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년 전 오늘, 이토 히로부미는 왜
안중근 장군에게 죽을 운명이었나?
지난 10.26: 70년을 사이에 두고 일본과 한국의 최고 권력자가 같은 날 총을 맞고 죽었다.
109년 전인 1909년 10월 26일 오늘 일본 천하를 통일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안중근 중장한테 총을 맞고 전사했다.
그는 어떻게 안중근 장군에게 총맞아 죽을 운명이었나?
![신학림 전 미디어 오늘 대표[사진=미디어 오늘 켑처]](/news/photo/201811/7625_10551_5222.jpg)
하얼빈에서 죽기 정확하게 2주일 전인 1909년 10월 12일 이토는 만주 시찰을 위해 일본을 출발하기 전, 주역점의 달인이라는 호칭도 부족해, 역성(易聖)으로까지 추앙받던 다카시마 카우에몬(高島 嘉右衛門)을 찾아가 예를 갖추며 출향점(出鄕占: 고향을 멀리 떠날 때 보는 점)을 부탁한다. 둘은 사돈이다. 다카시마 카우에몬의 딸이 이토 히로부미의 며느리다.
다카시마가 점괘를 뽑았다. 다카시마의 얼굴빛이 일그러진다. 중산간(重山艮), 혹은 간위산(艮爲山)으로 불리는 괘가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번째 효(陽爻)가 (陰효로) 변하는 괘였다.
다카시마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이토에게 가지 마라고 권유한다. 죽는 괘였기 때문이다.
왜 죽을 운명인가?
중산간(간위산) 괘는 上괘도 산, 下괘도 산이다. 글자 그대로 "산넘어 산" 첩첩산중이다.
산이 왜 죽음인가?
주역8괘의 艮(혹은 山)괘가 상징하는 것은 뭐든지 멈추게 하고 그치게(止) 하고, 가로막는다는 뜻이다. 艮과 山은 같은 뜻이다. 그러니 이토가 죽는다는 점괘다. 게다가 세번째효 陽효가 陰효로 바뀌면, 산지박(山地剝)괘가 된다. 무덤을 상징한다. 혹은 천길 낭떠러지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가느다란 뿌리 하나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상징한다. 뿌리 주변의 흙은 낭떠러지 아래로 계속 떨어져내리고 있다.
이토는 다카시마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권력이나 어떤 분야든 최고 정점에 올라간 사람들은 자신감이 지나쳐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봐 왔다. 박정희,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내가 여러 어려움과 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이겨내고 여기까지 오지 않았느냐. 그러니 내가 맞았다'고 참모(들)에게 얘기하고 밀어붙이는 식이다.
그런데 죽을 운명인데, 왜 하필 안중근 장군에게 죽을 운명이었나? 진정한 동양평화의 실천적 이론가인 안중근 장군의 함자를 보자. (安)重根!
한자 이름에 산이 2개나 들어있다. 重은 무겁다는 뜻도 있고 2개란 뜻도 있다. 거듭 중 자다.
근(根) 자에서 나무 목(木)을 떼어내면 艮(간)이
남는다. 艮=山이므로 '안중근 장군'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산'을 만나 죽은 것이다. 다카시마 돈쇼가 뽑은 점괘에 나타난 두 산(간위산: 산위에 또 산)이
바로 重根이었던 것이다.
왜 안중근 장군은 '두 개의 거대한 산'인가?
안중근은 동양평화와 국제문제에 정통한 이론가이자 사상가로서, 한 인간으로서도 거대한 산이요, 광복군 중장, 즉 무인으로서도 거대한 산이었다. 많은 일본 사람들이 그를 진정으로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 다카시마 카우에몬의 호는 돈쇼(呑象)이다. 감옥에서 우연히 발견한 주역책을 달달 외우고 주역점을 쳐 경지에 올랐기 때문에 "모든 형상(形象)과 괘상들을 삼킨다"는 뜻으로 호(呑象)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본명 보다 다카시마 돈쇼(高島呑象)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선업선과(善業善果), 악업악과(惡業惡果)!
▶신학림은 누구=신학림언론인은 1984년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한 신 전 위원장은 한국일보 노조위원장(1993년·1996년), 코리아타임스 기획실장(2000년) 등을 거쳐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2·3대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2013년 미디어 오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신 언론인은 미디어비평 인터넷신문 ‘미디어스’에 기자로 입사, 평기자로 미디어와 정치분야의 기사를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