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올림픽' 안전 개최가 명분…北호응 땐 정세 변화 돌파구
문 대통령이 꺼내든 '한미 훈련 연기' 카드…북미 '쌍중단'=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기간 내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연기 카드와 북한 도발을 꺼냈다.
미국 NBC 방송과의 19일(한국 시간) 인터뷰에서 내년 초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때까지 한미 군사 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한 뒤, 이를 미국 정부에 제안했음을 공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른바 '쌍중단' 제안은 한반도 정세의 긴장 완화와 '평화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안보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한시적, 전략적 승부수로 보인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추가 도발을 포기 내지 유예하고 북한 선수단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면 한반도 정세의 흐름이 대화 국면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 훈련의 연기를 미국 측에 제안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명분도 있다.
유엔 총회도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휴전 결의를 채택했듯이 올림픽의 안전 개최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고 군사적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한미 군사 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자는 취지다.
통상 3월에 열리는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2월 9∼25일)과는 겹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패럴림픽(3월 9∼18일) 기간과는 겹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에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연기가 거론된 적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대통령 전용고속열차인 '트레인 원' 내에서 미국 측 평창동계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712/1213_1324_35.jpg)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9월 독일 아데나워재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내년 3∼4월 실시되는 한미 연합 훈련의 중단 또는 축소를 논의해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국에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 훈련의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제안은 명분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시나리오라는 예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대통령 전용고속열차인 '트레인 원' 내에서 미국 측 평창동계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712/1213_1325_44.jpg)
미국은 자국 선수단이 참여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가 긴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나는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이 중재안으로 제안했던 쌍중단(雙中斷)론과 유사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동시 중단을 의미한다
북한으로서도 한미 군사 훈련이 연기된다면 이를 명분으로 올림픽 기간 국제사회의 비난을 살 우려가 높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에서 "이 모든 상황이 가능할 것인지는 북한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라며 "오로지 북한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본다"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