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2층에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현장 지휘대장이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이 초등 진화 단계부터 2층 여탕에 사람이 많다는 보고에 대해 현장 구조대가 적극 대응했더라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었다는 세간의 의혹이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제천 참사 소방합동조사단 변수남 단장은 지난 6일 저녁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 유가족 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화재 조사관이 당시 현장 지휘대장에게 상황(2층에 사람이 있다는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그러나 그가 구조대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소방합동조사단은 내·외부 전문가 24명으로 구성, 지난달 25일부터 제천 화재 참사의 명확한 원인 규명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조사를 벌였다.

변 단장은 "화재 조사관에게 2층 상황을 보고받은 지휘대장이 구조대원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는지는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있어 아직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제천소방서장도 화재 당일인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4시 12분쯤 '2층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라는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층 진입은 차량·건물 전체로 번졌던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히고 지휘대장에게 보고된 후 24분이나 지난 뒤인 오후 4시 36분쯤 소방서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최초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53분 뒤에 이뤄진 것으로, 이때는 2층 여성 사우나에 있던 20명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초기 대응 부실과 늑장 구조로 인명 피해가 컸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변 단장은 이에 대해 "소방당국이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샀던 18분간의 무선 교신은 상태가 불량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시간대 무선 교신은 화재 당시 119상황실과 현장 구조대 등 사이에 오간 내용 중 일부로 추정된다.

변 단장은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한 화재 참사 당일 오후 4시 2분부터 19분까지 무선 교신이 9개 음성 파일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상) 이들 파일은 청취가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 녹취록에 기록하지 않고 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4시 11분 1개, 오후 4시 18분 2개, 오후 4시 19분에 6개다.

내용을 고의로 은폐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용 확인이 안 돼 녹취록에 넣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충청북도 소방본부 상황실에서 이 시간대에 참사 현장으로 무전으로 연락을 취한 기록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변 단장은 "녹취 파일을 은폐하거나 삭제했다면 중대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유족이 이런 발표를 믿지 못한다면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수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유족들과 언론들은 소방당국이 국회의 요청으로 공개한 참사 당시 소방 무선 교신 내용 가운데 18분간의 분량이 녹취록에서 빠졌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대책위는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가장 중요한 시간대 무전 교신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라며 소방합동조사단에 무전 녹취록 보전 신청을 했다.

화재 참사와 관련 초동 대처 부실 등 의혹 규명을 위해 꾸려진 소방합동조사단은 이날 현장 조사를 마무리했다.

변 단장은 "제천 현지 조사를 모두 마쳤으며 법률과 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쳐 조사 결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헤럴드=박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