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세계 4위인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꺾었다.
정현이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를 물리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현은 2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3회전에서 즈베레프를 3시간 23분 접전 끝에 3-2(5-7 7-6<7-3> 2-6 6-3 6-0)로 제압, 세계를 놀라게 했다.
즈베레프는 1997년생으로 정현보다 한 살 어리지만 지난해에만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서 5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 톱 랭커다.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꺾은 정현. [사진=연합뉴스.대한테니스협회 제공]](/news/photo/201801/1922_2264_1044.jpg)
지난해 11월 세계 톱 랭커 8명만 나갈 수 있는 ATP 월드 투어 파이널스에 출전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고,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의 뒤를 이을 '차세대 톱 랭커'로 성장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이날 즈베레프와 맞대결에서 통쾌한 승리를 따내면서 이제 정현이 '차세대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작년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ATP 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21세 이하 젊은 선수 8명이 출전해 기량을 겨루는 무대였는데 여기에서 정현이 우승하며 ATP 투어가 공인한 '차세대 간판'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대회에 즈베레프는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번에 즈베레프를 호주오픈 3회전에서 격파하면서 진정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넘버 원'으로 공인받게 된 셈이다.
이날 경기에서 정현은 상대의 강서브에 경기 초반 다소 고전했을 뿐, 일단 스트로크 대결로 접어들고 나면 오히려 우위를 보이며 즈베레프를 코트 좌우로 흔들어댔다.
이날 즈베레프는 첫 서브 성공률이 51%에 그쳤고, 그 바람에 다소 스피드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세컨드 서브를 정현이 제대로 공략했다. 그의 첫 서브 성공률은 78%였다.
1996년생인 정현은 수원 영화초등학교, 수원북중, 수원 삼일공고를 거쳐 현재 한국체대에 재학 중이다.
아버지 정석진 씨가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냈고, 형 정홍(25)도 현대해상에서 실업 선수로 활약 중인 '테니스 가족'의 막내다.
어릴 때부터 고도 근시와 난시로 고생한 그가 시력 교정을 위해서 초록색을 많이 보는 것이 좋다는 이유로 테니스를 시작한 사연은 이미 잘 알려졌다.
지금도 투어에서 드물게 시력 교정을 위한 안경을 쓰고 코트에 나서고 있으며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안경을 벗고 땀을 닦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