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휴대폰은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유치원생들도 상당수가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 서너 살 된 아이가 엄마를 귀찮게 하면 엄마는 얼른 휴대폰을 쥐어준다. 그러면 아이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혼자 노느라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학생에게 휴대폰이 필요할까? 대부분이 학교생활 중에 부모님께 연락할 때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에는 수신자 부담(콜렉트 콜) 공중 전화기가 있기 때문에 그 걸 사용하면 된다. 전화기가 고장 났으면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려 학교 전화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1년에 한 두 번 연락할 일이 있을까 말까 한 이유로 휴대폰을 소지하고 다닌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다. 여학생의 경우에 유괴나 성범죄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휴대폰을 소지한다고 해서 범죄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시로 부모님께 안부 연락은 보낼 수 있고, 부모도 전화를 걸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안심할 수는 있을 런지는 모르겠다. 부모가 안심하기 위해서 휴대폰을 사준다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본다.
학생들이 휴대폰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그런 학생들도 있겠지만 상당한 수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휴대폰 중독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불필요한 문자나 친구간의 전화, 게임 등에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폰을 이용한 사이버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스마트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외국의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스마트폰으로 외국의 친구들과 화상통화도 한다지만, 통신 요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 텃밭에서 재배하고 있는 식물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한다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편협 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녀에게 휴대폰을 사줌으로써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다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휴대폰으로 무엇을 하느라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경로석에 앉아 있는 학생은 노약자나 임산부가 탔는지도 모른다. 곁눈질로 보면 카톡으로 대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고 있다. 공부에 활용하는 학생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문자를 주고받는 내용을 분석해 보면 거의 다 불필요한 내용이다. 아침에 등교할 때 주고받는 내용은 대강 이렇다. “00야, 집에서 출발했니?”, “응. 지금 막 현관 나왔어. 너는 어디니?”, “나도 집에서 나와서 학교 가고 있는데, 조금 있으면 문구점에 도착해.”, “나도 곧 도착하는데, 기다려!”, “응. 기다리고 있을게. 빨리 와.” “나 거의 다 왔는데, 보이니?”, “응. 저기 보인다.” 이런 식으로 쓸데없는 문자를 주고받느라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심지어 공부 시간에도 친구끼리 문자를 보내거나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며 게임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휴대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역기능만 부각시킨 것 같은데, 순기능에 비해 역기능의 폐해가 크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필자의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초였던 것 같다. 반 친구들이 자기에게 외계인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혹시 따돌림(왕따) 당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반에 휴대폰 없는 애가 아들하고 아들의 친한 친구 둘 뿐이라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휴대폰이 필요하면 이유를 얘기 해 보라고, 타당하면 사주겠다고 했더니, 필요 없다고 했다. 그래서 휴대폰을 사주지 않다가 3학년 수학능력고사가 있기 한 달 전쯤에 사주었다. 휴대폰이 있는 친구들은 이것저것 필요한 사항을 문자로 연락을 다 받았는데, 자기는 휴대폰이 없으니 받을 수 없어서 짜증났다고 해서 바로 휴대폰을 사준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때 휴대폰이 없어서 외계인 취급을 받았던 필자 아들과 아들의 친구는 본인들이 목표를 세우고 희망했던 서울대학교에 당당히 진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