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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칼럼] 나마스떼의 여행과 사진-아프리카
[포토칼럼] 나마스떼의 여행과 사진-아프리카
  • [충청헤럴드=이필구 기자]
  • 승인 2018.02.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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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11 야생의 아프리카

2017년 12월 남아공을 비롯한 다섯 나라를 약 2주간 여행하게 되었다. 12월 2일 15:05 인천공항을 출발, 홍콩과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환승하여 3일 12:30 짐바브웨의 빅토리아폭포 공항에 도착한다. 환승 대기 시간을 제외하고 비행 시간만 약 19시간, 예전 남미 여행에 버금가는 긴 비행이었다. 본격적인 관광 일정이 시작된 12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동안은 짐바브웨, 잠비아, 보츠와나, 남아공을 오가며 빅토리아 폭포를 관광하고, 초베 국립공원 보트 사파리, 크루거 국립공원 사파리(3차)를 통해 아프리카의 야생 세계를 엿보는 일정이었다.

초베 국립공원- 악어
초베 국립공원- 악어

4일 아침 보츠와나 국경을 통과해 초베 국립공원의 보트 사파리에 나선다. 1967년 보츠와나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지역에는 바사르와족, 흔히 부시맨으로 알려진 San족 원주민들이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특히 12만 마리에 이른다는 코끼리 떼가 장관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대머리독수리 떼와 악어 등 청소 동물들이 코끼리의 사체를 뜯어 먹고 있는 광경이 가장 큰 인상을 남겼는데, 아프리카 야생 세계의 비밀과 생명의 순환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밖에 하마와 버팔로, 몇 종류의 새를 보았다. 보츠와나는 인구 약 200만 명으로 1885년 영국 보호령이 되었다가 1966년 영연방의 일원으로 독립되었다. 매장량 세계 3위인 다이아몬드와 적니켈 등 광물자원의 개발을 통해 경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초베 국립공원- 하마
초베 국립공원- 하마

4일 오후와 5일 오전에는 각각 짐바브웨와 잠비아 편의 빅토리아 폭포를 관광하였다. 예상 외로 수량이 적어서 세계 3대 폭포의 위용을 실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전망대 앞에 방해물이 많아 제대로 조망하기도 어려워 아쉬움이 크다. 리빙스턴이 폭포를 처음 발견하고 당시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 명명했는데, 원주민들은 ‘모시 오아 툰야’(천둥을 동반한 연기)라고 부른다. 짐바브웨(큰 돌집이라는 뜻)는 1888년부터 영국 지배를 받다가 1980년 독립하였다. 얼마 전 30여 년의 독재자 무가베가 축출되는 쿠테타가 있었는데, 이곳은 수도와는 많이 떨어진 변방인 데다 쿠테타가 유혈 충돌 없이 마무리되어 여행 일정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관광지에서는 짐바브웨의 1조 달러니, 몇 천억 달러니 하는 상상하기도 힘든 액수의 지폐를 단돈 몇 달러에 팔겠다고 하는 호객꾼들을 더러 볼 수 있다. 오랜 실정으로 수천 %의 인플레가 발생, 경제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자국의 화폐는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US 달러나 남아공의 란드를 사용하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재미로 살 수 있으나, 1조 달러의 고액권으로도 아무 것도 살 수 없다.

크루거 국립공원- 검정코뿔소
크루거 국립공원- 검정코뿔소

5일 오후에 리빙스턴 공항에서 요하네스버그로, 다시 국내선 환승하여 크루거 국립공원이 있는 크루거 넬스푸르트 공항에 도착한다. 롯지에 체크인한 뒤 국립공원 입구에서 2대의 사파리 전용차량에 나누어 타고 오후 사파리 관광에 나섰고, 6일 이른 아침과 오후까지 총 3차의 사파리 투어를 마친다. 그런데 날씨가 내내 도와주지 않는다. 잔뜩 흐린 데다 간간이 비가 내려 많이 불편했다. 그런 중에도 흔히 빅 파이브라고 하는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를 비롯하여 임팔라, 쿠두, 자칼, 와일드 독, 얼룩말 등 꽤 많은 동물들을 만났다. TV 동물왕국 같은 다큐 프로를 통해 본 것과 같은 감동적인 장면은 못 되었지만, 동물원에 갇힌 상태가 아니고 야생 그대로의 동물들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므로 한 번쯤은 해볼만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초식동물들은 꽤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육식동물들은 은밀히 행동하는 특성 때문에 만나기가 쉽지 않다. 3차 사파리 막판에 도로를 건너는 두 마리의 표범을 잠깐 보고, 사자의 경우도 어미들은 사냥을 나갔는지 보이지 않고 배고프고 지쳤는지 눈을 감고 누워있는 새끼 한 마리를 보았을 뿐이다. 어쨌든 새끼라도 사자는 사자이니 우리는 빅 파이브를 모두 보았다고 자위해 본다.  

크루거 국립공원- 새끼사자
크루거 국립공원- 새끼사자

이번 동물 사파리 관광을 계기로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연 환경의 실태와 문제점은 어떤 것인지, 우리의 이런 생태 관광이 현지인들에게 과연 얼마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선진국들은 아프리카나 남미 등 저개발 국가들을 향해 개발 행위를 제한하여 지구의 환경을 보전하고, 야생 동식물을 멸종으로부터 보호하자며 간섭과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그 당위성을 결코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현실성 있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기후 변화 등의 문제에서 오늘날 부유한 선진국들의 책임이 더 크지만, 그 피해와 고통은 가난한 나라들이 더 크게 겪는 불평등한 상황이 계속된다. 인간이 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이용하고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과 인간의 삶을 위한 개발 사이에는 끊임없는 충돌이 불가피하며,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추구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이다. 동물 사파리 등의 환경, 생태 관광에 있어서도 그것이 현지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크루거 국립공원- 코끼리
크루거 국립공원- 코끼리

오늘날 세계인이 처한 환경 문제에 대한 상반된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사례 두 가지를 들어 본다. 
먼저 희망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사례로, 며칠 전 경향신문에 실린 ‘2017 세계, 기억해야 할 올해의 사람들’이란 기사이다. 독일의 한 고등법원이 지난달 30일 페루 농민 사울 루치아노 릴루야가 독일 에너지 기업 RWE가 내뿜은 온실 가스로 인해 안데스의 빙하가 녹아 고향 마을이 침수될 위기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근거가 충분하다며 증거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기후 정의에 있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판결이다.
다음은 가장 책임이 크다고 생각되는 강대국이 그 책임을 회피한 부정적 사례이다. 에너지와 자원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탄소 발생도 당연히 가장 많은 나라들이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에도 마땅히 가장 앞장서야만 한다. 그러나 올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해 버렸다. 

크루거 국립공원- 얼룩말
크루거 국립공원- 얼룩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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