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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말'과 '말꼬리'만 있고 '본업'이 없는 정치
[사설] '막말'과 '말꼬리'만 있고 '본업'이 없는 정치
  • 충청헤럴드
  • 승인 2019.06.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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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권이 언젠가부터 상생의 원리를 잊기 시작했다. 상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도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어 딱해 보인다. 종래 정치권의 대선배들, 노정객(老政客)들을 만나보면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동업자 정신이 아예 실종된 상태서 정치한답시고 한다. 동업자 정신은, 가령 싸울 땐 싸우더라도 뒷마당에서는 어깨 툭툭 치면서 풀어내는 식이다. 절대로 평행선 달리듯 하지 않고, 중간에 합의와 조정의 여지를 늘 남겨두고 최소한의 '명분'이 확보되면 뒤도 안돌아보고 협상의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건드릴 것이 아니면 건드리지 않는 법이다.

헌데, 요즘 우리 정치권을 보자면, 극한대치 속에 국회 정상화를 향한 출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화 이후의 정치가 너나 할 것없이 갈 길을 못찾는 식이다. 특히 올해는 사실상의 20대 국회 마지막해가 아닌가. 올 신년부터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 오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으로 완전히 정지했다. 그들이 싸울 때는 '동물국회'이다가 싸움이 끝나고는 아무런 기능을 못하는, 그래서 세비만 꼬박꼬박 받아먹는 '식물국회'로 돌아갔다. 어차피 10개월 있으면, 국민들이 심판할 일이지만 국민들은 그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가 너무도 힘들어 한다. 세비는 다 받아갈 터이고.

그런데, 사태를 악화시키는 악재는 늘 '막말'과 이를 물고 늘어지는 '말꼬리'에 있지 않는가. 전 정부시절, 야권 그러니까 현 여당도 '귀태'니 하는 대표적인 독설과 막말의 화신들이 늘 있어왔고, 그럴때마다 설전과 논평이 횡행했던 적은 많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죽고 살기식 정쟁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사실 여야 잘잘못을 따질 겨를이 없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먼저잘못됐다거나 국회 등원이 먼저라고 하는 식은 흡사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식과 같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안건들을 반드시 합의 처리한다”고 못 박을 것을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처리 노력”을 고수해 실랑이만 벌이다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꼴이다.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묶인 지 벌써 40일째다. 어려운 경제에 힘을 불어넣고, 강원도 산불 피해 지원 등에 쓰일 돈이라 한시가 급하다. 이것 말고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 입법 등 민생과 직결된 현안이 산더미다. 국민 수십명이 해외 여행중에 대참사를 겪고 고통스러워하는데도, 국회의원 누구 한 사람 현장을 찾거나 수습대책본부를 찾았다는 소리 듣지를 못했다. 이러고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할 텐가.

‘김정은 치켜세우기’ ‘골든타임 3분’ 발언, 그에 앞서 5·18 괴물집단 망언, 세월호 유가족 폄하 발언, ‘달창’ 사태 등 이들이 모두 막말에 해당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일단 황교안 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잇단 막말에 ‘심사일언(深思一言·깊이 생각하고 말하라)’ 당부하라 했으니, 서로가 거친 말을 삼가고 말의 진의를 왜곡한 채 말꼬리를 잡는 식도 삼가야 국회 정상화는 가능하다.

그러니 국회정상화가 못되는 현실은 여야 모두의 잘못임을 국민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누구를 더 두둔하고 누구를 더 미워하는 식이 아니다. 여야가 서로 양보해 국회를 열고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재난과 참사로 고통스러워하는 국민들을 어루만지는 길에 여야 모두 나서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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