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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는 적폐라던 문 대통령, 외교부엔 안 통하나
낙하산 인사는 적폐라던 문 대통령, 외교부엔 안 통하나
  • [충청헤럴드=박상현 기자]
  • 승인 2018.01.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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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이 낙하산 인사 등은 적폐라며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를 표방했음에도 2일 단행된 첫 재외공관장 인사에서 비전문가가 상당수 포함, 보은성 인사 의혹이 일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러시아 등 4강 대사를 제외한 지난달 10일 163명 중 60명의 재외공관장을 내정했고, 신임 공관장 39명(대사 29명, 총영사 10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인사 중에서 특별히 임명되는 공관장인 특임공관장은 무려 26%인 16명에 달한다. 여기에 기존 특임공관장까지 합하면 특임공관장은 26명으로 전체 재외공관장의 16%를 차지한다. 이는 전체 공관장 163명 중 지난해 초(22명)보다 4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외교부 전경[사진=연합뉴스]
외교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외교부는 특임공관장 발탁과 관련, "업무·지역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특임공관장으로 발탁했다"라며 "공관장 대외 개방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인사 전반에 대해 "탄핵 정국의 여파로 교체되지 못한 공관장 직위에 대한 인사를 시행함에 따라 공관장 인사 규모가 예년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라면서 ▲신정부 국정 철학 및 정책 기조에 대한 높은 이해와 확고한 실천 의지 ▲고위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지도력 ▲해당 지역·국가 언어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연공서열과 무관하게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강 대사에 이어 이번 공관장 인사에서도 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을 포함한 범여권 인사들이 주요국 특임공관장으로 발탁되는 사례가 잇달았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과 비(非)외시 직원 등의 약진, 연공서열 타파 경향도 두드러졌다.

주 밀라노 총영사에 유혜란 국립외교원 기획부장이, 주 니가타 총영사에 정미애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임명되는 등 5명의 여성 공관장이 신규 보임되면서 여성 공관장은 2명에서 7명으로 확대됐다.

아울러 비외시 직원 6명이 공관장에 발탁됐고, 업무·외국어 역량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과장급 직원이 소규모 험지 공관장으로 임명되거나 본부 국장급 직위 역임자들이 주요 공관 등 외교 일선에 전진 배치됐다.

‘신정부 국정 철학 및 정책 기조’에 대한 높은 이해라는 기준은 주로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일했거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근무 경험을 가진 인사들이 특임공관장으로 임용되는 데 적용됐다.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된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과 주노르웨이 대사에 임명된 박금옥 전 임채정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대표적인 대선 캠프 인사다.

박선원 총영사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으면서 문 대통령의 외교ㆍ안보 핵심 책사로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였던 2006~2008년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박금옥 대사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총무비서관으로 일했고,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선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장을 맡았었다.

주 독일 대사에 임명된 정범구 전 민주당 의원은 대표적인 문 대통령의 측근 인사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으로 학생 운동을 하며 만나 친분을 이어왔다. 정 전 의원은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외교 현장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다.

반면, 북미국과 미국 근무 경력을 갖춰 이른바 '미국통'으로 평가받아온 일부 외교부 고위 관리들은 공관장 보임을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신규 임용한 일부 특임공관장들의 전문성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특임공관장이 보은을 위한 낙하산 통로가 되는 것 같다"라는 일부 외교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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