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원이나 과외 등의 사교육이 일정 부분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할 수는 없다. 교육과 관련된 모든 것을 공교육에서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체능과 관련된 내용은 더욱 그렇다. 바이올린, 피아노, 가야금 등 악기와 관련된 음악활동이나 태권도, 합기도, 검도 등의 체육활동이나 서예, 회화 등의 다양한 미술활동 등은 학교 교육만으로는 비중이나 심도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상당하다.
따라서 예∙체능 부문은 사교육의 영역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그렇지만 국어, 영어, 수학 등의 주지교과라고 일컫는 교과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하다. 굳이 경비를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학력 향상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억을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휴식과 복습이 필요한데, 쉬거나 복습을 해야 할 시간에 학원에 가서 새로운 학습을 하게 되면, 앞에서 학습한 내용은 망각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하고 망각하고, 학습하고 망각하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되는 결과만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지치게 되고, 학습에 능률이 떨어져 상실감만 커지게 된다.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이다. 요즈음에 학원에서의 교습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만약 강사가 영어 문장을 읽고 해석하고, 수학 문제를 칠판에 풀어가면서 가르치는 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학생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학원 강사가 공부하고 학생은 구경하는 것이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탐색하고, 해결 방법을 궁리해 보고,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면서 공부를 해야 자기 것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네비게이션이 안내해 주는 대로 목적지로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목적지까지 어려움을 겪지 않고, 빠르게 찾아갈 수는 있지만, 다음에 네비게이션 없이 찾아가라고 하면 찾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아들과 약속을 했다.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이 진짜 공부라는 것과 학교 공부만 가지고도 충분하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학원 공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급에서 2등만 하면 학원비를 아들 통장에 입금해 주겠다고 했고, 아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3등을 했다. 통지표에 과목별 석차만 나오고, 전 과목 평균 석차는 나오지 않았지만,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아내는 3등을 하자 학원에 보내지 않아서 그렇다며 바로 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그 뒤 1학기말 고사, 2학기 중간고사, 학년말 고사로 갈수록 성적이 떨어졌다. 학년말 고사에서는 학급에서 10등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학원 수강을 끊도록 했다. 아내에게도 나 몰래 학원에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고, 아내도 동조하였다.
아들과도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다.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이지, 학원 강사가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자 2학년 1학기말 고사에서는 학급에서 상위권으로 다시 진입하게 되자 필자의 아내는 조금만 더 성적이 오르면 과학고등학교에 보낼 수 있겠다며 2학기부터 학원에 다시 보내게 되었다. 그렇지만 과학고등학교에는 진학을 시키지 못했다.
필자가 1997년도에 5학년 담임을 하면서 수학경시부를 운영한 적이 있다. 수학에 소질이 있다고 판단되는 10명을 선발하여 월․화․목․금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였다. ‘가르쳤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운영하였다’고 한 이유가 있다. 첫 날에는 10문항짜리 문제지를 주고, 3시간 동안 풀게 하였다.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기출 문제나 응용문제를 제시하였기 때문에 10문제를 3시간 동안에 다 해결을 하지 못하였다.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필자는 자료를 찾아가며 새로운 문제를 준비하였다. 둘째 날에는 채점한 문제지를 돌려주고, 다 같이 풀어보는 시간으로 운영하였다. 10명이 다 맞은 문제는 극히 드물었지만, 그런 문제는 설명 없이 넘어가고, 다음 문제를 검토했다. 정답을 쓴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에게 나와서 칠판에 풀게 하고, 설명하라고 했다.
내가 풀어주는 것보다 학생이 풀고 설명할 때 다른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풀지 못했는데, 저 친구는 어떻게 풀었을까?” 하는 호기심과 자존심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만약 교사인 내가 풀어줬다면, 선생님이 푸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며, 자존심도 상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집중력도 떨어졌을지 모른다.
10명 모두 풀지 못한 문제도 내가 직접 풀어주지는 않았다. 학생마다 문제를 풀다가 막힌 부분이 다를 수 있다. 한 명에게 칠판에 문제를 풀게 하고, 막히면 들어가게 했다. 막힌 부분을 풀 수 있는 학생이 있으면 나와서 풀게 하고, 풀다가 막히면 들어가게 했다. 다시 다른 학생이 풀게 하다 보니, 거의 모든 문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풀 수 있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학생들에게 값진 학습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들에게 그런 나의 생각을 얘기를 했더니, 인터넷에 그런 사이트가 있는지 찾아본다고 하더니 찾았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하여 학생들이 공부하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답해 준다고 했다. 아들도 그 사이트에 가입하여 공부했다. 사이트 명은 orbi 였다.
예를 들어,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풀다가 막히어 더 이상 풀 수 없게 되면, 푼 데까지 작성하여 사이트에 올리면, 48 시간 안에 나머지 부분을 풀어서 설명과 함께 올려놓는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무료였다. 아들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는 서울대학교로 초대하여 캠퍼스 구경도 시켜 주고, 설명도 해 주었다. 아들은 서울대학교를 방문하고 와서 꿈을 갖게 되었는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교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아들이 공부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고, 그 전보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