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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가장 가까운 나라에 대한 日의 경제보복은 치졸하다
[시사칼럼] 가장 가까운 나라에 대한 日의 경제보복은 치졸하다
  • 강재규 기자
  • 승인 2019.07.02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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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현해탄에 경제전쟁의 파고가 점점 높아가고 있음은 우려할 만하다. 징용배상 갈등을 수출규제 보복으로 대응하는 일본 정부의 결정은 속히 철회돼야 한다. 과거사문제로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한일간 외교갈등은 그것대로 역사에 대한 반성과 보상으로 결말지으면 될 일이다. 경제분야로 옮겨 붙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누가 봐도 발전적 한일 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조치가 이번에 나온 것이니 그 저의가 의심될 수 밖에 없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자유롭고 공정한 비차별 무역정신'을 말할 땐 언제고..."역시 일본답다", "역사는 반복된다"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고 있지 않는가.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성 조치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관련업계는 직격탄을 맞는다고 한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때 쓰는 감광액 포토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가지인데, 일본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감광액 포토리지스트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에칭가스는 약 7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추측컨대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조치에는 몇가지 배경이 있다고 보여진다. 첫째는 강제징용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그 자체다. 지난해 10월에 우리측 대법원의 일제강제징용 배상판결이 나오면서 일본의 대응 가운데 하나로 보복조치가 논의될 것이란 점은 당시에도 알려졌던 일이었다. 더욱이 우리측 문재인 정부는 물론, 진보 경향의 사법부 판단이 워낙 강경하게 나오면서 일본도 흠칫 놀랐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다른 한 가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북핵문제에 관한한 철저하게 '일본 패싱'을 당했다고 느낀 일본의 심사가 편치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북한과의 정상 회담을 구걸하다시피 하지만 북한은 눈빛 하나 주지 않는 식이다. 더욱이 북한은 미국 뿐만 아니라 앞서 중국과 러시아를 다녀오면서, 또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통해 한반도 주변 열강들을 모조리 끌어들이면서 지렛대 효과를 준비하는 모양새지만 일본만은 철저히 배제된 상태가 아닌가. 그렇다고 냉냉한 한일 관계로 인해 문 대통령이 아베를 끌어들이며, 조정자 역할을 할 일도 없는 것이니 외교면에서 적지않은 굴욕을 겪은 터였다.

다음으로는 일본 자국내, 한국내 총선과 맞물린 정치적 계산이 그 배경으로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양국에 내년 있을 총선에 대비해 벌이는 포석이란 얘기다. 적어도 내년 7월 도쿄 올림픽 개최 전까지는 내년 4월 한국 총선에서 여당(더불어민주당) 입장이 불리하게끔 계속 수출 규제를 유지할 것 같다는 전망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수긍이 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즉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향후 3개월 후, 즉 비축된 원료가 소진될 무렵부터는 적지않은 한국에 수출 타격이 있을 것이고, 이는 엄청난 경제부진으로 이어져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내년 총선에서의 필패는 자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독도와 징용배상 협상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힘을 빼놓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란 점이다.

어쨌든, 자국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비차별 무역 정신’을 말했던 일본이 불과 3일 만에 스스로 이야기 한 정신을 뒤집은 자가당착에 다름아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통상 규정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일본 정부의 결정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지난 2014년 중국과의 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WTO를 찾아 중국의 규제 위반을 호소하고 승소 판결을 받은 기억을 일본은 갖고 있다.

더욱이 연간 750만 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의 일본 관광, 1년 앞으로 다가온 동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놓고 본다면 일본도 규제조치를 그리 길게 가져갈 것같지는 않으나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에 대해 치졸한 무역보복조치를 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과거,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에 대한 일본의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이제는 조용히 반성하기는 커녕 도리어 보복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못하다. 더 이상 '역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란 말이 사라질 수 있도록 일본의 즉각적인 보복조치 철회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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