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말 싸움에 모골이 송연하다. 우리가 보기엔 정치판이 그렇게 돌아가선 안될 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은 듯 막말들이 난무한다.
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전자결재 임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첫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연설문 중에 한 말, 곧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위원장)의 대변인 역할만 한다"는 말이 여간 귀에 거슬린 게 아닌 모양인가 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월요일 최고위원회의를 기다렸다는 듯이 황 대표를 향해 독설을 내뱉었다.
"황교안 대표, 정치 그렇게 하는 거 아냐! 두번 다시는 용납않겠다."
그런데 이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7선 정치인 선배가 정치신인급 상대당 대표에게 적당히 한 수 가르쳐 주는 말 치고는 섬뜩하리만큼 위협적일 수 있다. 과거 서슬 퍼런 군부독재시절의 워카발이라도 보여주겠다는 건가? 거의 겁박 수준이요, 시정 잡배 수준이다.
정치는 상당부분 말로 하는 것인데 그처럼 겁박하는 말로 상대방을 제압하려한다면, 그건 칼보다 더 무서운 것일 수 있다. 단순 막말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요, 민주정치발전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7선 정치인에 어울릴만큼 다듬어진 인격으로 보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었던가. 오죽 했으면 총리시절 버럭하는 성질탓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버럭 총리'로 불렀지 않았던가.
또한 이 총리는, 충청출신임에도 평소 충청출신 의원임을 여간해서 잘 드러내지 않는 성품이다. 정치 이력에서나 나이로나 한참 위인 같은 충청 고향이자 상대당 총재를 지낸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리를 향해 '쿠데타한 x' 표현으로 논란을 빚지 않았던가.
한국당에서 이날 나중에 이 대표의 이 말을 전해듣고는 "무능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겁박의 칼을 거둬들이라"고 하진 않는가.
옛 말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란다고 했다. 말이 쉽게 나온다고, 조금 국회의원 선수(선수)가 높다고 윽박지르듯 막말로 꾸짖어서야 쓰겠는가. 혹시라도 "이 대표, 민주주의를, 민주정치를 그렇게 하는 거 아냐"라고 일갈해온다면 여간 쑥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민초들은 말의 향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정제된 언어로, 품위를 잃지 않는 정치판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