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들 "업무 효율성 위해 이전해야"
대전 시민 "국토 균형 발전에 중기부 이전 도움되나"

[충청헤럴드 대전=박기원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이전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유관 기관과의 협업 강화를 위해 세종 이전의 당위성을 주장한 반면 대전 시민들은 국토 균형발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17일 오전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나주몽 전남대 교수는 "중기부는 기존 산업부 산하의 중기청으로 출범한 후 '부'로 승격한 만큼 그 기능을 강화해야 할 소명을 갖고 있다"며 "정책 유관 기관과 행정 효율성을 위해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면 협업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부는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 상 타 부처들과 상당한 협업이 필요하다"며 "대전 시민들의 허탈감과 불안감을 이해하지만 대전청사 자체가 '청'을 위한 기관이고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균형 발전이 국가의 성장 동력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중기부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중기부 이전과 관련해 정부가 대전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국토연구원 조판기 연구위원은 "세종시 남쪽에 위치한 국토연구원이 세종 청사에 회의하러 가는 데만 30분이 걸린다"며 "중기부는 기재부와 산업부 등 타 부서와 협업이 잦은데 원활한 업무 협의를 위해 '부' 단위는 세종시에 두고 '청' 단위는 대전 청사에 묶어두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기부의 이전 대안으로 기상청, 방위사업청 등 서울 소재 '청' 들의 대전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방위사업청은 중기부에 비해 노동 인력도 훨씬 많고 대덕 특구, 카이스트 등 대전시의 R&D와 연결될 수 있는 청 단위 기관을 대신 유치하면 상생 협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치분권위원회 조지훈 위원도 "외부 인사를 공청회 패널로 초청한 것은 중기부 이전을 바라보는 충청권 바깥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 중기부 이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한 기업이 과제 하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거리의 문제를 떠나 중기부가 세종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비용과 편익 손실이 발생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대전시가 주장하는 '메가시티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도권의 다른 외청을 유치시켜 대전 지역 경제가 느낄 심리적 상실감을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은정 세종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세종시는 과밀 해소의 선도 도시를 표방하며 탄생했다"며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기부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공동체에 불리한 것이 있으면 국가가 마땅히 보상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안정섭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대전 시민 대표들은 중기부 이전 반대 논리를 폈다.
안 위원장은 "현재 중앙 기관의 장·차관과 청장들은 대전과 세종이 아닌 서울에 있어 대다수 간부들은 기차 안에서 SNS 등을 활용해 업무를 보는 것이 일상화했다"며 "공무원노조 입장에서는 대전 청사 증축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도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전 청사 공무원들도 업무 강도가 높다는 이유로 중기부와의 인사 교류를 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전청사를 증축해 청 단위 집행 부처들을 대전으로 진입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수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고문은 "외부 전문가들은 중기부 업무 효율성 증진을 위해 이전 주장을 펴지만 국토 균형 발전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중기부 이전이 도움이 되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따졌다.
장 고문은 "대전의 150만 인구선이 붕괴하는 등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전의 공무원, 교사, 연구원 등 경제활동 인구를 세종시가 곶감 빼 먹듯 데려가 대전시가 노령화된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종시가 대전시민들의 삶을 이런 식으로 흔든다면 대전은 지속 발전이 가능한 도시로 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 기관을 배치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초적인 생활 인프라 배분을 통해 일방적인 인구 유출 해결 방안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연금공단 대전지역본부 등 5개 기관이 세종 이전이 계획돼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공공기관 이전이 대전에서 세종으로 가속화하는 마당에 중기부의 효율성 논의를 떠나 중앙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국토 균형발전을 자치분권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위사업청 등 타 기관을 중기부 이전에 대한 보상으로 대신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타 지역과의 쟁탈전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쉽게 꺼내서는 안 되는 주제"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오전 허태정 대전시장과 박영순·박범계‧황운하 국회의원, 황인호 동구청장, 장종태 서구청장 등은 공청회가 열린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중기부 이전 절차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세종 이전을 반대했다.
박영순 대전시당위원장은 “중기부 세종 이전과 관련 대전시민 150만명이 모두 반대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당사자인 박영선 장관을 비롯해 총리, 행안부 장관, 당 지도부에 전했음에도 오늘 중기부 이전을 위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 공청회가 중기부 이전을 위한 명분을 쌓는 형식적인 절차로 진행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정세균 총리께서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종합 대책을 세워서 연내에 발표하겠다는 말씀도 있었다”며 "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대책은 (중기부가 대전에)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