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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값을 해야 사람대접 받는다
나이 값을 해야 사람대접 받는다
  • 이은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1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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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지학(志學)은 논어의 위정편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열다섯 살 때에 성인의 학문을 배우려고 뜻을 세웠다’는 말로, 학문에 뜻을 둔다는 15세를 뜻한다. 다른 생각 말고 학문에 정진해야 할 시기다. 사춘기라고 방황할 때가 아니다. 1달 고생하면 1년이, 1년 고생하면 10년이, 10년 고생하면 평생이 편하다고 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다. 필자의  친척이기도 하고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가 있었다. 시장에 있는 하숙집에서 생활했는데 시장에서 나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그 무더운 여름에도 문을 닫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흘리며 공부에 몰두하였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그 때 당시 처음으로 개교한 항공대학에 입학하였다. 지금은 잘 나가는 항공회사 임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단다. 땀 흘려 공부한 보상이다. 평생 고생할 것인가? 아니면 젊을 때 고생할 것인가?

7년 전쟁 임진왜란이 있었다. 1년만 미리 준비했더라면 1년도 가지 못할 전쟁이었다. 설마하다 당한 전쟁이다. 이순신 장군이 아니었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전쟁이다. 배워서 남 주는 것 아니다. 부모 좋게 하는 것도 아니다. 나 잘 되자고 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처럼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약관(弱冠)은 남자가 20세에 관례를 한다는 뜻이다. 남자가 성년에 이르면 어른이 된다는 의미로 상투를 틀고 갓을 썼다. 유교에서는 원래 스무 살에 관례를 하고 그 후에 혼례를 하였으나 조혼이 성행하자 관례와 혼례를 겸하였다고 한다. 아이가 아니고 어른이다. 지금 스무 살 먹은 젊은이들을 보라. 어른스러운 점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경우에는 스무 살이 넘어서도 아이 같다. 너무나 애지중지 키워서 일 것이고 과잉보호해서 그럴 것이다. 혼자 스스로 행동할 수 있고 험한 세상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자녀 하는 일에 너무 간섭 말자. 걱정한다고 안 되는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되는 일이 안 되지도 않는다. 스스로 알아서 잘 할 수 있으니 믿고 맡겨라. 자식에게 평생 김장 담가주고, 반찬 해 주고, 손자 봐 주는 것은 자식을 공주 인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뒤 늦게 후회하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맡겨보자. 

이립(而立)은 자립할 수 있는 30세를 뜻한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 옛날 서른 살에 높은 벼슬한 사람 많다. 지금도 서른 살에 자립하여 사는 사람 많다. 부모나 스승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야지 끌고 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른이면 놔두어도 잘 할 수 있다. 못한다면 능력의 한계라고 생각하라. 마음 편히 가져라. 잘 된 사람과 비교하여 마음 상처 갖지도 주지도 말고 팔자려니 생각하라.

불혹(不惑)은 사물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40세를 가리킨다. 사물의 이치를 알았으니 이치에 거슬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치를 바로 알고 이치를 거역하지 말라. 이치를 거슬리면 반드시 화를 입는다. 이치에 맞는 생활, 말로는 쉬우나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녹녹치 않다.

이놈의 사회가 착하게 살고 공부 잘 하는 사람이 잘 되지 않다 보니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좋지 않은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지금 손해 보는 것 같더라도 이치에 맞는 생활을 하면 나중에 덕 본다. 손해 보는 것처럼 사는 사람이 그릇이 큰 사람이다. 손해가 아니고 덕을 베푸는 일이다. 너무 똑같이 나누려 하지 말고 비움의 참의미를 알아야 한다.

지명(知命)은 천명을 알게 된다는 50세를 뜻한다. 작은 그릇의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늘에서 보면 우습고 어리석다. 보다 큰 뜻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재물에 대한 욕심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경청하고 비울 줄 아는 큰 뜻을 가져야 한다. 의사가 되어 돈 많이 벌어 우리 가족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지명이 아니다. 나보다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버려서라도 도와주는 희생의 고귀함을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

이순(耳順)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일 줄 아는 60세를 뜻한다. 그래서 귀 이(耳)를 쓴다. 내가 잘 되었다고 내 말만 앞세우지 말고 나의 뜻을 상대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말을 순순히 받아주고 이해하려는 넓은 바다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외에도 61세를 회갑(回甲), 화갑(華甲), 환갑(還甲)이라 하고, 환갑보다 한 살 더 나갔다고 하여 진갑(進甲)이라 한다.

70세를 고희(古稀)라 하는데, 뜻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 생활을 한다는 데서 나온 종심(從心)도 70세를 뜻한다.  ‘희(喜)’자를 초서로 보면 일곱 칠(七) 위에 하나, 아래 두 개로, 세 개가 쓰이므로 ‘七+七’세, 즉 77세를 희수(喜壽)라 하고, ‘산(傘)’자는 초서로 쓰면 팔(八) 아래에 열 십(十)이 들어가 있으므로 ‘八+十’세 즉, 80세를 산수(傘壽)라 하며, 미(米)자를 분해하면 ‘八+八’이 되기 때문에 미수(米壽)는 88세, 졸(卒)을 초서로 쓰면 九와 十이 합쳐진 것과 같이 보여 졸수(卒壽)는 90세, 백(百)에서 일(一)을 빼면 백(白), 즉 백수(白壽)는 99세를 가리킨다.  

‘나이 값도 못 한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자주 활용되는 말이다. 나이에 걸맞게 생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이 값도 못 한다’고 하며 생활자세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보다 한참 뒤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나이 값을 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도 되나,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이 값의 자체가 기준점이 없는 추상적인 값이다 보니 실천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이는 그냥 먹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설날 떡국 한 그릇 먹고 나면 ‘나이 한 살 더 먹었네.’ 하는 어른들의 지나치듯 하시는 말씀엔 나이 값을 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최소한 ‘나이 헛쳐 먹었어.’ 하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선조들이나 성인들이 나이마다 부여한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며 어떻게 하면 나이 값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기회를 마련해 보자.
“나이 값을 해야 사람대접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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