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도지사가 2일 우리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향후 충남도의 대일 교류활동 일체에 대해 무기한 연기 방침을 밝히고 나선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할뿐 아니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 지사는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220만 도민과 더불어 강력히 규탄한다”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일본 스스로가 주창해 온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며, 외교적 사안에 대한 경제적 수단을 갖고 대응한 매우 졸렬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앞서 서울시가 역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지자체 교류 중단을 검토한다고 밝힌 것에 견주어도 진일보한 것이라 하겠다. 해서, 우선은 양 지사의 빠른 결단과 용기, 그 의연함을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 정부는 이미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각의 결의 발표가 나오자 즉각 긴급 국무회의를 통해 종합 대응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에서 일본이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 제외를 결정한 것과 관련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한 일본정부가 화이트국가 배제 결정을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사태에 대한 책임이 일본측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했다. 다시말해, 일본은 우리에 대해 역사문제요, 사법문제를 경제문제로 끌어들여 급기야 2차례에 걸친 보복결정으로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과 진배없다. 이로 인해 일본은 이제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나라'에서 '가까이 할 수 없는 나라'가 됐고, 한일관계는 깊고 깊은 수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고 할 수 있다.
충남도는 여타 광역 자치단체보다도 일본 지자체간 교류가 활발히 이뤄져온 것이 사실이다. 옛 백제의 일본 교류로부터 중세, 근세시대에 이르기까지 대륙의 문물을 전파한 메신저로서의 역할, 내지는 일본 문화의 맹아를 틔우는데 있어 커다란 역할을 통해 일본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문화의 원류이자,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점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한일간에는 끊을 수 없는 고리는 많다. 또한 근대에 들어서도 충남도와 일본 구마모토현과의 교류는 여타 광역단체들이 부러워할 만큼 활발한 역사를 갖는다. 하지만 아베의 무모한 반문화적, 반이성적 경제보복은 순수한 민간부문의 교류마저 막고 말았으니, 사실상의 일본의 경제전쟁 선포에 대응한 우리의 대응은 정당한 것이며, 경제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아무리 높은 가치지향의 교류라고 해도 전쟁 당사국과의 교류는 옳지 않다.
경제력면에서는 현재 일본에 3배 가량 뒤지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문화와 예술의 전파자요, 정신적 지주라는 점에서는 늘 일본에 앞서온 우리에 대해, 안타깝게도 일본은 더 이상 자국의 우방국이 아님을 천명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전쟁을 선포한 나라에 대해 단호히 대처함이 마땅하며, 중앙정부 대책에 발맞추는 동시에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적극 추진함이 옳다. 더욱이 충남은 역사적으로도 항일운동가들이 많이 배출한 고장이요, 나라가 어려운 때 몸을 던져 싸운 충신이 많았던 고장이 아닌가. 그동안 우리측에서 여러번 강조했듯이, 이 모든 단절과 파국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음을 우리는 확신하면서 이번 충남도의 대일 교류 중단 선언을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덧붙여, 무려 1100여 품목에 걸친 일본의 2차례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파장은 지금 당장보다는 3주후부터 우리에게 가시화할 공산이 매우 큰 만큼 충남도 등 각 자치단체는 상황실을 설치해 면밀히 대응해 관내 기업과 중소상인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다행히 상시 피해 접수창구를 운영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하니 마음은 놓이지만, 도내 농어업민들이 겪을 피해에 대해서는 행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만, 졸지에 교류 중단이라고 하는 사태를 겪게될 단체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양해를 구하는 동시에 문화면에서의 혁신과 새로운 생태계로의 전환을 이루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령, 백제문화교류를 보자면, 과거 백제는 일본(당시 왜)외에도 동아시아의 해상왕국이라 칭할 만큼 남지나 여러나라들과의 교류도 적지않았던 만큼 계제에 눈여겨보는 기회가 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양 지사의 표현처럼, 당분간 어렵고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으나, 반드시 극복해 낼 수 있다는 신념과 극일의 정신으로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 협상테이블은 더 빨리 마련될 것이라 믿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