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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박사의 의창약창] 정신 건강의 복병 ‘우울증’ 바로 알기 (하)
[정진규박사의 의창약창] 정신 건강의 복병 ‘우울증’ 바로 알기 (하)
  • [충청헤럴드=정진규 의학전문기자(충남대병원 종합건강증진센터장. 교수)]
  • 승인 2018.09.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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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헤럴드=정진규 의학전문기자(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장. 교수)]
[충청헤럴드=정진규 의학전문기자(충남대병원 종합건강증진센터장. 교수)]

어려운 일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위기관리 능력은 일차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가치관이 중요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여행을 한다든지, 그림을 그린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음악을 듣는 등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이 역시 힘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이 된다. 또한 평소 빈번한 가족의 의사소통을 통해 건강한 가족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삶의 친구가 많으면 이 또한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번 시간도 우울증 전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울증 왜 생기는 것인가?

우울증은 왜 생길까? 우울증은 집안의 유전적인 경향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병이다. 학술적으로는 뇌 속의 신경 세포들 사이에서 움직이면서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 물질 체계에 이상 상태가 발생하여 우울증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한 마음의 원인이 뇌 속의 화학 물질이 모자라서 그렇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 외에도 환경적인 요인과 충격적인 생활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울증이 발생한다. 과도한 음주 또는 약물 남용도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로는 특별한 이유가 없이 우울증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 누구에게 잘 생기는가?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다. 아이의 출산, 자녀의 입학, 졸업, 취직, 결혼, 퇴직, 입원, 수술, 이별, 별거, 이혼, 죽음 등 좋은 일이든 그렇지 못한 일이든 늘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난다. 어떠한 일이든지 힘든 일이 발생했을 때 적응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개인이 가진 역량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살하기 전에 주변의 누구에겐가 도움을 요청한다고 한다. 힘든 일에 닥쳤을 때 주변의 도움과 지지가 없을 때 우울증에 빠지고 자살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우울증 극복, 가족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

가족은 개인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준다. 한 사람이 아플 때 그 가족은 환자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환자를 병원에 데려갈 뿐 아니라, 의학적인 정보를 얻어서 환자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의 도움은 아픔을 함께 하며 정서적으로 위로해주는 가족의 사랑이다. 질병 뿐 아니라 힘든 일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가족이 가족 구성원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족 기능이라고 한다.

평소의 건강한 가족 기능은 특히 가족 구성원이 심각하고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 구성원이 힘든 일을 당했을 때 가족의 따뜻한 도움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집안의 가장으로 있는 중년 남성이 갑자기 실직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본인은 물론이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큰 충격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발생한다. 부부 관계에서도 힘의 균형이 깨진다. 본인은 삶에 흥미를 잃고 밥맛도 없고, 잠도 안 오고, 매사가 다 귀찮게 느껴지다가 결국엔 심각한 우울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평소 가족 기능이 건강한 가족이라면 아내는 남편을 위로해주고 아이들은 아버지께 편지를 써서 용기를 북돋아 줄 수도 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을 도와 다른 일거리를 찾아 볼 수 있으며, 아이들은 용돈을 아끼면서 집안 경제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아버지가 담당했던 역할을 서로 분담하면서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 이렇게 가족의 단합된 노력을 통해 다시 가족의 평형을 유지하게 된다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더 큰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더욱 건강한 가족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반대로 평소 가족 기능이 건강하지 못한 가족은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문제의 원인에 대해 구성원끼리 서로의 탓을 하며 싸우기도 하고 위기를 극복하기보다 합리화시킨다. 또한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이 잠재되어 있다가 설명하기 어려운 두통이나 요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가출, 이혼,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여 가정이 해체되기까지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한 의학적 치료는 뇌 속의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을 증가시켜주는 약제들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약들을 항우울제라고 한다. 또한 부부 치료, 가족 치료, 대인 관계 치료, 정신 분석적 치료, 인지 행동 치료와 같은 비약물 치료도 도움이 된다. 우울증은 재발률이 높고, 자살에 대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주변의 충분한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우울증의 회복은 여러 가지 증상 중에서 수면 장애, 식욕 저하 증상이 가장 먼저 호전이 된다. 그 후 활력이 개선되고 주요 우울 증상이 호전되면서 회복한다. 자살은 우울증의 치료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생기가 도는 초기 회복 시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 회복 과정에서 초기의 수면과 활력이 개선되는 시기에 특히 자살 위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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