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떠밀려온 1만5천㎥ 대청호 쓰레기를 닷새에 걸쳐 수거해 모아놨으나, 누군가 이를 묶은 밧줄을 끊어 허사가 됐다.
4일 <충청헤럴드>가 주민의 제보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 대청호 수면위에 쓰레기가 뒤덮혔다.
![대청호가 지난달 1주일간 내린 집중폭우로 쓰레기 밭이 된 모습[사진=연합뉴스TV켑처]](/news/photo/201809/6528_9056_2424.jpg)
지난달 말부터 4일 아침까지 1주일여에 걸친 집중폭우로 대청호변 인근 산과 마을에서 쓸려온 각종 쓰레기가 강을 뒤덮었으나, 한국수자원공사와 대전시 동구, 대덕구와 충북 옥천군 등이 나서 닷새 동안 모아놨다.
나뭇가지와 볏단, 나무삭정이와 풀, 플라스틱 통과 깡통음료통, 스티로플 박스 등이 수면을 뒤덮은 상태.
나뭇가지와 풀 등이 대다수로 보였지만 수면아래에는 생활 쓰레기와 장롱이나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도 있다고 한다.
![대청호 수면위의 쓰레기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9/6528_9057_2525.jpg)
기자가 도착해보니 그간 모아 묶어둔 밧줄을 누군가 끊는 바람에 그간 모아둔 이 수면위 쓰레기가 다시 흩어져있었다.
이 바람에 쓰레기가 다시 호수 안쪽으로 퍼지면서 지난 닷새간 수거 인부 20여명의 노력이 헛수고가 됐고, 소요된 비용도 허비된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지사(이하 수공)와 주민들은 "4일 아침 마을 앞의 선착장 부근에서 쓰레기를 가둬놓은 밧줄을 누군가 끊어, 닷새에 걸쳐 모아뒀던 쓰레기가 다시 호수위로 모두 흩어졌다"며 혀를 찼다.
마을주민 A(62)씨는 "충청인의 젖줄인 대청호가 폭염때 녹조라테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다, 집중폭우로 쓰레기 수십톤이 밀려와 민.관이 협력해 이를 치우는 중"이라며 "누가 닷새에 걸쳐 모아둔 밧줄을 끊는 바람에 다시 수고를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수십톤의 대청호변 쓰레기를 치우는데만 무려 3주가량 소요되는 데다 비용도 10억 원이 든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대전, 세종시민의 식수인 이 대청호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악취와 각종 오염으로 번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쓰레기 수거중인 B(68)씨는 취재진에게 “오전 7시쯤 호수에 나와보니 선착장 주변에 모아둔 쓰레기가 흩어져 수면을 가득 뒤덮었고, 쓰레기 더미를 묶었던 밧줄도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대청호 수면위의 쓰레기밭[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9/6528_9058_2636.jpg)
수공 관계자도 "대청호에는 지난달 26∼30일 집중폭우가 내리면서 1만5천㎥의 쓰레기가 떠밀려 들어왔다"면서 "수공에서는 이 쓰레기가 댐 본류로 흘러가지 않도록 호수에 길다란 펜스를 설치해놨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30일부터는 수거업체 인부를 투입해 이곳에 둥둥 떠다니던 쓰레기를 그물망으로 포위한 뒤 밧줄로 묶어 호숫가로 끌어내는 작업을 서두르는 중이었다.
왜냐면 물기를 잔뜩 머금은 쓰레기는 오래 방치할 경우 썩거나 물속으로 가라앉아 수질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대청호 수면위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강 주변마을 주민[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9/6528_9060_2920.jpg)
그는 밧줄 절단에 대해 "호숫가로 끌어낸 쓰레기가 썩을 것을 우려해 어제부터 포크레인을 동원해 선착장에 퍼 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인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단된 밧줄 중에는 두께 1.6∼1.8㎝에 이르는 굵은 줄로 여러 개”라며 “예리한 칼이나 낫으로도 끊기 어려운데, 군데군데를 잘라놨다”고 고의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닷새에 걸쳐 쓰레기를 가둬둔 밧줄이 끊기는 바람에 쓰레기 수거는 4∼5일가량 지연되게 됐다.
가뜩이나 녹조 때문에 시름하던 대청호 수질이 쓰레기 수거지연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한국 수자원공사는 쓰레기가 더 넓은 수역으로 퍼지지 않게 하면서 선착장으로 퍼 올리고 작업을 서두를 것과 오염원인 쓰레기중인 썩거나 가라앉기 전에 최대한 서둘러 물에서 건져 내겠다고 밝혔다.
수공과 수거업체는 밧줄을 훼손한 사람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