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헤럴드 서울=강재규 기자] '분단과 갈등의 상징' 판문점이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30일 오후 1시,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 그리고 판문점 회동의 깜짝 이벤트가 공식화되자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역사적인 남·북·미 판문점 회동 시간이 다가온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였다.
그야말로 SNS 소통의 시대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글이 오르고 얼마되지 않아 이날 오후 3시 45분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는 걸 보고 영화 같은 일" 이라며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물론 그 극적 만남의 토대는 지난 1, 2차 회담을 통해 김정은-트럼프간 형성된 친밀함에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트럼프) 각하와 저 사이에 이런 훌륭한 관계가 형성돼있지 않았다면 오늘같은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드디어 오후 3시 45분쯤 군사분계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자 이곳 서울역은 시민 백여 명의 박수와 함께 옅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더욱이 그 만남의 장소가 66년전 정전협정을 맺었던 바로 그 장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월경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자, 다시 한 번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사실 이번 북미 정상간 만남에 대한 기대감은 당초 그리 크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 의미는 이전의 북미정상 회담의 그것에 비교가 안될 정도라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의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의 기대감이 회담 결렬로 인한 실망감으로 퇴색했었다면,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은 분단의 현주소를 정확히 밟아 서로의 앙금을 털어내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로 발전해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 2차 회담 당시, 예상치 못하게 협상이 결렬되면서 많은 시민이 실망을 금치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정치적 의미와 상징이 워낙 큰데다 기대감마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현실로 돌아보면 녹녹치 않은 점도 있을 수 있다.
무작정의 톱다운 방식 대신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깜짝 회담 이후 실무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그런데 그 실무협상을 이끌 주역이 북한이 맹비난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란 점 등은 북에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이 될 공산도 없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간 넉달동안 멈춰섰던 협상시계가 재가동되는 것이지만, 늘 디테일에 난관이 도사릴 수 있다는 점은 그간의 경험에 비춰 생각해볼 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이를 잘 알 것이다.
이번 양측 정상회담, 그리고 이어진 남북미 정상 회동이 단순 깜짝 이벤트가 아닌 진정하고도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출발선이 되기 위해서는 디테일에서도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는 유연함이 서로에게 절실하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은,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재계 등 모두가 응원하는 가운데 원만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으며, 결코 조급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으로 가는 길이 돼야 한다는 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