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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강이면 위기는 이미 위기가 아니다
[사설] 자강이면 위기는 이미 위기가 아니다
  • 충청헤럴드
  • 승인 2019.07.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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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같지만, 꼭 한달 밖에 안됐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는 세기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휴전 후 66년 만에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는 역사적인 순간도 보았다. 상상을 못했던 일이 실현될 때 극적인 효과는 최고조로 이른다. 특히 한미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평화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를 공약한 싱가포르합의를 동시에, 병행적으로 이행하는데 의견을 같이해 앞으로 북미 대화에 강한 힘을 실어주자고 했었다.

그런데 이를 시기질투라도 하듯, 앞서 열린 G20 선진국 정상회의를 전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일본은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예고한데 이어 실제로 지난 4일 전격적으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 최강이라는 사실을 거부하려는 듯 일본은 그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규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여기에다 내달(8월)부터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다분히 지난해 11월 우리 대법원의 일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다. 여기에 북미 실무 협상을 앞두고 지난 주, 북한이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그뿐 아니다. 우리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경고'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중국은 우리의 영공을 들락날락 한 뒤 도리어 우리측에 불만을 표시하는 무례를 범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합동으로, 보기좋게 독도의 하늘을 넘봤다.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자기 잇속만 챙기려 하고 있다. 어디를 봐도 진정한 동맹도, 믿음직한 우방도 찾을 수가 없다.

한반도 평화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안되는 것도 아닌' 상태서 경제와 안보에 커다란 위기, 이를 정치권에서는 '쌍둥이 위기'라 부르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중단됐던 사드 기자 완공을 다시 문제삼고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제 침탈과 중·러 연합훈련이 최초로 대한민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등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외교적 위기상황인 이때 국방부가 또다시 동아시아 외교 문제의 폭탄과도 같은 미MD체제 핵심인 사드 기지 공사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열강들의 이권 다툼으로 인한 위기상황 속에서 사드 반대 시민단체들은 "국방부는 오로지 사드 배치를 완성해 대한민국을 미국의 전략방어기지로 만들고 미국의 속국으로써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낸다. 이 판국에 저들의 행위가 의심받는 이유다. 이들의 식견이 다 맞는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답은 자강(自强)이다. 일본의 무역보복과 경제침탈을 보면서, 제아무리 강한 동맹약속도, 지소미아(GSOMIA)같은 정보협정도 경제전쟁 앞에서는 한낱 휴지조가리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은 새삼스럴 일도 아니다.

어떠한 국난이 닥쳐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캐파(Capacity)가 된다면 그때는 이미 국난이 아니다. 선(先) 자강이라면, 동맹도 동맹일 뿐이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실파악을 잘못하여 나라를 송두리째 잃고, 일 외세에 넘기는 오욕의 역사를 남긴 구한말 고종이 아닌, 국가를 다시 살린 영국 처칠의 혜안을 잊지 말자. 늘 위난시에 역사는 빛나는 지침서다. 역사는 오늘의 교훈이 되라고 있는 것이지, 장식용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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