유들은 '상사의 위력'이란 분모를 공통으로 갖는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김지은 비서와의 재판과정에서 핵심 관건으로 조명을 받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도 떠오르게 한다.

10년 동안 성교육을 하고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마주해 온 최미희 참인성교육센터장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애석함을 감추지 못 했다.
최미희 센터장은 "직장 내 성추행과 성폭력 자체도 문제지만, 이에 대처하는 과정이나 방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사내 신고창구를 개설·확대해 개인의 신변을 보호해줌으로써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희롱에 거부의사를 밝히는 피해자들이 가진 한계점도 짚었다. 남성과 여성이 성희롱 발생시 보내는 거부신호가 다르다는 것.
최 센터장은 "여성 피해자들의 경우, 관계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성보다 크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성희롱이 발생할 때 대응이 고작 몸 웅크리거나 자리를 빠져나가는 수준이 대부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직장 내 성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남성과 여성과 생물학적 기전 자체가 달라, 성욕을 느끼는 정도도 다를 수 밖에 없는 사실 등 각각 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가정에서 행복한 성생활이 유지될 때 직장에서도 성 관련 피해가 멈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대전시는 성인지 정책을 전담하는 직위를 설치하고 인력과 예산을 지원할 방침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