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약칭 특활비)가 이명박 (MB)정부 시절 청와대에 상납된 정황을 포착, 당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MB 정부 청와대의 총무·민정 라인 고위 인사들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대상으로 했던 국정원 특활비 불법 상납 수사는 MB 정부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왼쪽),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가운데),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1779_2061_567.jpg)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김 전 기획관과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과 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휴대전화와 각종 문서, 컴퓨터 저장 자료 등을 확보했다.
김 전 기획관 등은 MB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불법으로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등)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관계자 등으로부터 김 전 기획관 등에게 특활비의 일종인 특수 사업비를 마련, 조성된 자금을 비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특활비는 인건비와 청사 관리비 등 일반 경상비를 제외한 국정원 예산의 대부분이며, 특활비 중 특수 사업비는 대공·방첩·대테러 등 특수한 목적에 사용돼 일반 특수활동비보다 보안이 엄격히 유지되는 돈이다.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 시절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여러 번에 걸쳐 5억 원 넘는 특활비가 건너갔는지를 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 등의 국정원 자금의 사적인 사용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자금이 불법적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단서를 포착해 수사해왔다"라면서 "오늘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차명 계좌를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 이어 김희중 전 실장과 김진모 전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소환에 불응했다.
MB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지난 2012년 입막음을 위해 전달받았다며 공개한 5천만 원의 '관봉' 등에 국정원 자금이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찰은 조사하고 있다.
![검찰, 국정원 특수사업비 'MB청와대' 유입정황 포착 수사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1779_2060_5440.jpg)
김 전 기획관은 MB의 '집사'로 불릴 만큼 최측근 인사이며, 김 전 부속실장도 MB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비서관을 지내는 등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다.
김 전 민정2비서관의 경우 2008년 국정원에 파견되어 근무한 뒤 이후 2년간 MB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다.
원 전 국정원장과 MB 관계를 감안하면 검찰의 수사 상황에 따라 국정원 돈 수수 혐의 수사가 MB로 직접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 등이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의 최종 귀속자가 MB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그러나 MB 측은 이와 관련해 검찰의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 대해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MB 측은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현 정부가 MB 정부 인사들을 잡겠다고 작정하고 나섰다"라며 "내가 아는 한 MB 정부에서는 청와대가 국정원의 특활비를 받지 않았다"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