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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 시국 비판으로 투옥됐던 3명 재심으로 결국...
유신정권 시국 비판으로 투옥됐던 3명 재심으로 결국...
  • [충청헤럴드=배태호 기자]
  • 승인 2018.01.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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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유신정권 시절 시국을 비판하거나 허위사실유포 등으로 '대통령 긴급조치 9호'(이하 긴급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투옥됐던 3명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지난 2013년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 철폐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이 거세지자 이를 탄압하기 위해 1975년 5월 13일 선포됐다.

유언비어의 날조·유포, 사실의 왜곡·전파 행위 등을 금지하고, 집회·시위 또는 신문·방송·통신을 통해 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선포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이런 명령이나 조치는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되지 않고,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박창제 부장판사)는 22일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 3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사진=연합뉴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박창제 부장판사)는 22일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 3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피고인 가운데 A 씨는 유신정권 시대인 1975년 4월 초 대전교도소 인쇄공장에서 기결수 등에게 "대한민국 국민은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들다. 그 이유는 정부에서 전부 착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같은 해 5월 30일 오후 2시쯤 "박정희 대통령이 그만두고 새 영도자가 나와야만 국민이 살기가 나을 것"이라며 수차례 정부를 비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 인해 A 씨는 당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B 씨 역시 같은 해 9월 29일 오전 8시 30분쯤 노인회관 앞길에서 "이북 청년들을 동원해 청와대 습격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돈 보따리를 싸다가 박정희를 줘서 살게 됐다"라는 등의 발언을 해 기소됐고, 법원에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C 씨 역시 1978년 9월 16일 서울 동대문구 주거지에서 "유신헌법으로 인해 반공교육에 차질이 있다"라는 제목의 서신을 청와대로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4월 18일 "긴급조치 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긴급조치 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반돼 위헌·무효이고, 현행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위헌·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검찰은 지난해 10월 20일 이들 3명의 사건에 대해 모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적용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어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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