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에 있어 두 가지 축은 지식 교육과 인성 교육일 것이다. 두 가지 다 중요하겠지만 좀 더 중요한 것을 한 가지 택하라고 하면, 필자는 인성 교육을 꼽을 것이다. 지식은 총과 같다고 생각한다. 총을 경찰이 가지고 있으면 범인을 잡는데 사용하지만, 강도가 가지고 있으면 남의 물건을 빼앗는데 사용한다. 지식은 무기인 것이다. 인성이 바른 사람이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 지식을 이용하여 여러 사람을 유익하게 하지만, 인성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 지식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에게 해를 입힌다. 일류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똑똑한 사람이 바른 인성을 갖지 못하여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가 비일비재하지 않는가? 차라리 인성이 바르지 못한 사람에게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머털도사’라는 만화영화가 있다. 도를 가르쳐 달라고 찾아온 머털이에게 도사는 한 3년 동안은 도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면서 청소하기, 빨래하기, 밥짓기, 나무하기 등만 시키다가 머털이가 바른 인성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도를 가르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녀의 인성 교육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시켜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일상생활 자체가 인성 교육이고, 가정과 사회의 모든 장소가 인성 교육의 장인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말이나 행동 등을 보고 그대로 따라 배우고 익힌다. 부모가 바른 언어를 사용하면 자녀도 바른 언어를 사용하게 되고, 부모가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대해 긍정적이면 자녀도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반대로 부모의 언어가 거칠거나 부정적이면 자녀의 언어도 거칠게 되고,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보면 부모 곁에서 다소곳이 앉아 식사를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부모 곁에 앉아 있지 못하고 식당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난치는 아이를 가끔 보게 된다. 그럴 때 어떤 부모는 모른 채 하거나 “이리 와서 앉아.”하고 몇 번 얘기하고 만다. 식당 주인은 손님들 눈치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를 태운다. 식당 주인이 용기를 내어 돌아다니는 아이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가 부모에게 봉변을 당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부모는 주인에게 왜 애를 기죽이냐며, 식당이 여기 하나밖에 없는 줄 아냐며, 소리를 지르고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이 나가지 않았으면 필자 가족들이 나가려고 했었다. 대개 그런 경우에 외국에서는 조용히 식사하고자 하는 많은 손님들을 보호하고자 큰 소리로 떠들거나 장난치는 아이들에게는 단호하게 대처한다고 한다. 주인이 그냥 내버려 두면 다른 손님들이 다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독일로 이민 간 교포 얘기가 있다. 어머니는 아이를 유치원에 입학시키려고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유치원에 갔는데, 유치원에서는 시험을 봐서 통과돼야만 입학할 수 있다고 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도화지와 붓과 물감을 주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 내라고 했다. 어머니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이가 크레용으로는 그림을 그려봤지만, 물감으로는 그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과외라도 시켰을 텐데. 아이가 입학시험에 떨어질 줄 알았지만, 막상 떨어지고 나니 사정이라도 얘기해 보자고 원장한테 얘기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다고. 입학만 시켜 주면 과외라도 시켜서 따라 갈 수 있도록 열심히 지도하겠다고. 그러자 원장의 대답은 매우 뜻밖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그림 실력을 평가한 것이 아닙니다. 그림을 그리고 나서 정리를 어떻게 하는지 평가한 것입니다. 댁의 자녀는 물감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검정 물감을 빨강 물감 놓는 곳에 두었고, 빨강 물감은 파랑 물감 놓는 곳에 두는 등 정리의 기본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것은 가정에서 가르쳐서 보내야 합니다.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서 시험에 응하게 해 주십시오. 다음에는 합격하여 우리원의 원생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성 교육은 가정에서 99% 책임져야 한다. 자녀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신호등이 파랑색일 때 주위를 살피고 건너야 된다고 수시로 지도해야 한다.
휴지는 반드시 휴지통에 버리도록 하고, 가지고 논 장난감은 정리해 놓도록 하며, 기다릴 때는 차례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질서 지키기 등의 교육을 위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지도해야 한다. 목욕탕이나 극장 등 대중시설을 이용할 때의 예절도 가르쳐야 한다. 5세 반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에 기본적인 인성 교육은 부모를 통해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자녀가 잘못하는 것은 거의 다 부모 책임이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에 비친 모습이다. 부모는 자녀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필자는 아들에게 인성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시킨 것은 없다.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보는 앞에서 거친 말을 사용하거나 남을 비난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자기 방은 자기가 치우게 했고, 놀고 난 장난감은 꼭 제자리에 놓도록 했다. 초등학교 중간학년부터는 자기의 식사 그릇은 자기가 닦도록 했다. 친척이나 친구 집을 방문할 때에는 어떻게 예절바르게 인사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얘기해 주어 예의 없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했다. 산에 오를 때는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힘들다고 포기하고 중간에 내려온 적은 없다. 언제 어디서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했다.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하여 책임을 다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