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
  • 이은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31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특유의 입담으로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바른 소리를 거침없이 해대던 정치권의 풍운아라고 일컬었던 정치인이 얼마 전 세상을 등졌다. 한때는 대통령 최측근으로,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화려한 정치활동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참으로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을 살다보면 비(非)는 이치를 이길 수 없고, 이치는 법을 이길 수 없으며, 법은 권력을 이길 수 없고, 권력은 천(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한비자의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 법칙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아 온 필자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을 되돌아본다. 어찌하다 대한민국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교육현장까지도 언제부터인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정치권에 손을 대고 정치에 놀아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안타까운 문제라 생각된다. 교육에 무슨 보수와 진보가 있겠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교육은 최소한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교육의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 교육감이 누가 되더라도 교육만큼은 정치적 논리에 흔들리지 말고 교육의 본질을 향해 정도를 가야 한다.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에서 변하는 것은 그 방법이나 형태일 뿐이다.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양한 학습매체나 학습방법의 변화는 교육의 본질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일 뿐이지 교육의 본질을 변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교육의 본질은 무엇일까? 학력이 우수한 학생일까?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필자의 주관적 견해로 교육의 본질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즉 사람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도록 하는 것이다. 권력이 있다고 이치에 맞지 않는 생활을 하고, 법을 무시하고, 민심을 거스르는 생활은 사람보다는 동물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진로 문제로 많은 걱정하고 있다. 자녀의 타고난 재능보다는 사회에서 선호하는 의사, 판사, 교수와 같은 진로나 직업을 소망하고 있다. 어느 화가가 알을 보고 새를 그리는 그림이 있다. 그 화가는 알에서 나올 수 있는 새, 즉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학부모들은 알에서 나올 수 없는 호랑이나 사자를 그리려고 하고 있다. 타고난 재능을 키워줘야 자녀들이 행복할 수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듯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이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치에 맞는 생활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밑바탕이다. 기본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치에 맞는 생활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치에 맞게 생활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이권을 챙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러한 이치에 맞지 않는 비리를 다스리기 위하여 법이 존재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위의 말을 한 적이 없음에도 그의 말로 인용되고 있는 이유는 그가 부당한 판결을 받았음에도 독배를 마시고 죽었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타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당한 법의 판결이지만 순응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준법의 모범처럼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친구 ‘크리톤’에게 분명히 자신을 사형으로 내몬 다수의 생각은 우매하고 그릇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매한 군중들이 상식으로 여기는, 감옥에서 간수에게 뇌물을 주고 탈출하여 삶을 영위하는 그 방식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당당히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는 법의 판결을 순응한 것이 아니라, 삶의 고결한 원칙을 죽음이 두려워서 깨뜨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을 것이다.

교육감에 따라 교육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자. 1등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서로가 상생하는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따뜻한 세상은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보다는 이웃 모두에게 행복을 만들어 주는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면 내가 불행하고 싶어도 불행할 수 있을까?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의 의미를 가슴 깊이 되새겨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