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news/photo/201904/10599_13939_3347.jpg)
우리나라 국회는 본시 ‘국민회의체(National Assembly)’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말한다. 미국의 ‘의회’도 ‘함께 모인다(Congress)’는 말을 사용한다. 영국은 ‘의회’를 ‘말하는 장소(parliament)’라고 한다. 모두가 공공의 문제를 토의하는 모임을 가리킨다. 각계각층의 대표자가 모여 회의를 한다는 뜻을 갖는다. 이런 중요하고도 고귀한 대한민국의 국회가 난장판이 되었다. 엊그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렇게 하면 대통령과 국민이 국회를 우습게 안다. 국회가 난장판”이라고 소리쳤다. 목불인견의 난장판이런가.
문 의장은 평소 국회를 존중하는 ‘의회주의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이다. 그가 난장판 국회라고 투덜댄 연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른바 패스트 트랙(Fast Track) 문제로 국회가 몸싸움 현장으로 돌연변이의 추태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국회 선진화법까지 만들어 정상적인 의회활동을 기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도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은 20대 국회의 태생적 숙명’이라고 호언장담했으면서도 이 번 일에서는 문 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다함께 자승자박한 꼴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따돌리고 약체 소수 4당과 결탁해서 신속처리안건이라는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마치 ‘물뽕’처럼 내밀자 문 의장이 이를 받아들이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스스로 여당출신 행세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자 가까스로 12대 11이라는 1표차 스코어로 여당 편으로 기울은 바른미래당의 ‘쪽박 터지는 소리’를 냈다. 미남 ‘똘똘이’ 오신환 의원의 반대의사 표명에 그 개떡 같은 ‘사보임’을 주물러 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작태가 사고를 저질렀다. 오 의원도 성급했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 회의장에서 부표를 던지면 그것으로 끝날 수 있지 않았는가. 잔머리 굴리기를 못 하는 ‘생태적 순수파’이런가.
인절미 잣대로 재단을 일삼는 여당의 돌격일변도 패스트트랙 밀어붙이기에 육탄저지로 나선 자유한국당의 싸움이 격화일로로 치솟자 문희상 의장이 두 팔을 벌려 휘두르며 한국당에게 반대의사를 표현했다. 텔레비전 방송화면에 클로즈업된 그의 제스처는 말을 들어 주지 않는 엄마에게 못내 서러워 타박하며 몽니를 떠는 다섯 살짜리 유치원생을 방불(彷佛)케 하는 꼬락서니에 진배없었다. 작년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로부터 ‘청와대의 스피커’라는 비난을 받았던 사실이 새삼스레 떠오른다(본지 필자의 ‘김성태의 스피커론’.
이 처량한 광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곧 이어 문 의장은 자기 왼 쪽 가슴을 처대며 고성을 내지른다. 그것으로 신통치 않아서인지 돌아서며 이번에는 여성의원의 두 볼을 싸잡고 흔들어댄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의 복부를 두 손으로 만진 뒤에 성희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도 반복한 얼굴 감싸기를 감행했다. 성추행 혐의로 고발할 참이라는 말이 나왔다. 설 훈 의원인가 하는 사람은 임 의원이 여자인 줄 몰랐다고 뒤늦게 허튼 수작을 부리기에 이르렀다. 뚱딴지같은 혓바닥 놀리기로 유명한 설화(舌禍)의 챔피언답지 않은가.
문 의장은 마침내 ‘저혈당 쇼크’를 핑계로 여의도 성심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면서 사보임계는 결재를 했단다. 쫄쫄이들의 결사체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창당 멤버인 유승민 의원마저 깔고 뭉개듯 한다. 그의 말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극치의 무례를 저지른다. 대영제국의 명문대학을 나오면 뭐하나. 손학규 대표의 아집은 콧대가 크지만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에서는 열등생에 지나지 않는다. 큰 배포가 우선 제로 상태의 인물이다. 큰 파도를 넘어서지 못한 쫄장부 신세를 면키 어려운건가. 원체 미련한 말을 잘 한다고 찍힌 김관영 원내대표도 또 다른 허수아비신세를 벗지 못 하는 위인으로 낙인 될 게 뻔하다.
이래저래 갈기갈기 찢겨진 바른미래당이야 어차피 거지발싸개만도 못하다는 항간의 여론에 무릎을 꾸러야 할 판이지만 민주당의 체통은 설 자리가 마땅치도 않거니와 큰소리칠 체통이 구겨진 태극처럼 돼버렸으니 안쓰럽다. 게다가 나라살림을 위해서 지역의 대표라는 사람이 모이는 ‘국민회의체’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이 ‘개판’이라고 불러댔으니 이 어찌 국민의 모욕이 아닌가. 국민의 대변자들이 모이는 입법전당 국회가 뭇 사람이 함부로 뒤엉켜 떠들고 몸싸움을 하며 뒤죽박죽이 된 현장이 되고 말았으니 이 어찌 국민의 망신이 아닌가.
어젯밤에는 국회에 건설용 망치와 빠루가 등장했다. 한국당이 막아놓은 문을 열기 위해 동원된 철재공구로 온갖 공작행위를 시도했던 모양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 대표가 들어 보이는 빠루는 엄청 큰 것이었다. 국회가 아파트 같은 건축현장이 되었던 모양이다. 참으로 가증스럽고 한탄스럽다. 문 의장은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되었단다. 이 무슨 난리인가. 한낱 작은 정당의 세 불리기 틈새로 보이는 이번 난장판 국회는 ‘동물국회’라는 별칭도 아깝다. ‘축생(畜生 일인의 짐승표현)국회’요 모 장관이 일찍이 써먹은 ‘씨〇럴 개놈국회’가 아닌가. 퇴행적 국회의 행태에 국민은 “오호(嗚呼)라 금배지여”라며 탄식을 금치 못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