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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 못난 방학
지지리 못난 방학
  • 이은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8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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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학생들이 좋아하고 기다리는 가슴 벅차하는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은 규칙적이고 나름대로 엄격했던 학교생활로부터 벗어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게 마련이다. 방학을 한자어로 접근해 보면 놓을 방(放)과 배울 학(學)이 합쳐진 낱말이다. ‘배움을 놓는다’라기 보다는 ‘규칙적이고 나름 엄격했던 학교생활의 프레임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풀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방학기간 동안 학생들은 주로 가정에서 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나름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방학기간 중에 학생들은 학(學)보다는 습(習)에 중점을 두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논어 학이(學而)편에 풀이되어 있다. 학(學)은, 배움이란 변화와 성장을 위한 새로움과의 만남의 의미로 먼저 깨달은 스승을 본받는 것이라고 했다. 습(習)은, 어린 새가 스스로 날기 위해서 날개(羽, 깃우)를 수없이 파닥거리면서 스스로(自) 날갯짓 연습을 하는 것처럼 거듭 익혀서 스스로 흡족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습(習)은, 연습하고 복습하여 능숙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둥지 안의 어린 새는, 밖을 날아다니는 어미 새를 보며, 날지 못하는 자신의 부족한 상태를 자각하게 된다. 어린 새는, 충분히 날 수 있을 정도의 날개 짓을 스스로 익혀, 마침내 둥지 밖으로 몸을 던지는 도전적인 선택을 한다. 이러한 도전은 성장을 하며 여러 차례 일어난다. 어느 정도 날기에 익숙해지면 지금의 숲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 이 숲에서 저 숲으로, 저 숲에서 또 다른 숲으로 여행하게 된다. 숲속의 미물인 작은 새들도 가보지 못한 세상을 꿈꾸며 멀리 멀리 비행하는 도전을 계속한다.

처음 접하게 되는 도전은, 누가 가르쳐주어 성장하는 것(學)보다, 스스로 익혀 깨달을 때(習)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러기에 ‘1만 시간의 법칙’이나 ‘자기주도적학습’이란 표현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손에 쥐어 주는 식의 주입식 방법이 아닌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스스로 습(習)을 통해 해결해 보는 자기 주도적 생활 태도를 익히며 도전정신을 키우는 데는 방학 기간만큼 적절한 기회가 없을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지식을 쥐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필요 이상으로 지(知), 지(知), 지(知)…… 지(知)식만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건강한 신체도, 건전한 정신도, 슬기로운 지혜도 잃고, 학력 또한 뜻대로 되지도 않는다. ‘지지지지(知知知知)’만 강조하다보니, 원래의 소망과는 아주 다른 ‘지지리도 못난 사람’으로 키워 놓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서도 적당한 취업자리가 없다며 취업을 못하고, 아예 취업할 생각도 안하며 방황하는 것을 보며, 내 자녀의 교육에 대한 생각과 방법 만큼은 제대로 찾아내야한다. 각종 칼럼이나 매스컴에 종종 등장하는 ‘캥거루족’을 생각해 보면 더욱 이해가 빠를 것이다.

성공이나 성취의 짜릿함을 만끽하기 위한 도전은 일상생활에 산재되어 있다. 도전하며 발생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최상의 방법은, 정면으로 부딪히며 습(習)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그 대가로 맛보게 되는 짜릿한 성취의 기쁨은 행복과 만족 그리고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물론 습(習)을 내면화하기는 그리 녹녹치 않다. 열정과 끈질긴 인내와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선풍적인 호응을 얻은 것도 열정과 끈기 그리고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기들은 수백 번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걸음마를 한다. 그 모습을 보는 부모의 얼굴엔 만족감이 가득하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진다. 이렇게 아기의 발달과정에서 습(習)은 인간의 본능이며 보다 나은 삶, 보다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학을 함께 보낼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의 걸음마 시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부모님의 극성스러운 간섭이나 과잉보호 보다 자녀들이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며 격려해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름에 땀 흘린 사람만이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할 수 있듯이, 이번 겨울방학에는 모든 청소년들이 '지지(知知)리 못난 방학' 보다는 '열정과 끈기 가득한 습(習)을 체득하는 방학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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