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특강에 1550만 원. 시간당 775만원.' 개인 1명에게 돌아가는 노동의 대가다. 다름아닌 방송인 김제동씨가 오는 15일 '청소년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에 강사로 출연해 대덕구로부터 약정된 금액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명사들의 특강료가 무슨 공정가처럼 정해진 바가 아니란 점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지나치다 아니할 수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액의 강사료가 논란이 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정현 대덕구 구청장은 강사료가 전액 국비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정말 서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자세가 된 구청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비는 공짜인가. 국비는 세금이다. 또한 김 씨의 강연료로 사용될 혁신지구교육사업 예산은 교육 개선을 위해 마련한 자금이라고 야당은 몰아붙이고 있지 않는가.
무리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까지 김씨를 초청할만큼 그가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감동을 줄 수 있는 인물인가를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대덕구는 자립도 16%의 열악한 재정으로 구청 직원 월급도 간신히 주고 있는 상태 아닌가.
또 방송인 김제동, 그는 누구인가.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린 뒤 각종 시사프로그램 등에 출연, 도무지 방송인인지 정치인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청중을 현실의 문제로 끌어들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이로 평가되지 않는가. 급기야, KBS 시사프로 ‘오늘밤 김제동’을 통해 북한 김정은을 찬양하는 방송으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런 그를 굳이 '청소년아카데미'에 섭외해 얼마나 알찬 내용을,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보수 진영의 입장에서는, 김제동은 숱한 정치 편향적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는 인물로 지칭된다.
그는 쌍용차 사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토크콘서트 등을 열면서 청년들에게 불평등에 무관심하지 말고 저항하라고 호소해왔다. 자본주의 대한 반감을 청년들에게 부추기면서 평등을 말하고 정의를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토크 연사로서의 적절성은 차치하고, 그가 고액의 강사료를 받는다고 하니 배신감을 느낄 청년들이 적잖을 듯하다. '판사와 목수의 망치가 동등하게 대접받는 평등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던 사람 치고는 너무도 고액의 강연료이기에 그렇다.
차제에, 그가 K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받는 출연료도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KBS 공영노동조합에 따르면 ‘오늘밤 김제동’ 출연료가 월 5000만원이라고 한다. 때 마침 KBS 소수이사들이 낸 성명을 보면, 시청자 수신료로 상당부분 운영되는 KBS가 얼마나 방만하게 경영되는지를 여실히 짐작해볼 수 있다. 차라리 웃음도 안나온다.
소수이사진 성명에 따르면 "지금 KBS의 상황은 엄중하다 못해 곧 파국을 맞을 것 같은 백척간두의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신뢰도, 영향력, 경쟁력 등 모든 지표가 급전직하하고 있고, 경영성과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습니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라는 독점적인 타이틀도 빼앗기고, <9시 뉴스>의 시청률은 한자리 수로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곧 국가기간방송, 공영방송의 타이틀 마저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듭니다. 결과를 봐야만 하겠지만, 한 회사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소송까지 당하는 등 내우외환의 폭풍이 덮치고 있습니다. 경영파탄의 결과는 오로지 직원 여러분이 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현 경영진과 배후세력들은 지금까지 행태를 보건데 자리가 주는 즐거움을 모두 누리고 튀어버리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을 것 같아 더욱 걱정스럽습니다"고 호소하지 않는가.
같은 논리로, 국민 세금으로 김제동 퍼주기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한 야당은 "휴머니즘인 척, 정의로운 척, 남 돕는 척. ‘척 박사’, 김제동 씨의 고액 강연료가 논란이다. ‘88만 원 세대’, ‘청년 실업’ 등에 대해 핏대를 세웠던 김제동 씨. 뒤에서는 ‘국민 세금 뜯어 먹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위선의 극치다"며 "세금으로 치장된 김제동 씨의 화려한 활동 뒤에 무슨 지원과 배경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한다.
‘블랙리스트’로 피해자라고 자처했지만 어느새 ‘최대 수혜자’가 되어버린 김제동. 진정으로 청년을 생각하고 위한다면, ‘8350원x1시간 30분’이 마땅하다. 시급 1만원이 안되는 한 비정규직 청년이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키린도어에서 안타까운 삶을 마감한 게 3년전 바로 엊그제 아니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