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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뉴스창] "아내여, 거짓말쟁이라는 누명을 벗겠소"
[신수용의 뉴스창] "아내여, 거짓말쟁이라는 누명을 벗겠소"
  • [충청헤럴드= 신수용 대기자]
  • 승인 2018.09.1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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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 지방선거때 출마한 충남의 한 군수후보가 선거 직전 "내 남편의 정의를 진정으로 이해달라"며 숨진 부인에게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의 글을 남겨 잔잔한 감동이 일고 있다.

6월 선거에서 충남 금산군수 출마자였던 무소속 김진호 전 후보(67).

대전 연정국악원장을 지낸 경력으로 더 알려진 그는 15일 오후 자신의 SNS에 "늘 빚만지고 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 후보의 억울함을 피력하고 떠난 아내[충청헤럴드 6월10일 보도]를 잃은 지 100일만에 입장을 밝혔다.

6.1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지난6월  7일  금산군수에 무소속으로출마한 김진호 후보의 부인 강모씨가  "누가 진실한 후보인지 알아달라"라며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강씨는 김 후보가 이날 주민을 대표해 헌재에 소원을 청구하는 날 두장분량의 글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했다.[사진=김 후보 웹사이트 켑처]
6.1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지난 6월 7일 금산군수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진호 후보의 부인 강모씨가 "누가 진실한 후보인지 알아달라"라며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강 씨는 김 후보가 이날 주민을 대표해 헌재에 소원을 청구하는 날 두장 분량의 글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했다.[사진=김 전 후보 웹사이트 켑처]

부인 강모씨는 지난 6월13일 치른 지방선거를 1주일 앞두고 "남편의 정의를 알아달라", "누가 진실한 후보인지 알아달라"는 메모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남편의 진실성과 정의를 알아주지 않는 세태를 비관하며 유명을 달리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김 전 후보는 금산지역에 들어설 의료페기물 반대를 비롯 질소 유출사고 후 이에대한 대책과 주민 반대운동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도 김 전 군수후보는 상경해 헌법재판소에 최근 의약품용 인삼을 규제하는 약사법개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때였다.

강 씨는 '금산사람들 보시오'라는 서두를 시작하는 두장의  유서를 남겼다.

'금산 사람들 보시오'라는 서두로 시작한 두쪽 분량의 유서를 남긴 무소속 김진호 금산군수 전 후보 부인의 유서. [사진=김 전후보 웹사이트  캡쳐]
'금산 사람들 보시오'라는 서두로 시작한 두쪽 분량의 유서를 남긴 무소속 김진호 전 금산군수  후보 부인의 유서. [사진=김 전후보 웹사이트 캡쳐]

유서의 주요 내용은 남편인 김 전 후보가 '금산에 미친 사람'처럼 헌신했는데도 주변에서 차가운 시선을 보내자 큰 실망과 섭섭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여기에다, 경쟁 후보들이 남편인 김 전 후보의 업적까지 자신들이 한 일로 가로채자 서운해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 씨는 "의료폐기물 시설을 막겠다고 밤새워가며 글 쓰고, 코피까지 흘리면서 일한 남편을 정작 주민들이 미친놈이라며 선관위에 고발했다"고 탄식했다.

또한 5년전 한 폐기물업체가 충남 금산군 군북면, 제원면 경계에 하루 48톤의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을 신청하자 김 전 후보가 주민반대 대책위원장을 맡아 앞장섰다.

김 전 후보는 "인삼의 고장에 의료 페기물 소각장시설은 말도 안된다"며 맨 앞에서 싸워 왔다.

강 씨는 메모에서 "올 초 구정 새고 부부 모임 여행 날짜가 잡혔지만, 변호사를 산다(선임)는 정보를 듣고 여행을 포기하고 혼자 애를 쓰고 다녔다"고도 했다.

금산지역내 의료페기물 소각장 반대 대책위원장인 무소속 김진호 금산군수 전 후보의 부인이 금산에 미쳐사는 남편을 알아달라며 극단적인 선책을 해 안타깝게하고 있다. 김 전 후보가 대책위원장으로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사진= 김 전후보 웹사이트 켑처]
금산지역내 의료페기물 소각장 반대 대책위원장인 무소속 김진호 금산군수 전 후보의 부인이 금산에 미쳐사는 남편을 알아달라며 극단적인 선책을 해 안타깝게하고 있다. 김 전 후보가 대책위원장으로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사진= 김 전 후보 웹사이트 켑처]

당시 금산군수 후보는 김 전 후보를 포함해 모두 5명이었다.

그는 여야 정당으로부터 영입의 손짓을 받았지만 의료폐기물 반대 등 주민을 위해서 일하려면 무소속을 고수했지만 하늘이 무너지는 부인의 타계 등으로 5위를 했다.

그 뒤 김 전 후보는 숨진 부인 강 씨에 대해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한숨과 눈물을 보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내가 지역민들을 위해 뛰어 다니지 않았다면...", "내가 군수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아내에게 상처가 없었을 텐테"라며 말을 아껴왔다. 

▶김 전 군수 후보는 부인 강씨가 떠난 지 100일 되는 이날 글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고인이 된 강 씨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을 아껴주는 지인들에게 감사하며 열심히 살겠다는 요지다.

김 전 후보는 "내 사랑하는 아내가 하늘나라로 훌쩍 떠나간 뒤 100일이 되었다"면서 "(함께 산) 45년 동안 아내게게 늘 거짓말만하고 살아왔던 시절을 뉘우쳐봤자 공허할 따름"이라고 썼다.

김진호 금산군수 전후보가 15일 SNS에 올린 글[사진=김 전후보 SNS켑처]
김진호 금산군수 전후보가 15일 SNS에 올린 글 [사진=김 전 후보 SNS켑처]

그러면서 "아내가 떠난 지 100일동안 다짐했다. 이제는 바로 살겠다"라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나와 인연된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또 "당신품으로 떠날 때는 거짓말쟁이라는 누명을 훌훌 다 벗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후보는 "어리석은 김진호를 늘 따뜻하게 보듬어주신 은혜에 보답하며 정말 열심히 살겠다"고 밝혔다.

그를 아는 금산지역 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김 전 후보가 부인의 죽음, 선거패배 등의 실의와 절망에서 이제 재기하여 뚜벅뚜벅 걸으려는 모습이 너무 기쁘다"면서 "그 분은 진실되고, 인간의 향기가 있는 분이라 더욱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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