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가 역사기념물로 보존 중인 '장안동백자가마터'가 저정된 지 18년째를 맞고 있지만 활성화를 위한 어떤 조치도 없이 사실상 방치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대전시에 따르면, 장안동백자가마터는 조선시대 때 도자기를 굽던 가마가 있던 곳으로, 2000년 충남발전연구원(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 의해 발굴됐다.
이 가마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로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췄으며, 당시 대전 서남부일대의 수요층을 겨냥한 지방백자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대전·충남지역에서 확인된 17세기 첫 가마터로, 훼손이 적다는 점 등으로 대전충남지역에서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2001년 6월 역사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가마터 내 소개 사진이나 글 등 어떤 안내 자료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실제 <충청헤럴드>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장태산 입구 인근 사유지(서구 장안로 434)로 진입하는 도로에 '장안동백자가마터'라고 적힌 표지판만 확인할 수 있었다.

영어와 한자도 표기된 이 표지판이 가리키는 화살표 방향으로 가보니, 초록색 풀로 덮인 땅에는 가마터 이름이 새겨진 작은 푯말 하나가 박혀 있었다. 그 뿐이었다.
땅 밑으로 형성된 가마터의 특성상, 구조 훼손을 막기 위해 흙과 부직포 등으로 덮여있었고 육안으로는 풀이 난 땅으로만 보였다. 그 외 가마터의 형태나 역사적 가치, 용도 등에 대한 안내나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광자원이나 연구사료 등 문화재로서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가마터 부지가 포함된 부지의 재산권 활용도 제한받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가마터 일부 부지의 소유주인 정모(64)씨는 "문화재로 지정해 놓았으면 한 번씩 와서 풀만 뽑고 갈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게끔 관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럴 거면 문화재 지정은 왜 했나. 결국 땅만 이용도 못하게 묶여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곳에 30여 년간 거주하고 있지만 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관리자들을 제외하곤 가마터를 보러 온 일반인은 한 명도 없었다”며 “표지판 2개도 각각 2년 전과 1년 전에 세워졌다. 지금껏 보존만 됐을 뿐, 시민들에게 정보나 역사적 가치 등이 전달되지 않고 방치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문화재 관련 전문가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보존 이유는 결국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하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그 상태로 있으면 예전에 어떤 모양이었는지 볼 수 없는데, 정보를 가지고 찾아간 사람이라면 더욱 더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정말 아무런 설명내용이나 사진 등 표시가 없다면 방치라고 밖에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노후 된 표지판 교체하기도 급급한 실정”이라며 “만약 그곳(장안동백자가마터)에 안내판 해놓으면 모든 문화재에 다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그럴만한 예산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침이나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안내판을 해놓으면 문화재가 너무 커진다. 또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부족한 자료를 더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