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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의 시사담론] 남남 이념의 충돌, 누가 이길까
[강재규의 시사담론] 남남 이념의 충돌, 누가 이길까
  • 강재규 본부장
  • 승인 2019.06.09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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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야, 더 정확히는 진보와 보수간에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이름하여 '이념전쟁'이다. 약산 김원봉을 둘러싼 역사인물 논란도 따지고 보면 이념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의 근간이라 할 소득주도 성장, 내지는 재정주도성장정책을 두고 끊임없이 싸우는 것도 다 이념에서 출발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시절부터 본격화한 지역균형 발전론도, 보수진영으로부터 포퓰리즘정책이라 공격받는 무상복지는 말할 것도 없다. 구 소련과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이 몰락한 이래,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내지는 사회주의의 이념대립이 사라질 듯했으나 대한민국, 한반도 남쪽에서는 남남간 이데올로기 대립이 극 활성화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불구대천이라도 되듯,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상대를 죽여야 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사상과 이념의 백가쟁명 시대도 아니고, 오로지 편향된 이데올로기 추종자들에 의해 사회적 갈등이 끊일 날이 없다.

실상 현실 생활하는데는, 대부분의 생활인들에게는 이념이 그렇게 숙명적으로 파고들지는 않는다. 정치현장에서, 정치를 업으로 하여 먹고사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이고 일생일대 전부인양 다가올 지 모르지만 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들 이념꾼들이 만들어내는 정쟁이 정치사회적 노이즈일 뿐이다.

지금 약산 김원봉 과거 행적논란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평가 관련해서도 그렇다. 그는 한편에서는 독립운동가요,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의 정치가로 조명된다. 의열단을 조직하여 국내의 일제 수탈 기관 파괴, 요인암살 등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하였다. 광복군 부사령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1948년 남북협상 때 스스로 월북하여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그에 대한 공은 공, 과는 과로, 있는 그대로 평가하자고 하면서도 어느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간단히, 해방전 우리의 민족독립운동사를 조명해볼 때, 당시 민족운동에 참여한 선조들이라면 대부분 그 시대의 지식인 그룹이었고, 그들 상당수의 지식인들에게 구 러시아 레닌 프롤레타리아혁명에 기반한 공산 사회주의이론은 매우 매력적인 이론이었던 것이 사실일게다.

같은 민족독립운동을 하더라도 서구 미국쪽에서 공부한 이승만과 같은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때문에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평가를 하려면 그 시대상황으로 돌아가서 평가하지 않고, 현재의 기준으로만 바라보려고 하면 올바른 평가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심하고 했든 아니든, 추념사에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자'고 한 마디 했지만, '김원봉' 한 마디에 진영간에 부글부글 이념전쟁을 벌인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문 대통령은 "김원봉이 의용대 합류한 통합 광복군이 국군의 뿌리"란 점에 방점을 뒀던 듯하지만 '역사 전쟁'과 뒤 이을 '서훈 논란'에 문 대통령이 직접 뛰어든 꼴이 되고 있다. 과연 김원봉이 수만 6.25 희생 장병이 누운 현충원에서 '국군의 뿌리'라 할 수 있겠느냐는 논란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며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보수와 진보의 화합을 당부하면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 저는 보수든 진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약산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면서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보수진영과 보수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추념사는 귀를 의심케 한다. 호국영령들의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한 김원봉을 서훈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이분법 시대는 지났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진영 언급을 하면 할 수록 '편가르기식'으로 이해돼 서로 부글부글 끓기만 한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즉각 논평을 통해 "6·25에서 전사한 호국영령 앞에서 김원봉에 대한 헌사를 낭독한 대통령이야말로 상식의 선 안에 있는가"라며 "귀를 의심케 하는 추념사였다. 대통령의 추념사 속 역사인식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6·25전사자가 가장 많이 묻혀 있는 곳에서 6·25전쟁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한마디 못하면서 북한의 6·25전쟁 공훈자를 굳이 소환해 치켜 세우며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지 않느냐"고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을 비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달랐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야권을 향해 "색깔론을 덧칠한 역사왜곡"이라며 "채명신 장군이 5·16군사쿠데타에 참여하고 국가재건회의에 참여했다고 해서 민주인사들을 탄압하고 독재를 추종했다고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독립영웅 김원봉이 친일경찰 노덕술에게 굴욕을 당하고 쫓기듯 북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것대로 애달파할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무수한 댓글들이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군다. 보수진영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대체로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국민은 문재인의 현충일망언을 엄중히 규탄 한다"는 것이 주류이고, 진보쪽 댓글참여자들은 "일제 강점기때, 친일하면서 배불리던 후손들이 제일 난리친다"며 비난한다. 중도적 입장에서는 '역사는 공은 공, 과는 과로 있는 그대로 평가하자'는 스탠스다. 정치지향적이거나 정치로 생활을 영위하는 쪽에서 보자면 한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하지만 양 진영 모두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보자. 진보진영 사람들아, 이념전쟁 너무 좋아하지 마라. 본래 진보쪽 사람들은 이론에 능란하고, 이념무장에 강한 줄 안다. 실물경제 곤두박질 쳐도 이론과 이념으로 이긴다고 의견을 굽히지 않지 않는가. 너무 이념에 매몰되면, 결국 공산사회가 쇠멸했듯 무너질 것이고, 공허한 괭가리처럼 돼 다음 선거를 보장 못한다. 이념으로 이기려하지 말고, 가끔은 져주는게 이기는 거다.

보수진영 사람들아, 진보 사람들과 이념전쟁 하려 하지 마라. 이념으로 싸우려들면 결국 백전백패한다. 그들은 그렇게 무장돼있고, 담론에 강한 법이다. 아무리 역사가 보수-진보의 두 수레바퀴로 굴러가는 것이라고 해도 논쟁에서는 밀리는 법이다. 논쟁에서 밀리고 실물에서 이기는 길이 현명하다. 스스로 일신우일신, 혁신 속에 실사구시로 이겨야 한다. 실물경제 앞세워 이겨야 한다. 실물경제에 더 능하지 않는가. 현실 정치로 치면, 논쟁은 최소한으로 하며 정책대안으로 이기고 평가받으려 하란 얘기다.

그리되면, 역사와 국민은 진보와 보수 어느 쪽도 배척하지 않을 것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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