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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하 전 총경 "국회의원 여비서 조사 중에 경찰청장, 국회의원에게 수사 내용 보고하라 지시받아"
이자하 전 총경 "국회의원 여비서 조사 중에 경찰청장, 국회의원에게 수사 내용 보고하라 지시받아"
  • [충청헤럴드=박상민 기자]
  • 승인 2017.12.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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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총경, 경위에서 일선 총경으로 정년퇴임까지 자전적 에세이 '이카루스의 꿈'에서 공개
-서울 방배서장 땐 ‘○○○ △△총장 혼외자’ 사진 촬영 협조 거부, 인사 불이익 당해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 특공대원 헬기로 현장 갔지만 낙하 투입 안 해 끝내 아쉬워

고향인 충청권과 서울, 경남 거창 등에서 경찰서장 등을 지낸 이자하(李滋夏.61) 전 총경이 경찰서장 재직시 “경찰이 선관위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데 수사 대상 기관인 지역구 중진 국회의원에게 특별 보고하라는 경찰청장의 지시로 보고했던 해괴한 일이 있었다”라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 경찰서장 재직 시 국내 유력 기관 행정관이 서장실로 찾아와 전국에 파장을 몰고 온 모 기관 수장의 혼외자 아들 사진을 여경을 통해 찍어달라는 청탁을 거절한 뒤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자하 전 총경이 최근 북 콘서트를 열어 ‘어느 전직 경찰서장의 자전적 에세이:이카루스의 꿈(북&피플출판)’을 출간,경위에서 총경으로 정년퇴임하기까지의 일선경찰의 숱한 얘기를 공개했다.[사진=이자하 전총경측 제공]​
이자하 전 총경이 최근 북 콘서트를 열어 ‘어느 전직 경찰서장의 자전적 에세이:이카루스의 꿈(북&피플 출판)’을 출간, 경위에서 총경으로 정년퇴임하기까지 일선 경찰의 숱한 얘기를 공개했다. [사진=이자하 전 총경 측 제공]​

지난 11월 말 북 콘서트를 열어 ‘어느 전직 경찰서장의 자전적 에세이:이카루스의 꿈(북&피플 출판)’을 통해 세종시 장군면 용암리에서 태어나 충남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경찰 간부후보생 34기로 경찰에 입문해 총경으로 퇴직하기까지의 애환 등을 기술했다.

그는 ▲충북경찰청에서 경위로 시작해 ▲중앙경찰학교 교수 ▲경찰청보안계장 ▲경남거창서장 ▲경찰청 보안1과장 ▲대전대덕경찰서장 ▲인천경찰청 외사과장 ▲서울청 지하철 경찰대장 ▲서울방배경찰서장 ▲경찰청항공과장 ▲세종경찰서장 ▲충남청 청문감사담당관 ▲경찰교육원운영과장을 지낸뒤 지난 6월 말 정년퇴직했다.

이 전 총경의 친형은 전 공주경찰서장과 조치원경찰서장을 지낸 이익하 전 총경이다.

이자하 전 총경이 경위에서부터 총경으로 정년퇴직하기까지의 자전적 에세이 '이카루스의 꿈'이 출판, 일선 경찰의 애환이 생생히 담겨있다. [사진=이자하 전 총경 측 제공]

◇충청권 국회의원에게 수사 내용 보고=이 전 총경이 충청도 모 지역 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때인 “2014년 10월초 그해 치른 지방선거와 관련, 수사 대상 기관인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 치안 책임자이자 수사 책임자인 자신에게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내용을 보고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수사 책임자가 수사 대상 기관에 불려가서 수사 진행 사항을 보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당시)얼마 전 6.4지방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경찰서에서 관할 선관위가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지방선거 때 그 지역구 국회의원 소속 정당 시의원 후보가 정당 명부가 조작되어 경선에서 패했다고 고발한 것”이라며 “선관위가 검찰(대전지검)에 고발하고, 검찰은 다시 관할 경찰에 이첩한 사건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자하 전 총경의 케리커춰
이자하 전 총경의 캐리커쳐

그는 “수사의 필요에 따라 경선에 관여한 사람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진술을 들었다. 소환된 참고인 중에 국회의원실 소속 여비서도 불러 조사를 했다는 사실을 (수사 담당을 통해) 나중에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국회의원 여비서를 소환한 것은 국회의원 본인에게 의혹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소환 방법이나 절차는 업무 방해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라며 따지더라는 것이다.

그는 “비밀로 취급하는 당원 명부를 (경찰이)어떻게 열람, 복사까지 요구할 수 있느냐”라고 국회의원은 주장했지만 “경찰은 수사상 필요에 의해서 여비서를 참고인으로 소환했을 뿐 소환 과정상 실정법을 어긴 점이나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라고 썼다.

그후 국회의원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와 받자, 국회의원은 여비서 소환과 관련해 하나하나 문제점을 제기했다. 국회의원 본인은 전화로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도 바르고 깨끗하기 때문에 부끄럼이 없다. 여비서 전격 소환 조사에 납득할 수 없다”라면서 "점점 격정적으로 반복해서 본인의 주장만 50분간 말하더라“라며 ”나(이 전 총경)에게 어디서 근무했냐, 주요 근무 경력이 무엇인가, 출신지가 어디냐“라고 묻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서장으로 자신있고 떳떳하냐”라고 묻더니 “나(이 전 총경)를 감찰에 회부해서 조사를 받게하겠다”라고 말해 언짢았는데 국회의원이 “(전화속에서)경찰청장과 전화 연결을 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20여분 뒤 경찰청장이 전화를 걸어와 받았더니 국회의원과 경찰청장과의 과거 관계를 얘기하며 “중앙에서 일하려면 국회의원 협조가 절대 필요하니 어렵더라도 국회의원에게 수사 사항을 설명해주라고 지시했다고 말해 어안이 벙벙했다”라고 했다.

그는 “경찰청장이면 ‘일선에서 고생하는 경찰서 수사팀을 격려하면서, 국회의원을 잘 설득했으니 더욱 분발해서 법과 원칙에 입각해 수사하라’라고 독려할 줄 알았다“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후 지역민 체육대회날 담당 간부들과 상의를 했더니 “경찰청장의 지시이니 조직인으로서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서장이 실무자와 국회의원에게 가야한다”라는 의견을 듣고 국회의원을 찾아갔다.

이 전 총경은 “국회의원실에 갔더니 의원은 녹음기를 켜놓고 1시간 동안 본인 주장만 하기에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동행했던 담당 팀장이 경찰의 입장을 설명하고 지역에서 불편한 상황이 전개된 데 유감 표명을 해야했다"라고 책에서 회고했다.

그는 “경찰로서 기본을 지키려는 노력이 좌절된 사건”이라고 기술했다.

◇특정인 혼외자 아들인 초등학생 사진 촬영 협조 거부=2013년 6월 중순쯤 이 전 총경이 서울 방배경찰서장일 때 모처의 행정관이 찾아와 관내 초등학교 전담 여경의 협조를 얻어 특정인의 혼외자 사진을 찍어줄 것 요청했으나 거부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이자하 전 총경이 경위에서터 총경으로 정년퇴직하기까지의 자전적에세이 '이카루스의 꿈'이 출판, 일선경찰의 애환을 생생히 느낄수 있다[사진=이자하전 총경측 제공]
이자하 전 총경이 경위에서부터 총경으로 정년퇴직하기까지의 자전적 에세이 '이카루스의 꿈'이 출판, 일선 경찰의 애환이 생생히 담겨져있다. [사진=이자하 전 총경 측 제공]

당시 경찰 내부 경비 전화로 자신을 상부의 모처의 행정관이라고 소개하면서 “모처의 한 행정관이 찾아갈테니 어렵더라도 행정관 업무를 적극 협조하라”라고 요구해왔다.

20분 뒤 모처의 행정관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명함까지 주고받았는데 “(행정관)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용을 모른다“라며 무슨 업무인지를 물어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며 학교 전담 여경을 소개해줄 것을 부탁해왔다.

일단 여경을 소개해주자마자 행정관이 여경을 데리고 자리를 일어나 나가자, 미심쩍어 그 행정관에게 전화로 “상부의 모처에서 업무적으로 하는 일이라도 경찰서장이 부하에게 일을 시키면서 내용을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따졌다.

그러자 되돌아 서장실에 온 행정관에게 무슨 업무인지 알아야겠다는 얘기로 실랑이를 하다가, 행정관이 “바로 이겁니다”하고 내미는 스마트폰 메모란에 이 전 총경 경찰서 관내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의 사진을 찍어오는 것입니다”라는 행정관의 말에 ‘불법으로 학생을 찍는다고? 순간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 전 총경은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 불법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행정관은 “그럼 경찰에서 협조가 안되는 것으로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주었던 명함을 되돌려 받고 나갔다.

그 일이 있은지 얼마 후 경찰 정기 인사에서 경찰청 항공과장으로 인사 조치 되었다.

이 전 총경은 9월 초 한 중앙일간지 톱 기사로 ‘○○○ △△총장 혼외자 숨겼다’라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 내용을 보니 ‘○○○ △△총장 혼외자’ 라는 당사자는 당시 경찰서 관할 사립초교 초등학생이며, 최근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는 사실도 보도됐다.

그 행정관이 찾아온 것이 ‘○○○ △△총장 혼외자의 그 학생이구나’하면서도 “비록 인사상 불이익은 있었어도 일선 경찰서장이 최고위 권력 기관에서 나온 행정관의 요청을 거절한 것은 잘한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 후 11월 초 개인정보 유출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졌고 행정관 등이 법정구속되며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 △△총장 혼외자’사건은 위기의 지뢰밭을 넘은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충남경찰청의 경찰헬기
충남경찰청의 경찰 헬기

◇세월호 참사 현장에 특공대원 투입 못 한 안타까움=이 전 총경은 고향인 공주경찰서장을 원했지만 뜻 밖에 비전문 분야인 경찰청 항공과장으로 인사 조치된 그 무렵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안전행정부장관과 경찰 수뇌부가 충남 아산경찰종합학교에서 열리는 경찰간부후보생 62기 졸업식에 대거 참여했다.

그는 “오전 9시 조금 넘어 내부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위기관리센터장으로부터 긴급 전화로 ‘남해안에 여객선이 가라앉고 있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 ‘행사에 참석 중인 안전행정부장관이 급히 현장으로 출발해야한다’고 전해왔다”라고 기록했다.

경찰의 상징인 경찰 깃발
경찰의 상징인 경찰 깃발

이 전 총경은 “즉시 기상 조건이 헬기 출발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보니 공교롭게도 안개가 많이 끼어 충청 이북 지역인 서울, 경기, 인천항공대 헬기 출동이 불가능했다” 면서 “그러나 충청 이남 지역은 안개가 덜해 대전에 있는 충남지방경찰청 7인승 헬기를 출동시키고 곧바로 전국 항공대에도 출동 대기 지시를 내렸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남 진도 앞바다의 위급 상황을 알리고 항공대 헬기가 출동해야 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시켰다”라면서 “헬기는 시동을 거는 데만 10분이 소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관을 태우러 가던 충남지방경찰청 헬기마저 천안 인근 차령고개에서 큰 안개를 만나 세종시 조치원읍 육군항공대로 회항해야했다. 장관은 결국 43번 국도를 이용해 조치원 항공대에 정오쯤 도착해 헬기를 타고 현지로 향했다.

당시 전남경찰청 항공대는 즉시 출동 태세를 갖추고 대기 중일 때 서해 해경 측으로부터 ‘경찰 특공대원이 사고 현장에 갈 경찰 헬기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서해 해경에서는 두 대의 헬기를 보유, 한 대는 사고 현장에 출동했고, 한 대는 중국어선 불법 조업을 단속 중이었다.

전남경찰 항공대는 5인승, 14인승, 15인승 짜리 3대의 항공기가 있었으나 바다 위에 착륙할 수 있는 국산 신형인 15인승 참수리호를 출동시켰다.

이 전 총경은 “참수리호는 특공대원 8명을 태우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가보니 배가 90도나 기운 위급한 상황이었다. 세월호 선상 바로 위에서 특공대원들이 낙하 투입하도록 헬기를 고정시켜 정지 비행(하버링)을 했지만 특공대원들이 배 위에 뛰어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헬기는 단지 특공대원들을 신속히 사고 현장으로 이동시키는 입장이어서, 특공대원을 강제로 투입 할 수 없었다“면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구조 임무를 띄고 동원된 특공대원들이 기울어지는 배에 직접 투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기록했다.

그는 “당시 기울어진 배의 상황이라든 가, 기상 등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전개되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위기 상황에서 특공대원들이 투입되지 못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글을 썼다.

◇차관 대신 낡은 러시아제 헬기와 대형 신형 헬기 교환=6공화국 노태우 정부가 러시아로부터 차관을 돌려받기 어렵자 헬기 6대를 대물로 받았으나 6대 모두 추락 사망 사고가 나기 일쑤였다. 산림청, 경찰청 등 정부도 이 문제에 속앓이를 하고 있을 때 당시 항공과장이었던 이 전 총경이나섰다. 차관 대신 대물로 받은 러시아제 헬기는 2006년 6월 부여에서 산림청 헬기가 추락되어 전원이 숨지는 일 등 여러 건의 사망 사고 외에도 관리 비용과 보관 비용이 막대하게 드는 고철이었다.

경찰청 [사진=경찰청홈페이지]
경찰청 [사진=경찰청홈페이지]

이 전 총경은 차관 대신 대물로 받은 러시아제 헬기(kazan사) 6대와 28인승 대형 신형 헬기의 교환 사업을 추진했다. 6대를 모두 더한 가격보다 신형 헬기가 값이 훨씬 비쌌다.

수소문 끝에 kazan사의 ceo와 접촉했다. 다행이 이 회사의 ceo가 고려인이라는 정보를 얻어, 방문 또 방문 여러번에 걸친 개인적인 관계를 쌓아 헬기 교환 사업을 추진해 성사시켰다.

정부는 10년에 걸친 이 러시아제 헬기 문제를 완료, 해결했다.

그는 이외에도 경찰서장으로 세종시 장군면 일가족 등 3명 엽총 살인사건, CCTV를 통한 여성 택시 승객 연쇄살인범 구속 등을 지휘하거나 수사한 일화 등을 꾸밈없이 회고했다.

그는 “그리스 신화속에 ‘이카루스(Icarus)’는 웅비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꿈을 꿨지만 뜻하지 않은 장애를 만나 그 꿈을 접었다”라면서 “젊은 나이에 제복과 계급으로 상징되는 경찰에 들어가 30년간 어렵고 힘든 고비속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탈 없이 정년퇴임을 했다”며“ 아쉽게 정책 결정을 하는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어도 미력하나마 소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했다”고 술회했다.

한편 대덕경찰서의 한관계자는 “이자하 전 서장은 대덕경찰서가 충남경찰청에서 분리된 지 얼마 안 되어 서장으로 부임, 경찰서가 너무 난무하자 직접 본청에 뛰어다니며 2억을 확보해 사무실을 개선했다”라면서 “조직 문화를 위해 ‘대덕폴사운드’라는 음악동아리를 만들어 화합을 다지던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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