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예정자인 친구를 돕기 위해 선거구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에게 음식 등을 제공했다면 공직선거법상 매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5일 사전선거운동과 매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57.충남아산) 씨의 상고심에서 "선거구 획정 전에는 처벌할 수 없다"라며 무죄로 본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지난해 2월 20대 총선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친구를 지지해달라며 충남 아산 지역주민에게 61만원 어치의 식당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50대에게 대법원이 유죄로 보고 대전고법에 재판을 다시하라며 환송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712/1143_1230_4744.jpg)
A 씨는 지난해 2월 14일 '제20대 총선에 예비 후보자로 등록한 친구를 지지해달라'라는 취지로 충남 아산 지역 주민에게 61만 원어치의 식당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1심에서 기부 행위는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권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매수 행위 당시에 반드시 선거구가 획정돼 있거나 유효한 선거구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매수 행위로써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그 선거가 실시될 지역의 선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매수죄의 상대방인 '선거인'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은 매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매수 행위 당시에 지역 선거구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무죄라고 판단하는 등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선거구별 인구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기존 국회의원 선거구가 폐지된 상태에서, 국회가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선거구를 제 때 획정하지 못한 시기였다.
검찰은 그러나 선거구와 상관없이 선거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A 씨를 공직선거법상 처벌 사항인 사전선거운동과 기부 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라며 사전선거운동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기부 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기부행위죄는 유효한 선거구를 전제로 한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매수 혐의를 추가했지만 2심도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매수죄 역시 유효한 선거구를 전제로 한 범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매수죄는 선거구와 상관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