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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목동3지구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대전 목동3지구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9.12.27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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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3지구를 주제로 ‘막다른 골목, 사라진 집들’ 기획전 개최
대전문화재단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기획전
도시정비사업으로 사라지는 마을의 문화적 자산을 지역 작가들이 예술적 시각으로 기록하고 표현해 내는 ‘지역리서치 프로젝트’가 19일부터 내달 19일까지 ‘목동 3지구’를 주제로 대전문화재단 주최 하에 옛 충남도청사 1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도시정비사업으로 사라지는 마을의 문화적 자산을 지역 작가들이 예술적 시각으로 기록하고 표현해 내는 ‘지역리서치 프로젝트’가 19일부터 내달 19일까지 ‘목동 3지구’를 주제로 대전문화재단 주최 하에 옛 충남도청사 1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충청헤럴드 대전=이경민 기자] 집집마다 듬직하게 자리 잡은 아름드리나무와 담벼락을 훌쩍 넘어간 푸른 이파리들이 골목에 울창한 수풀을 더한다.

동네 한 가운데 낡은 이발관에는 정작 머리하러 오는 손님보단 마실 나온 어르신들의 수다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곧 있으면 아파트촌으로 메워질, 철거 이전의 대전 목동 3지구 풍경이다. 

도시정비사업으로 사라지는 마을의 문화적 자산을 지역 작가들이 예술적 시각으로 기록하고 표현해 내는 ‘지역리서치 프로젝트’가 내달 19일까지 ‘목동 3지구’를 주제로 대전문화재단 주최 하에 옛 충남도청사 1층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여상희 작가가 목동 3지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교 시절 수시로 지나다니던 이 동네가 재개발 지역으로 철거 준비에 들어가면서 부터다.

곧 오갈 데 없게 될 고양이를 구출하면서 쓸쓸히 비어져 가는 동네의 모습이 안타까워, 철거 전 풍경을 그 만의 방법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여 작가는 <충청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정겨운 동네가 사라지는 걸 보고 있자니 안타깝기도 하고, 작가로서 옛 정취를 기억할 만한 매개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 작가는 사라져가는 동네에 대한 아쉬운 마음에 작업을 시작했고, 맞는 다른 작가들도 함께 하며 기록의 흔적은 더 풍성해졌다.
여 작가는 사라져가는 동네에 대한 아쉬운 마음에 작업을 시작했고, 맞는 다른 작가들도 함께 하며 기록의 흔적은 더 풍성해졌다.

아쉬운 마음에 홀로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작가들도 함께 하며 기록의 흔적은 더 풍성해졌다. 특히 목동 3지구는 한국전쟁 이전부터 대전시민이 살았던 동네로, 철거 직전의 마을 형태는 1948년 이전부터 갖춰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역사를 간직한 동네이기에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작가들의 설명이다.
 
“반세기 동안 같은 필지를 유지하며 몇 세대가 살아 온 동네에요. 주민들이 이사를 간다하더라도 집의 흔적과 동네의 흔적들이 유지되고 있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근대 가옥의 경우에는 기와 문양도 독특한 것들이 많고, 정원에 우뚝 솟은 나무의 수령도 백년 가까이 된 것들이 상당수다.

작가들은 이처럼 역사적 가치 있는 유산들을 모아 조형물을 만들고, 도면이 사라진지 오래인 낡은 건물을 일일이 실측해 모형으로 재현해 냈다.

여상희 작가는 철거 전 목동3지구의 전체 모습을 모형으로 제작하고, 마을에서 수집한 오브제와 파편들을 활용해 철거로 사라지는 공간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내기도 했다.
여상희 작가는 철거 전 목동3지구의 전체 모습을 모형으로 제작하고, 마을에서 수집한 오브제와 파편들을 활용해 철거로 사라지는 공간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여상희 작가는 철거 전 목동3지구의 전체 모습을 모형으로 제작하고, 마을에서 수집한 오브제와 파편들을 활용해 철거로 사라지는 공간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내기도 했다.

최근 정동길 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희 건축학 박사는 사라진 마을의 주요 근대 건축물을 조사해 모형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또 최종원 작가와 윤석빈 작가 팀은 옛 이발소 공간을 기록한 영상과 이를 3D 도면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동네가 철거되는 당일 날 아침에는 누군가 버리고 떠난 피아노를 주어다 ‘막다른 골목’으로 불리는 마을 한 구석에서 연주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때의 쓸쓸한 풍경을 화면에 담아 이번 전시에 동영상을 상영하고 있기도 하다.

목동 3지구가 철거되는 날 오전, 여상희 작가가 촬영한 마지막까지 남은 주민 분.
목동 3지구가 철거되는 날 오전, 여상희 작가가 촬영한 마지막까지 남은 주민 분.

여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마음 한 편엔 ‘행여 옛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건드리는 건 아닐까’ 라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전시장을 찾은 주민 분들의 반응이 너무나 긍정적이었어요. 골목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모형을 보면서 동네의 추억도 떠올리시고요. 안심이 되더라고요.”

그는 지역리서치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들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공감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앞으로 도시 개발로 사라지는 마을들에 대한 기록 작업이 활성화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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