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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다시 '검난(檢亂)'의 회오리 바람 불까
[시사포커스] 다시 '검난(檢亂)'의 회오리 바람 불까
  • 강재규 기자
  • 승인 2019.05.07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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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여론전 향배가 '정권 (對) 검찰' 양대 권력간 힘겨루기의 승자" 분석도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SNS)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SNS)

[충청헤럴드=서울] 강재규 기자= 검경 수사권조정안을 담은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태운지 꼭 1주가 지났으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해당사자라 할 검찰이 본격 움직일 채비를 보이고 있다는 데서 읽혀진다.

그간 역대 정부가 검찰을 '건드릴' 때마다 소위 '검난(檢亂 검사들의 난)'으로 비화하면서까지 검찰 내부적으로 큰 파동을 일으키면서 자기방어에 나섰던 예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번 사안만으로도 충분히 검찰 내부를 요동치게 할 에너지는 다분하다.

대표적인 '검난'은 지난 2012년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 등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 일선 검사들마저 동요되었던 일.

다만, 이번 사태는 검찰 지휘부에 대한 항명 파동 성격의 검난이 아닌, 명분싸움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는 당초 검찰 개혁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로, 핵심은, 1차 수사권을 누가 갖고, 종결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로 압축된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패스트트랙에 태워서까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를 설치해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그 다음엔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 적절히 견제하는 차원을 넘어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 권력 핵심부의 그림이다.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시행해 경찰 권력도 분산하겠다는 것은 명분용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자치경찰'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애초부터 그리 많지 않았다. 조 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페이스북에 경찰 개혁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검찰 달래기’에 나섰지만 검찰은 "여론이 무서워 또 공수표를 날리고 있다" "청와대가 직권남용을 하고 있다"는 반응과 함게 다시한번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도, 검찰의 움직임이 감지된 것은 외유중이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조기에 귀국하면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예고발언을 하면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대목에서는 그의 결연한 의지도 엿보인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작심한 듯 현안을 거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문 총장 입장에서도 과거 '정치검찰' 논란에 자유로울 수 없는 터에, 특별수사 비중을 줄이는 방향에서 정부입장에 보조를 맞추는 듯했으나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에 때 마춰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듯, 폭탄발언을 예고하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이 가장 예민한 부분은, 수사와 정보수집을 그대로 맡는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까지 부여하는 수사권조정안이다.

외양상으로는, 검찰은 이를 두고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수사권조정안은 범죄 혐의가 있으면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하지만,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수사를 끝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물론 경찰이 사건을 넘기지 않는 과정이 부당해 보인다면 검찰이 기록을 60일 동안 검토하면서 경찰 처분을 살펴볼 수는 있다.

그런데도 경찰이 이미 끝낸 사건을 견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 절차가 적법한지 견제하는 장치도 부족하다는 게 검찰 지적이다.

해외출장 중에 '검경수사권 조정안' 관련 강한 톤으로 반발했던 문 총장이 귀국하자 조 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 총장의 우려 역시 경청돼야 한다", "최종 결정은 입법자 몫"이라며 한발 빼는 듯, 검찰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지만, 문 정부로서는 이 참에 검찰개혁 명분 아래 검찰의 힘을 빼야 한다는 속내는 분명해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야권 등 정치권을 흔들어 놓고, 검경수사권조정으로 검찰을 흔들어 놓음으로써 명실상부한 사정권력을 청와대로 가져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임에 틀림없다.

그간 문 정부로서는,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검찰의 힘을 적절히 빼는 것이 필요한데, 그 수단으로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꺼낼 카드란 카드는 다 꺼내놓은 상태고, 그러다 보니 '검찰 패싱'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검찰을 배제해 왔던 논란에서 소위 '검난'이나 검찰의 집단적인 반발, 이런 것들을 이제는 적절히 잠재울 필요가 있지 않는냐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조 국 민정수석이 나오라는 국회 상임위에는 나가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SNS를 통해 조율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문 총장으로서는 현 정권의 검찰개혁 이름 아래 진행되는 모습들이 검찰 위의 '또 다른 비대한 권력'이 머릿 속에 그려지지만, 일단은 고강도 반발이 능사가 아니라, 정부와 국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말하자면 '여론전' 여하에 달렸다는 계산을 한 듯하다.

때문에, 국민을 상대로,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최선'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남은 여론전 향배가 정권-검찰 권력간 힘겨루기의 승자가 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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