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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판사단' 소릴 듣는 김명수 사법부
'방탄판사단' 소릴 듣는 김명수 사법부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10.15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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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앙시앵 레짐(Ancienrégime)’이란 말이 떠오른다.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을 비호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검찰이 무려 100명의 검사를 투입해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권 남용사례를 뒤지지만, 법원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앙시앵 레짐'이 무엇인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전 낡은 체제, 즉 구제도를 말한다. 프랑스는 16세기 이래 사회·경제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절대주의 체제에서 ‘앙시앵 레짐(구제도)’이 유지되고 있었다.

제 1신분인 성직자와 제 2신분인 귀족이 넓은 땅을 갖고 세금도 면제받고, 특권만 누렸다. 연금을 받을 수있고, 관직을 독점했으며, 토지의 30%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제 3신분인 시민, 농민, 노동자는 의무와 무거운 세금이 매겨졌다. 이게 ‘앙시앵 레짐’이다.

전 인구의 2%밖에 안되는 제 1신분(성직자)과 제 2신분(귀족)에 비해 98%의 제 3신분은 귀족과 성직자들의 수탈에 시달렸다. '앙시앵 레짐'은 혁명에 의해 무너진다. 그러나 ‘앙시앵 레짐’을 몰아낸 프랑스 인민들은 자유와 평등을 어떻게 실현시킬지 방법을 몰랐다. 결국, 나폴레옹 군사독재의 속으로 스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양승태 사법농단의혹 법원의 전직수뇌부 '비호'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 나아가 목숨을 끊은 이까지 있다. 그런데도 법관들 눈에는 오로지 전직 대법원장의 기본권만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니 법원이 양승태로 상징되는 ‘앙시앵 레짐’을 비호한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박에 없는 것이다. 법원이 전직 대법원장에대해 ‘앙시앵 레짐’을 할수록 특별재판부 구성이나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 요구만 높아진다.

요즘 제 20대 후반기 국회 국정 감사의 대부분도 사법농단에 대한 질타들이다. 그중에도 법제사법위원회는 유독 관심을 끌었다. 지난 주 시작하자마자 정쟁으로 몇 차례씩 고성이 오가다 정회도 마다하지 않았다.

법사위의 쟁점은 예상대로다. 양 전 대법원장 때 사법농단수사와 영장기각의 문제였다. 여야 의원들이 대법원과 헌재, 법무부에 질타한 내용을 듣고 보니 공감가는 대목이 꽤 있다.

지난 12일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는 법원을 믿을 수없으니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라는 주문도 쏟아졌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같은 이는 미적거리는 법무부와 앞서 대법원을 집중추궁했다.

박 의원은 "양승태 사법부는 죄가 있는 사법부"라며 "사법 농단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붕괴되면 대한민국 축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방탄 사법부'에 대해 검찰이 더 철저한 의지를 가지고 빨리 뚫어서 속전속결로 해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 면전에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10일 대법원 국감 때 "양승태 사법부는 재판 거래를 통해 사법농단을 한 죄 있는 사법부이고, 김명수 사법부는 이것을 개혁하겠다고 했다가 오락가락 불구경 리더십으로 사법부의 신뢰를 추락시킨 사법부“라고 했다.

'방탄판사단'이란 비아냥의 김명수 사법부

한발 더 나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진심으로 사법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선택과 집중해 개혁하고, 사법부를 위해 순장, 용퇴하라"며 "사법농단과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국민 73%가 특검을 통한 수사를 지지하고, 77.5%가 특별재판부 설치를 통한 재판에 찬성한다"고 강경했다.

사법부 불신도 예를 들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발표한 지 두 시간 반만에 13명 대법관 전원이 '재판 거래 의혹은 없다'고 정면으로 부인한 사실을 꼬집었다. 말로하는 김명수 사법부의 셀프 개혁에 국민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평가도 내놨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일반 사건은 영장을 청구하면 90%, 일부 인용까지 포함하면 99%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사법부가 사법 농단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청구한 영장 208건 중 23건 11.1%만 발부됐다.

박 의원은 이를 놓고 이재명·김부선 스캔들에 비유했다. 요지는 지금 시중에 이재명 지사, 김부선 여배우의 큰 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만약 사법부에 '큰 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사법부는 자기 허물만 덮으려 하기 때문에 발부해 줄 것이라는 조롱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이춘석 의원도 나섰다. 그는 대법원 감사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번번이 기각하는 법관을 향해 “국민들이 사법부를 뭐라고 하는 줄 아느냐. 방탄판사단이라고 부른다"며 "검사동일체 원칙은 들어봤지만, 판사동일체 원칙도 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장 문제는 사법부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며 ”영장을 계속 기각하는 법원도 문제지만, 계속 청구하는 검찰도 문제가 있다"며 "같이 쇼하면서 서로 딴 주머니 차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한 영장은 압수수색부터 줄줄이 기각됐다. 영장을 분석해 보니 말도 안 되는 기각 사유"라고 주장했다.

국감에서 드러난 사법부 민낯들

너무 지나친 대법원에 대한 혹평이 아닌가 확인했더니 사실이었다.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방탄판사단’이라는 비판까지 들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네 차례나 기각했다. 네 번째 기각 사유는 “주거, 사생활의 비밀 등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었다.

그러니 사법농단의혹이 확산되는 데도 제식구 감싸기, 심지어 전직 대볍원장과 전 대법관의 ‘앙시앵 레짐’ 비호라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자업자득인 것이다. 존엄한 법을 다르는 법과 양심이 아닌 청와대와의 거래 의혹만 커지니 ‘법치’를 그들은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검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얘기도 일견 타당하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기각의 공표를 지적했다. 피의사실 공표 아니냐는 것이다

정상 자료를 요청해도 안 주니까 여론을 등에 없고 수사의 탄력을 받고 여론전을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자체도 법에 저촉을 받는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 또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다. 압수수색은 기밀성, 밀행성이 생명이다. 영장 기각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사법농단 수사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이를 공표하게 된다면 증거가 있으면 치우라고 가르쳐 주는 꼴이다. 이게 지금 우리 검찰의 수준이다.

알다시피 피의자는 대부분 압수수색영장이 청구된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기각된 뒤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됐다고하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집에 뭐 있나’, ‘사무실에 무엇이 있나’ 치우는 게 인지상정이다. 곧 ‘알아서 치우라’고 암시하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은 어물쩍 사법농단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연내 이사건 모든 의혹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지만,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왜냐면 방대한 사건검토는 물론 법원의 협조 없이는 공소유지할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검찰이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지냈다. 재판거래·법관사찰의 실무 책임자 역할을 한, 사법농단의 핵심 인물이다.

임종헌 수사로 꼬리자르면 또다른 '불법'

그의 검찰 소환은 지지부진하던 사법농단 수사가 정점으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의 진술 여하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 및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 등 옛 대법원 수뇌부의 소환 시기와 신병처리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과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집행정지를 둘러싼 행정소송에 개입한 중심인물이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직권남용죄 법리검토를 해준 혐의도 받고 있다.

그에게는 사법농단 관련 문서들을 작성한 전·현직 법관 대다수가 임 전 차장 지시로 보고서를 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법농단 의혹 문건 수천건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해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이 이미 확보한 진술과 문건 등으로 미뤄볼 때 임 전 차장에 대한 기소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실무 책임자에 불과하다. 주지하다시피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법농단의 ‘몸통’이자 총책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다. 임 전 차장 소환 조사는 양 전 대법원장 조사로 가는 길목일 뿐이다. 검찰은 수사의 고삐를 조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앞당겨야 한다. 법원이 임 전 차장 선에서 꼬리를 자르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될 거라 여긴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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