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의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과 소방당국은 당일 1층 천장의 얼음을 녹이기 위해 열선을 끌어내린 데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발화 지점인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한 지 50분 뒤 발화했고, 작업에 별다른 도구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관리인의 진술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층 천장 패널에 붙은 얼음을 녹이기 위해 천장에 있던 보온등이나 열선을 끌어내린 뒤 그대로 둔 것이 과열돼 패널을 덮고 있던 스티로폼이나 보온용 천을 태우면서 불이 시작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화재는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쯤 이 센터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 천장의 불덩어리가 주차 차량 위로 쏟아지면서 불길이 번졌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주차장 천장 안쪽의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진 후 50분 뒤 큰불이 번졌다는 점을 토대로 불이 나기 전 천장에서 얼음 제거를 한 관리인 김 모(50)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가 얼음을 제거할 때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천장 내부의 하수도 배관이 얼지 않게 열을 내는 기능을 하는 천장 내부 보온등이나 열선에 이상이 생겨 불이 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건물 천장 안에 상당히 많은 보온등과 열선이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포츠센터 건물은 내부 온도가 고르지 않아 천장 패널에 얼음이 얼고 밖으로 새어 나온 물로 생긴 고드름이 문제였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천장 배관 누수로 인해 생긴 고드름이 떨어져 주차 차량이 파손되는 것을 막으려고 김 씨가 천장 패널을 뜯고 얼음 제거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라며 "천장 내부 보온등과 열선이 있었는데도 얼음이 얼 정도로 내부 온도가 고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김 씨가 천장 안으로 들어가, 얼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불을 낼 수 있는 무엇인가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김 씨는 패널을 두드려 얼음을 떼어냈다고 말하지만 무엇인가 밝혀지지 않은 게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김 씨가 잘 떨어지지 않는 얼음을 녹이느라 보온등을 끌어내렸거나 열선을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얼음이 녹은 뒤에도 보온등이나 열선을 제자리로 옮겨놓지 않았다면 과열되면서 패널 위에 얹힌 스티로폼이나 보온용 천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씨가 열선을 건드리는 과정에서 오래돼 피복이 벗겨진 부분이 누전돼 합선되며 불꽃이 튀었을 수도 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김 씨를 추궁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술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천장 작업을 한 관리인 진술을 토대로 발화 원인을 합리적으로 추론하고 있다"라며 "불이 나기 전 1층 천장 내부 구조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걸 알아야 보온등이나 열선을 건드렸는지가 규명돼 분명한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