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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역사기념물 '장안동백자가마터' 18년째 방치
대전시, 역사기념물 '장안동백자가마터' 18년째 방치
  • [충청헤럴드=허경륜 기자]
  • 승인 2019.04.2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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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만 덩그러니, 안내·설명 시설 전무…"이럴거면 지정은 왜.." 눈총
대전시 서구 장안로 434에 위치한 장안동백자가마터. 2001년 시 기념물(유적)로 지정됐지만, 이곳을 알아 볼 수 있는 건 푯말 하나와 표지판 하나가 전부였다. 도자기 등을 구웠던 곳인 '가마'는 현재 지면 아래에 있으며, 훼손을 막기 위해 흙 등으로 덮어놓은 상태다.

대전시가 역사기념물로 보존 중인 '장안동백자가마터'가 저정된 지 18년째를 맞고 있지만 활성화를 위한 어떤 조치도 없이 사실상 방치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대전시에 따르면, 장안동백자가마터는 조선시대 때 도자기를 굽던 가마가 있던 곳으로, 2000년 충남발전연구원(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 의해 발굴됐다. 

이 가마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로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췄으며, 당시 대전 서남부일대의 수요층을 겨냥한 지방백자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대전·충남지역에서 확인된 17세기 첫 가마터로, 훼손이 적다는 점 등으로 대전충남지역에서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2001년 6월 역사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가마터 내 소개 사진이나 글 등 어떤 안내 자료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실제 <충청헤럴드>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장태산 입구 인근 사유지(서구 장안로 434)로 진입하는 도로에 '장안동백자가마터'라고 적힌 표지판만 확인할 수 있었다.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장안동백자가마터' 표지판.

영어와 한자도 표기된 이 표지판이 가리키는 화살표 방향으로 가보니, 초록색 풀로 덮인 땅에는 가마터 이름이 새겨진 작은 푯말 하나가 박혀 있었다. 그 뿐이었다.

땅 밑으로 형성된 가마터의 특성상, 구조 훼손을 막기 위해 흙과 부직포 등으로 덮여있었고 육안으로는 풀이 난 땅으로만 보였다. 그 외 가마터의 형태나 역사적 가치, 용도 등에 대한 안내나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광자원이나 연구사료 등 문화재로서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가마터 부지가 포함된 부지의 재산권 활용도 제한받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가마터 일부 부지의 소유주인 정모(64)씨는 "문화재로 지정해 놓았으면 한 번씩 와서 풀만 뽑고 갈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게끔 관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럴 거면 문화재 지정은 왜 했나. 결국 땅만 이용도 못하게 묶여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곳에 30여 년간 거주하고 있지만 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관리자들을 제외하곤 가마터를 보러 온 일반인은 한 명도 없었다”며 “표지판 2개도 각각 2년 전과 1년 전에 세워졌다. 지금껏 보존만 됐을 뿐, 시민들에게 정보나 역사적 가치 등이 전달되지 않고 방치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발굴 당시 가마터의 모습. 서구청에 따르면, 확인된 가마의 규모는 총길이 16.6m, 내벽폭은 소성실 하단부가 1.8m, 상단부가 3.2m이며 바닥경사도는 15°를 이룬다. [출처=장안동 백자요지 보고서]  

지역의 문화재 관련 전문가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보존 이유는 결국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하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그 상태로 있으면 예전에 어떤 모양이었는지 볼 수 없는데, 정보를 가지고 찾아간 사람이라면 더욱 더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정말 아무런 설명내용이나 사진 등 표시가 없다면 방치라고 밖에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노후 된 표지판 교체하기도 급급한 실정”이라며 “만약 그곳(장안동백자가마터)에 안내판 해놓으면 모든 문화재에 다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그럴만한 예산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침이나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안내판을 해놓으면 문화재가 너무 커진다. 또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부족한 자료를 더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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