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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텔레비전과 자녀교육
컴퓨터, 텔레비전과 자녀교육
  • 박찬용 교육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6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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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용 교육 칼럼니스트, 대전용전초등학교 교장
                                            박찬용 교육 칼럼니스트, 대전용전초등학교 교장

TV를 바보상자라고 하는데 필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TV를 보고 있으면 바보가 된다고 해서 그렇게 명명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TV를 보게 되면 독서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줄어든다. 그리고 가족과 대화할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또한, 상상력을 저하시키는 역할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았을 때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지만, 눈에 보이는 순간 이미지가 고정된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두를 때, 여의봉이 하늘 끝까지 닿을 정도로 길게 늘어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TV 화면 속에 비친 여의봉의 길이는 기껏해야 몇 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TV가 상상력을 흡수해 버린 것이다. 

필자가 공주교육대학에 입학했을 때 정모 학장께서 특강을 통해 당신에게는 딸이 셋이 있는데, 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막내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집에 TV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세 딸 모두 서울의 명문대학교에 보내게 되었고, 큰 딸은 외국대학교에서 유학 중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현재 대전의 모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임모 교장도 막내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TV를 버렸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사지 않겠다고 했다. 
1991년으로 기억한다. TV에서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를 방영할 때였다. 어쩌다가 밤 10시쯤 되어 선배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모래시계’ 드라마가 시작될 시간이 되니까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드라마를 보는 것이었다. 두 자녀가 있었는데 중고생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랐다. 드라마가 뭐기에 한창 공부해야 할 학생이 드라마에 빠지는가? 드라마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집중하여 공부했을까? 끝나고 나면 다음 사연이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하여 공부가 제대로 될까? 왜 부모는 자녀와 함께 드라마를 보며 방관할까? 그 드라마가 자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필자는 TV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별적으로 보게 하고, 끝나면 끄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끌 줄 모르고 쓸데없이 채널을 돌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녀한테는 공부하라고 하고, 부모는 거실에서 TV를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는 TV를 없애지는 않았지만, 선별적으로 봤다. 아들은 나이에 따라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보게 했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끄게 했다. 나는 주로 뉴스와 스포츠 경기를 봤고, 아내는 주로 드라마를 봤는데, 아들이 집에 없을 때 봤다. TV를 보다가도 아들이 들어오면 껐다. 

필자는 대전대학교 산업정보대학원 컴퓨터통신학과를 졸업했다. 지도교수 중 한 분은 당신이 대학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교수인데, 집에 컴퓨터가 없다고 했다. 컴퓨터가 있었는데 없앴다면서 이유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분은 초∙중∙고등학교 학생에게 컴퓨터는 필요 없다는 자신의 주관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타자 연습하는 것 말고,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말일 것이다. 

학생들은 컴퓨터를 어디에 이용하는가? 지식정보화사회에 걸맞게 정보를 검색하거나 수집하고 활용하는데 쓰기도 하지만, 주로 게임에 이용한다. 절제력이 약한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지면 학업에 큰 저해가 될 뿐만 아니라, 중독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게임의 폭력성으로 인해 건전한 심신의 성장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사이버 음란물에 접하게 되어 성적 편향성을 가지게 되어 성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게임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가족이 교대로 같이 했다. 다만, 게임은 자유 시간에 하게 했고, 시간이 지나면 자발적으로 그만 하게 했다. 그리고 방학이 되면 아들과 함께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새로 나온 게임을 구입하곤 했는데,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게임은 사지 않았다. 도시를 건설한다거나, 암호를 풀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등의 게임을 주로 하게 했는데, 아들은 공학에 관심이 있어서 그랬는지 그런 종류의 게임을 좋아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친구들과 게임을 교류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접속하여 다중 게임을 했으며,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컴퓨터에 비밀 번호를 걸어 놓지는 않았다. 부모와 자식 간에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게 했으며, 부모가 늘 감시하고 있다는 인식은 주지 않았다. 

극단적인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게임을 할 줄 모르거나 알지 못하게 되면 친구들과 소통하기 어렵게 되고, 외톨이가 되거나 따돌림을 당할 우려도 있다. 적당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녀의 생활을 감시하지는 않더라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루의 생활 계획표에 1시간 정도의 컴퓨터 게임 시간을 정하도록 했다. 자유 시간에는 무엇을 하든지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컴퓨터 게임 시간은 하루 2~3시간 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을 하다 보면 시간이 되었다 해서 바로 중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어떠한 목표에 도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부모에게 얘기하고 30분 정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연장한 시간만큼 다음 날에 삭감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것에 대해 아들은 불만을 갖지 않았고, 자기를 이해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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