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임기 1년 앞두고 공론화 부족한 계획 발표 마찰
![지난달 대전시가 보문산에 50층 목조 전망대 조성 계획을 발표 하면서 지역내 환경ㆍ시민단체들이 환경훼손과 공론화가 부족한 일방적인 추진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충청헤럴드 박정하 기자]](/news/photo/202106/22321_26537_559.jpg)
[충청헤럴드 박정하 기자] "보문산을 다시 활성화 하면 낙후된 원도심을 되살리는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다."
"50층 목조 전망대가 왜 필요한가, 전망대가 아니라 공무원들 공적탑 만들기 같다."
2006년부터 정비와 개발 논리로 사업 목표를 세우고, 각종 반발로 백지화를 거듭해온 보문산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달 50층 목조 전망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대전의 대표적 명소인 보문산을 정비하고 개발 하겠다는 움직임은 시장이 교체될 때마다 나왔다.
2006년 민선4기 '보문산 뉴 그린파크 프로젝트', 2010년 민선5기 '보문산 종합관광개발', 2014년 민선6기 '제6차 대전권관광개발계획' 등 수차례 개발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환경ㆍ시민단체 반발과 경제성 부족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 대전시가 민선 7기 임기 1년을 남기고 뜬금없이 또 보문산 개발 카드를 꺼내들었고, 대전시의회는 이와 관련된 조례를 통과 시켜 우회 지원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이를 보는 시각들이 곱지만은 않다.
허 시장이 목조 전망대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 환경ㆍ시민단체 등은 환경훼손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전시와 시의회가 일방행정으로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며 철회를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대전 시민들의 추억과 감성이 살아 있는 보문산을 개발 하겠다며 계획 발표만 서두르는 모양새 같다"며 "민심을 얻으려고 거창한 개발 계획을 만들어 놓고 곳곳에서 반발하면 철회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성과중심의 시 행정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5월 '국내 최초 50m 높이의 고층 목조 전망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연면적 1140㎡ 높이 50m의 목조+철근 타워를 세우고 전망대와 전망카페, 스카이 워크 등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노후된 현 보운대를 친환경 목조 전망대로 개축해 대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경제적ㆍ기술적 분석 및 재원조달 방법 등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내에 디자인과 위락ㆍ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건축현상 설계 공모를 거쳐 내년 3월 착공, 2024년 6월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보문산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구조부를 친환경 국산 목재를 사용해 국내 최초의 고층 목조 건축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시의 이런 청사진 발표에 환경ㆍ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 하고 나섰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최근 "산림훼손과 보문산 자체의 경관과의 조화를 위해 최소한의 개ㆍ보수만을 약속한 것과는 정반대의 개발 계획"이라며 "대전시가 구성하고 운영한 '보문산 활성화 민관공동위원회'의 협의를 무시한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충남생명의숲,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등 환경ㆍ시민단체들은 "민관공동위원회는 현재 있는 전망대를 개ㆍ보수하는 수준의 저층 전망대 조성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핵심은 시민들의 이용성을 높이는데 있는 것이지 아파트 20층에 달하는 높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층 목조 전망대 조성 계획을 중단하고 민관공동위원회에서 합의했던 취지에 적합한 전망대가 되도록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한다"라며 "관광 활성화 명분으로 보문산 고유의 가치를 훼손하는 개발 사업을 철회하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대전시는 2019년 보문산 권역 관광 활성화 계획 추진을 위해 민관공동위원회를 꾸리고 11차례의 회의와 2번의 현장방문, 워크숍 등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했다고 전했다.
시는 "약 2년간의 의견수렴 절차를 토대로 발표된 것으로, 이미 재원조달 방법 등이 포함된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올해 안으로 디자인과 각종 시설물 설치를 위한 건축현상 설계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ㆍ시민단체들은 목조 전망대는 시민들의 이용과 필요에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닌 오직 건축물을 높고 번듯하게 세울 것에만 혈안이 된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전시는 전망대 조성과 관련 자체 TF를 구성하고 관련 계획을 진행하면서 기존 보문산 활성화 민관공동위원회와 공유조차 하지 않았다"며 "목조 전망대와 관련한 과정과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시 측에선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협치의 가치를 무시하고 과정조차 불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전시의회가 대전시에서 제출한 '2021년도 제1차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 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시의 일방적인 행정에 시의회가 제동을 걸지는 못할망정 같은 배에 올라탔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해당 안건에 대한 동의안 통과로 시민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 시의회마저 행정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며 "이제 대전시의회도 보문산 민관공동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한 대전시의 일방적인 행정 권력 남용에 한편이 되었다. 이는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마땅한 시의회의 역할에 대한 명백한 방기 행위"라고 강력 질타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지난 3일 해명자료를 통해 목조전망대는 보운대 철거 후 기존 부지에 지어지는 만큼, 산림 훼손은 없을 것이며 민관공동위원회의 합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시는 "목조전망대의 주요 용도는 전망대, 전망카페, 스카이워크로 시민 편의성과 디자인 등을 감안해 대전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건축현상설계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목조전망대가 조성된다면 현대 목조건축의 선진 사례지로서 그 자체로 탄소중립의 가치를 잘 드러내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문산 활성화 민관공동위원회는 작년 5월 시민토론회를 끝으로 해산한 위원회"라며 "전망대 TF는 타당성 검토와 기본구상 용역을 시행하면서 필요한 행정절차 조율, 전망대의 주요용도나 규모 결정 등 기본구상을 위해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역결과보고서 등 관련 자료는 향후 건축현상설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자료로 현재 관련규정에서 정한 비공개대상정보로 공개가 어렵다"면서 "현상설계 및 실시설계 등 행정절차 이행에 따라 공개대상 자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민들의 찬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둔산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이제야 말로 제대로 보문산 개발을 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 흉물처럼 방치된 시설을 철거하고 목조 전망대 등 최신 시설들을 새로 조성해 관광을 연계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며 "50층 목조 전망대를 만들면 대전의 또다른 명소로 주목 받고 보문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대흥동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 시민은 "보문산이 살아나면 인근 원도심도 살아날 것이다. 모든 개발에는 반발이 있기 마련 아닌가"라며 "대전시에서 좀 더 반대측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사업을 추진해야 목조 전망대가 더 빛날 것"이라고 밝혔다.
보문산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보문산이 어떤 곳이냐, 남녀노소 추억이 깃든 곳이다. 외지 친척들이 놀러오면 관광 필수 코스처럼 다녀가곤 하던 곳이고 대전시민들의 오랜 휴식공간 이었다"며 "그렇게 추억이 깃든 보운대와 시설 등을 없애고 새로 무엇인가를 만든 것 보다는, 시민들의 오랜 기억을 간직한 것들을 잘 유지하고 보수하는게 더 현명한 일이 아니겠나"라며 50층 목조전망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등산 마니아라고 밝힌 한 시민은 "선거가 다가오면 보문산 개발을 말하는데 공무원들이 진정 시민과 대전을 위해서 그러는 것인지, 행정 성과나 치적을 쌓으려고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환경훼손 등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개발 논리를 펴는게 오히려 더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