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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안희정이 몰락한 날 조국은 연명했다
[시사칼럼] 안희정이 몰락한 날 조국은 연명했다
  • 강재규 기자
  • 승인 2019.09.09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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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조국
안희정-조국

두 사람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최종 몰락한 날,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목숨을 부지했다. 10여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연루되고, 한 차례 기자간담회, 한 차례 인사청문회로 상당한 의혹이 가실 줄 알았던 조 후보자가 의혹은 해소하지 못한 채 법무장관으로 공식 임명 재가 절차를 거쳐 임명장까지 받았다. '권력기관 개혁은 대선 공약'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란 것이 임명 이유였다.

이들 두 사람 모두 '이미지 정치'의 표상이었고, 대권을 노렸거나 잠재적 대권후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민주와 개혁의 상징자본이란 점에서도 같았다. 그리고 그 이면에 꽈리를 틀고 있던, 각종 위선과 부도덕으로 덧칠된 가면의 정치도 흡사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점도 같았다.

그런데 앞의 안희정은 지위를 이용해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2심에서 법정구속 됐다가 9일 징역 3년 6개월의 형이 대법원으로부터 확정받았다. 실낱같던 희망의 불빛마저 꺼져버리며 사실상 정치적으로도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강제추행과 피감독자 간음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 차례에 걸쳐 비서 김지은 씨를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조국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지난 6일까지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넘어오지 않은 총 6명의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들을 해당 공직에 임명했다. 지난 8월9일 개각 발표를 통해 지명한 지 31일 만이다. 숙고의 시간과 관계없이, 문 대통령으로서는 조국 장관 임명은 어차피 승부수다. 이래도 저래도 혼란은 온다.

어쨌든, 조 장관이 검찰을 지휘하는 장관직에 취임하면서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신경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 전망하는 이가 많다. 당장 청와대 등 여권은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 文, 윤석열 대신 조국을 택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은 조만간 조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사모펀드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무수한 의혹 사건들에 대해 수사해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최고 권좌를 떨어뜨린 '정권의 저승사자' 윤석열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국민들은 짜릿한 전율을 느낄 법하다.

사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 수여식을 가진 자리에서 조 장관 임명에 대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 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며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 부인의 기소로 장관직 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 대해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게 보여줬다"면서 "검찰은 검찰이 해야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하지만, 선출 권력을 나눠진 장관과 검찰권력이 충돌하는 사태도 완전 배제하지 못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라고요..."라며 윤 총장을 응원했었다.

그런데 청와대의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음이 감지된다. 대통령의 장고는 이를 반증하는 것이었다. 그 기류는 여권으로 급속 전파됐고, 여권 인사들이 검찰을 향해 발톱을 치켜세우는 형세다. 겉으로는 '윤석열은 수사하고, 조국은 검찰개혁하면 된다'(이인영)는 식이지만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헤치는 발언으로 충분하다. 심지어 '윤석열이 조국 낙마시켜야 한다'고 했다는 얘기를 흘리거나, '이번 검찰 수사는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이라며 헐듣기에 혈안이다.

■ 이미지 상징자본 시대 가고, 도덕성 가치자본 시대 오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앞날이 험난할 것임을 예표하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정치공동체격의 조국을 택한 것은 윤석열을 버린 것이란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이 곧 '임기내 검찰 개혁완수'를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칭송하던 여권이 최대 위기를 맞으며 표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당장에 잠깐은 선출권력이 검찰권력을 장악하는 모양새로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조국 장관 수사에 대해 여론은 검찰쪽의 손을 들어준다.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반응은 39.5%인 반면, 수사가 정당하다는 쪽은 52.4%다. 보수 진보를 넘어 중도층에서도 59대 36%로 정당한 검찰수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부담스런 부분이다.

더욱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조국 장관 관련 이슈에 민감한 19세 이상 20대가 포함된 2030 세대에서는 40대 52로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다, 최근 수 주 동안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데드크로스(하방역전현상)를 지나 45%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는 점이고, 조금씩 낮아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40%선을 깼다는 보고도 나온다. 이는 문 대통령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쪽이 늘고 있다는 얘기여서 조기 레임덕 현상을 우려케 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번에 조국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기는 했으나 이미 자신에 씌워졌던 개혁과 진보의 이미지는 완전 망가진채다. 문 대통령은 조국을 택한 댓가로 인해 정권의 도덕성에 결코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그로 인해 文 정권 자신이, '이미지' 상징자본이 훼손되면서 정권에 대한 신뢰자본이 상당부분 깎여나갔다. 검찰의 수사 상황에 따라서는 장관 임기를 다 채워간다는 보장, 누가 할 수 있겠는가.

文 정권이 최대한 이른 시일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한, 원칙과 상식을 애기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반칙과 위선으로 정의롭지 못한 정권이란 이미지로 대체될 위기에 처할 것이 자명하다. 민주화 이후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헤메던 우리 사회가 비로소 도덕성이란 가치자본을 생명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것이 자칫, 안희정-조국 두 상징자본을 지키려다 권좌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다들 걱정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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