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윤기한의 직언직설] 단식과 비아냥
[윤기한의 직언직설] 단식과 비아냥
  • 윤기한 논설고문
  • 승인 2019.12.05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
                                                      [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

일정 기간에 걸쳐 의식적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 게 단식이다. 실제 어떤 요구조건을 주장하거나 항의하는 사람이 음식을 먹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들어내 보일 때 이를 가리켜 단식투쟁이라고 한다. 기름진 살을 빼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 억지로 굶는 방법을 선택할 때의 단식은 사치스러운 작태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정치적 의미의 단식과는 차원이 다르기에 이는 여기에서 배재되는 개념이다. 

지소미아, 선거법 변경, 공수처법 등을 반대하며 청와대 앞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 농성을 감행했다. 여드레째 진행된 단식 농성은 황대표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바람에 잠시 중단되었다. 응급치료를 받아 의식을 회복한 황대표는 그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단식농성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사이 여성동료 의원 두 사람도 단식농성에 자진 참여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동반 단식농성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렇건만 이 고귀한 단식농성을 향해 여권 정치인들이나 좌파 지지자들은 엉뚱한 짓을 자행했다. 그들은 터무니없는 조롱에다 비아냥을 서슴지 않았다. 단식 농성을 비웃거나 얕잡아 놀려댔다. 이를 데 없이 조롱을 해댔다. 엄청나게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얄밉기 짝이 없는 태도로 비웃으며 놀려대기까지 했다. 선량한 인간 본연의 심성은 찾을 길 없이 추악한 언사와 망측한 행태로 단식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했다. 보도에 의하면 황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근처에서 ‘맞장 농성’을 하던 여권 성향 족속들이 ‘황제 단식’이 끝났다고 환호하며 춤까지 추었다고 한다. 인면수심의 망나니들이 아닌가. 고약할시고. 게욱질이 일어난다.  

이런 비인간적 행태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넘어서는 잔혹성을 보여준다. 생물 중에서 인간이나 하등동물이 똑같이 본능적 욕구에 시달린다. 그건 다름 아닌 식욕과 성욕이다. 이 두 가지 본능적 욕구는 생명을 담보하는 정도로 강렬하고 치열하다. 얼핏 식욕은 성욕을 앞선다는 실험심리학자들의 보고가 있었다. 이제는 고전적 교과서적인 욕망이론이지만 매우 호소력 있는 연구결과였다. 실험용 쥐를 한 자리에 묶어 놓았다가 먹을거리와 성욕거리를 각각 양쪽 끝에 위치시키고 한동안 음식을 먹이지 않고 동시에 성욕상대도 격리했다가 풀어주며 쥐의 행동을 관찰했다. 실험심리학자들의 원시적 실험실습과정이었다.

강제금식과 성욕억제를 당한 실험용 쥐가 해방되는 순간 두 가지 욕구의 대상으로 통하는 길을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먹거리와 성욕거리가 양쪽 끝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러 잠시 쥐의 행동이 머뭇거려진다. 허나 금세 먹거리 냄새가 풍기는 쪽으로 황급히 달려간다. 식욕이 우선인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일러 왔다. 굶주린 쥐는 성욕충족 이전에 식욕의 유혹에 더 강렬하게 유인되었던 것이다. 사람도 쥐와 마찬가지로 욕망의 두 갈래에서 식욕의 강압에 우선적으로 납치당하고 만다. 단식의 경험도 전무한 무뢰한들이 내뱉는 비아냥은 천하의 악동이 저지르는 악행이 아니고 무엇인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농성 자체를 악덕모리배와 같은 유형으로 모멸하는 소셜미디어가 난무했다. 한국당이 하루에 200만원이 넘는 입원비를 내고 ‘황제입원’을 감행했다는 허위선전을 내놓았다. 그 흔한 가짜뉴스로 국민을 호도하며 단식농성을 비하하는 언사를 함부로 지껄여댔다. 그런가하면 황교안이 아직도 살아 있느냐고 황당무계한 농간을 부리기도 했다. 한 끼의 밥도 제대로 단식이나 금식을 해보는 용기마저도 없는 주제에 옆에서 삼겹살 구워 먹으면서 먹방을 찍고 싶다는 악질인간의 조롱이 올라온 인터넷에 진저리가 쳐진다. 그런 놈팽이에게는 제 허벅지 살을 칼잡이의 무도칼로 베어내서 바비큐를 만드는 만용을 부리자고 나서는 멍텅구리 멋쟁이도 있다. 아뿔사, 지옥의 화염이 부끄럽지 않은가.

촛불의 승리로 집권했다는 자랑에 겨운 문재인 정권의 장기판 졸자들은 이번 황대표의 단식농성을 모욕하고 조롱하고 비아냥댄 죄과를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여권 정치인은 하나 같이 황대표를 비웃고 능멸했다. 인간 이하의 언어를 동원하고 압박을 저질렀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나리는 단식농성장의 천막을 철거하라는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협박 같은 짓을 해댔다. 다른 경우에도 그런 형식의 요구를 한 적이 있는가.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으로 논평을 내놓고 단식농성을 악평했다. 영양제 주사를 맞으며 천막으로 둘러싼 황대표의 ‘황제 단식 쇼’라고 얼러댔다. 전대협 발대식에서 제1기 의장으로 선출된 이인영 민주당 원내 대표는 당시에 매우 유순한 저항아였다. 어느 사이에 변질을 거듭한 나머지 이제는 너무나 부풀어진 허파를 가슴에 지니고 있는 듯한 모습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런가하면 제일 꼴찌감 정당을 이끌고 터무니없는 소리를 마구잡이로 쏟아내기 좋아하는 민주당 ‘2중대’ 대표 심상정은 ‘황제 단식 텐트의 철거’를 외쳐대고 있단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황제’는 천막생활을 하지 않았다. 황제의 위세는 하늘이 허락한 특권이다. 만인의 최상위에 자리한 황제는 비굴하지도 연약하지도 않았다. 늠름하고 당당하고 용감했다. 모범적인 한국의 신사 황교안 대표를 황제로 칭송하는 아량이 있다면 이에 수반하는 언어도 정갈하고 상냥해야 마땅하다. 얼핏 생명의 위험도 생길 수 있는 단식농성을 허튼수작이라며 비아냥한 짓은 결과적으로 황대표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는가. 공연한 비아냥의 헛수고가 아깝게 된 사람들의 인간성만 도드라지게 부각되었으니 그들이야말로 다름 아닌 ‘벌거숭이 황제’가 아닌가. 악덕 인간성만 나열하는 짓은 국민이 벌을 내릴지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