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배 회장 "농민은 벼랑 끝, 정부는 대책 마련해야" 촉구

[충청헤럴드 세종=이경민 기자] 최근 정부가 WTO 농업부분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정부와 농민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인삼협회 등 21개 농민단체는 13일 서울 국회 앞에서 시위를 열고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규탄하고 나섰다.
인삼협회 반상배 회장은 이날 ‘WTO 농업부분 개도국 포기 규탄’을 위한 농민총궐기대회에 참석 “개도국 포기는 대한민국 농민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농민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저속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정부를 향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농민을 벼랑 끝까지 계속 몰아 기어코 등을 떠밀었다”며 “농민들의 희망을 저버린 정부는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농업부문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개도국 지위 포기 전 우리나라는 농산물 분야에서 선진국 대비 모든 의무를 3분의 2만 이행해 왔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 포기 후에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율과 국내 농가에 지급됐던 보조금이 대폭 낮춰진다.
지금까지는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높게 매기고 국내 농가에는 보조금을 주며 농산물 시장을 보호해왔지만, 이제는 정부의 보호정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관세율이 높은 작물로는 쌀(514%), 보리(314%), 참깨(630%), 고추(270%), 마늘(360%), 양파(135%), 인삼(754.3%) 등이 있으며, 이번 개도국 포기로 비교적 관세율이 높았던 인삼과 쌀 작물의 타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 포기 전 정부는 인삼 농가에 지원하고 있는 수출마케팅비와 물류비를 오는 2023년까지 지속할 예정이었지만 포기 발표 이후에는 보조비 지원이 조기에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이 농가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발표한 ‘공익형직불제’로 보조금 감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책을 내놨지만 협회 측은 공익형직불금과 보조금 예산은 별개의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상황이다.
정부가 제안한 공익형직불제는 쌀 농가의 일정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하던 직불금을 농작물 전체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 소규모 농가일수록 지원 금액은 더 늘어난다.
특히 공익형 직불제는 WTO에서 감축해야 하는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앞으로의 통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인삼협회는 “개도국 지위 박탈 선언 전부터 공익형 직불제는 논의됐던 사안이었고, 정부는 이와 별개로 예산 증액을 통해 WTO가 허용하는 보조금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의 외교능력과 협상 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인삼이나 쌀 등의 품목에 대해 한미 협상 시 제한적 우대 조항이나 예외적 우대조항 조건을 제시해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21개 단체가 참여한 궐기대회에서 선두에 선 반상배 인삼협회 회장은 <충청헤럴드>와 인터뷰를 통해 “개도국 지위에 있을 때처럼 쌀과 인삼에 대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호해 줘야 한다”는 바람을 간곡히 전하며 “우리의 바람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협회는 꾸준히 규탄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