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 지난달 21일 화재 당시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2층 진입을 시도하지 않은 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1570_1779_539.jpg)
◇소방청의 답변과 진화 작업 실패 시인=5일 소방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질의에 대비, 작성한 내부 자료에서 소방청은 "화재 초기 화세(火勢)가 거센 상황에서 진화나 구조 인력이 절대 부족했고, 눈에 보이는 3층 요구조자(구조가 필요한 사람)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는 내용의 답변을 준비했다.
이는 국회상임위에서 '인력 부족 문제도 있지만 2층 인명 구조 실패는 지휘력 부재라고 보는데?'라는 예상 질의에 대한 예상 답번이다.
특히 "결과적으로 볼 때 구조 성패 여부를 떠나 구조대가 도착한 오후 4시 6분경 즉시 2층으로 진입을 시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돼 있다.
소방청은 또 다른 예상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2층에서 여성분의 구조 요청 신고를 처음 접수한 것은 첫 화재 신고 6분 뒤인 오후 3시 59분"이라며 "이후 오후 4시 12분까지 상황실에 통화한 사례, 당시 화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오후 4시 15분 전후까지는 생존자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혀 의혹이 사실임을 시인하는 셈이다.
이어 "생존 추정 골든타임은 오후 4시 15분경이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한다. 따라서 오후 4시 10분 전에는 내부 진입에 성공했어야 생존자를 구출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이 난 제천 복합 건물 2층 여성 사우나에서는 사망자가 20명이나 나와 소방당국의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유족들은 소방당국이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가장 많았던 2층이 아닌 지하를 먼저 수색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을 펴며 초동 대응을 질타해왔다.
◇시간대별 소방청의 답변=소방당국 내부 답변 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3분쯤 '불이 났다'는 화재 신고를 접수했고, 소방선착대는 오후 4시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진화 인력 4명을 포함해 13명이었던 선착대는 도착과 함께 화재 진압, 건물 1층 부근 2t짜리 LPG탱크의 폭발 방지에 집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은 "당시 선착대장은 눈에 보이는 위험 상황에 집중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화재 진화와 가스 탱크 방어에 주력했다"라고 설명했다.
![21일 오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1570_1780_651.jpg)
선착대에 이어 인근 지역의 고드름 제거 작업에 투입됐던 제천구조대가 오후 4시 6분쯤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는 현장 도착 뒤 3층 창문에 매달린 사람 1명을 구조한 뒤 오후 4시 16분쯤 건물 뒤쪽 계단을 이용해 2층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연기가 너무 짙어 철수했고, 골프 연습장이 있는 지하에 진입해 인명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구조한 사람은 없었다.
제천구조대가 2층에 다시 진입한 것은 제천소방서장의 진입 지시를 받은 오후 4시 33분이었다. 제천구조대장을 제외한 대원 3명이 오후 4시 36분∼43분께 2층 창문까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도끼로 유리를 깨고 들어가 인명 수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는 소방청이 추정한 골든타임을 이미 훌쩍 지난 뒤였다.
제천소방서장은 오후 4시 12분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민들로부터 2층에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당시 불이 크게 타오르고 있었고, LPG 탱크 폭발을 우려해 수색보다는 화재 진화 등에 우선 대응토록 지휘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