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news/photo/202011/18965_23260_026.jpg)
의사 국가시험이 서둘러 종료되었다. 이달 20일로 예정되었던 의사국시가 지난 10일 마감된 것이다. 응시생 부족으로 시험을 조기 종료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응시 대상자 3172명 가운데 약 14%가 되는 446명만이 접수한 바람에 실기시험 실시 일정을 앞당겨 마무리했단다. 이런 현상은 세기의 대재앙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병마가 전 세계를 유린하고 있는 와중에 튀어나온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가져온 불상사이다. 코로나19로 병원과 의료 인력이 전력 투구하며 고난의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정부가 의과대학 증설 문제를 꺼냈다.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었던 만큼 의료계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대학의 임상교수를 비롯한 현직 의사들이 반발했다. 자칫 코로나 19사태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까 걱정스러운 형국이 벌어졌다. 누구의 발상으로 돌발한 정책인지 모르지만 바이러스와의 전투 속에서 뜬금없이 의료계의 혼란을 야기하고 말았다. 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에 들어가고 집단 휴진사태가 발생했다. 의과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반기를 들었다. 어쩌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싸움박질이 일어난 것이다.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의대 신설 정부 방침에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사태로 번져갔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가 극렬해졌다. 정부도 고집스러운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대치 국면이 생겨나고 양자의 대립각이 심각해지면서 갈등 양상으로 치달았다.
그러다보니 내년에 졸업하게 될 의대생들이 국가시험 보이콧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졸업 예정자의 약 87%가 국가고시 실기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국시)에서 실기시험과 필기시험 두 가지를 합격해야 의사면허를 따게 된다. 의사면허 취득 후에 수련 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한 임상 실습을 받는 1년간의 연수과정(Internship)을 거쳐야 한다. 아니면 공중보건의나 군의관으로 복무해야 한다. 그러거늘 의대 졸업 예정자들의 응시 거부는 어쩌면 필요악(必要惡)의 요소도 함유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집단 행동은 어쩌면 정부의 급조 정책 또는 과격 대응의 소산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 몇 번에 걸친 시험 일정 연기 등이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완전한 해결책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의대생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처지가 되고 만 것이 아닌가.
국가는 국민의 보건 복지와 의료 혜택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 의료인 양성을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한다. 국가 안보와 국민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 시책의 수립과 시행은 시간과 정력과 재정의 과다를 막론하고 일구월심 많은 지혜를 모아 따지고 또 따져서 처리해야 마땅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하거늘 국시 조기 종료에 따른 내년도 예비 의료인 확보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대학병원 등에서 수술 보조나 응급실 근무에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는 수련의 부족 사태는 자칫 병원 업무에 마비 현상을 초래할까 두렵다. 수련의만이 아니고 해마다 뽑는 보건의 700명도 부족 사태를 맞게 된다는 예측이 있다. 그렇게 되면 농어촌이나 산간 벽지의 의료 수요는 어찌 될 것인가. 괜한 부스럼 정책이 아무래도 의료대란을 유발하지 않을는지 궁금할시고.
하루에 20만 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백신 개발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건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그 백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직은 예측 불허 입장이다. 그러하거늘 코로나 사태 이후에 선별진료소에 파견되어 진단검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땀을 흘리며 방역 과정을 지켜온 예비 전문의들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 당국은 무슨 묘수를 가지고 있는가. 나날이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만 봐도 소름이 돋는 현실에 의료인 양성의 과제를 행여 오기로 버티는 게 아니라면 얼마나 다행일 것인가. 실무 수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전문 간호사, 입원 전담 전문의를 인턴 대신 활용할 경우...상당 부분 여분(부족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참으로 제멋대로 지껄인 말이 아닐손가.
박 장관의 호언 장담은 그러나 가장 우매하고 몽매한 언사에 불과하다. 왜냐? 일찍이 인턴이나 레지던트 과정을 겪은 기성 전문의로 대체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해괴망측하고 허무맹랑한 게 아닌가. 이미 기득 의사가 초보 의사로 둔갑하라는 말일진대 참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발상임에 틀림없잖은가. 의료계의 반응 역시 어불성설이라고 펄쩍 뛰고 있지 않은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국시 기회를 더 이상 줄 수 없다고 억지를 쓰는 아집 행위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원전 1호기 월성호 폐쇄를 유보하려는 직원에게 “너 죽을래?”하고 무뢰한의 막말을 내뱉은 어느 장관이라는 위인처럼 제 대가리만 내휘둘러대면 만사 오케이라는 몽니를 부리는 것인가. 민주주의 대국인 미국은 트럼프라는 장사꾼 출신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세계적인 국가 망신을 당하는 트럼프의 행태를 모방하려는 것인가. 맙소사. 의료대란 자구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