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정치☆현장] 정치권, '김원봉 논란' 속 '이념전쟁' 재점화
[정치☆현장] 정치권, '김원봉 논란' 속 '이념전쟁' 재점화
  • 강재규 기자
  • 승인 2019.06.07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념사 하루 지나고도 여진 지속... 박근혜 '역사바로세우기' 역풍이 정권몰락 단초 지적도
(사진=국회 기자단(가칭) 제공)
(사진=국회 기자단(가칭) 제공)

[충청헤럴드=국회 강재규 기자] 현충일을 맞은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식 추념사는 여야 고질적 정쟁을 재차 촉발시키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애국에 보수·진보 없다"며 통합을 강조한 후 도리어 이념 논쟁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자고 한 마디 한 것이 '김원봉' 한 마디에 하루종일 진영간 부글부글 이념전쟁을 벌여야 했던 것.

문 대통령은 "김원봉이 의용대 합류한 통합 광복군이 국군의 뿌리"란 점에 방점을 뒀던 듯하지만 '역사 전쟁'과 뒤이을 '서훈 논란'에 문 대통령이 직접 뛰어든 꼴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며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보수와 진보의 화합을 당부하면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 저는 보수든 진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약산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면서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보수진영과 보수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추념사는 귀를 의심케 한다.  호국영령들의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한 김원봉을 서훈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이분법 시대는 지났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진영 언급을 하면 할 수록 '편가르기식'으로 이해돼 서로 부글부글 끓기만 한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즉각 논평을 통해 "6·25에서 전사한 호국영령 앞에서 김원봉에 대한 헌사를 낭독한 대통령이야말로 상식의 선 안에 있는가"라며 "귀를 의심케 하는 추념사였다. 대통령의 추념사 속 역사인식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6·25전사자가 가장 많이 묻혀있는 곳에서 6·25전쟁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한마디 못하면서 북한의 6·25전쟁 공훈자를 굳이 소환해 치켜세우며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지 않느냐"고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을 비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달랐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야권을 향해 "색깔론을 덧칠한 역사왜곡"이라며 "채명신 장군이 5·16군사쿠데타에 참여하고 국가재건회의에 참여했다고 해서 민주인사들을 탄압하고 독재를 추종했다고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독립영웅 김원봉이 친일경찰 노덕술에게 굴욕을 당하고 쫓기듯 북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것대로 애달파할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무수한 댓글들이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궜다. 보수진영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대체로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국민은 문재인의 현충일망언을 엄중히 규탄 한다"는 것이 주류이고, 진보쪽 댓글참여자들은 "일제 강점기때, 친일하면서 배불리던 후손들이 제일 난리친다"며 비난한다. 중도적 입장에서는 '역사는 공은 공, 과는 과로 있는 그대로 평가하자'는 스탠스다.

'김원봉 논란'은 하루가 지난 7일에도 부글부글 끓었다. 이번 논란은 차후 김원봉에 대한 서훈 추서 문제로도 옮겨붙을 게 자명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자리에서 "정치를 계속 싸움판으로 만들기 위해 야당의 분노와 비난을 유도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제1야당을 완전히 무시 외면하는 것은 정치 갈등을 극대화,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중 김원봉 언급과 관련해 비판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상당부분 할애하면서 "김원봉 선생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1948년 월북 후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되었고, 국가검열상에 오르는 등 북한정권 수립의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김일성으로부터 6·25 공훈자로 훈장까지 받은 사람"이라며 "그 뒤에 숙청당했다는 것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한 국민통합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반응이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약산 김원봉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지하는 것이 옳다. 지나치게 김원봉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오게 되면 국론만 분열시킬 뿐이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역사의 영역에서 의열단장으로서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던 약산 김원봉과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했고 6.25 때 공로로 훈장을 받은 친북인사 김원봉은 같은 인물이지만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파란만장했던 김원봉의 삶을 오늘의 좁은 정파적 시각으로 해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역사의 공과는 있는 그대로 평가하자는 주장을 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는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된 당 지도부회의에서 "6.25 남침으로 대한민국 군인과 민간인을 수백만명 학살한 괴뢰정권 남침의 전범자인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하는 문재인씨는 대한민국 60만 국군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도발"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문 대통령을 아예 '문재인씨'로 불렀다.

대통령 추념사가 주된 맥락인 '국민 통합'을 위한 메시지로 전달되지 않고 도리어 보수와 진보 갈등의 불씨를 만든 모양새란 지적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전문가 일각에서도 "수많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인물에 대해 무리한 좌파 복권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는가 하면, 문 정권이 '역사 다시 쓰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중반을 지나면서 국정교과서를 통해 역사 바로세우기를 시도하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고, 이것이 몰락의 한 계기가 됐다.

한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당시 정태옥 한국당 의원이 '김원봉을 국가보훈 대상자로 서훈할 것이냐'고 질의하자 "현재 기준으로는 되지 않는다"면서도 "의견을 수렴 중이며 (서훈 수여) 가능성은 있다"고 답한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