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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 5만톤 인도적 식량 지원 최대한 신중하게
[사설] 대북 5만톤 인도적 식량 지원 최대한 신중하게
  • 충청헤럴드
  • 승인 2019.06.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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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1일 “정부가 다음주에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식량 5만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쪽 ‘자유의 집’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유엔 조사에 따르면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이 전체 인구의 40% 정도인 1010만명 수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북한 식량 부족을 해결하려면 145만톤이 더 필요하다”며 “북한이 식량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5~9월을 넘기면 안 된다”고 강조하먼서 남북 당국 간 협의를 통한 ‘직접 지원’ 추진도 주문했다.

그는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긴급성으로 즉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과 협의해 직접 지원을 위한 안정적이고 투명한 환경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중반 많은 북한 주민이 아사했지만 우리는 별 도움을 못 주고 쳐다만 봤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어려울 때 동포로서 발 벗고 나서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 그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초 이 발언은 발설 후 뒤늦게 '비보도' 요청이 있었던 터라 각 언론사 정치 일선을 뛰는 기자들을 잠시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천기누설'과도 같은 발언이었다.

내용의 진위를 떠나, 보수당의 반발을 차제에 둔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기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온 대목이기도 했다. '기자들이 쓰라면 쓰고, 빼라면 빼는, 아랫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거냐'며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식이 확산하면서 결국 설 의원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 됐다.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 5만톤 지원 방침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취임 두돌 <한국방송> 대담에서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은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해야 하고 나중에 (국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며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한 데 이어, 13일엔 ‘대북 긴급지원’ 호소차 방한한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을 이례적으로 직접 만나 ‘식량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여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의 발언과 통일부의 반응은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해서 틀리지 않는다. 어쩌면 설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의도적이었든, 실수였든 '비보도'요청을 한 것이 깨지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처지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제는 얼마나 투명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진행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다. 이미 지난 2010년 남북 경협자금 70억달러를 지원했던 것이 핵무기와 미사일 제조로 쓰였다는  미의회 조사국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국민적 불만이 쏟아졌던 예를 잘 알지 않는가.

이처럼 북한의 식량난 정도와 식량 지원 여부를 두고 늘 여론이 갈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식량을 포함한 정부 차원의 대규모·체계적 대북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한 것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북한 전문가들도 “북쪽의 인도적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말할 정도임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굳건한 한미공조 속에, 그리고 유엔의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북한에 대한 지원은 매우 경직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지원은 투명하게, 국제기구가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의 명확한, 인도적 절차를 담보해야 한다. 정부는 감성적 지원에 앞서 절차의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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