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김상항)의 행정 착오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이 사라진 스피드 스케이팅 노선영(28·강원도청소속) 선수의 인생은 누가 책임지나.
노선영 선수가 자신에게 올림픽 출전권이 없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3일. 노 선수는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국체대)와 함께 팀추월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빙상연맹이 개인종목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들만 팀 추월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뒤늦게야 알게 돼, 이를 그녀에게 통보한 것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은 올림픽 팀추월에 출전하는 선수는 개인 종목 출전권도 획득해야 한다고 정해졌으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팀추월 선수들이 개인 종목 출전권 없이 기준 기록만 충족해도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 선수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7~2018시즌 월드컵 1~4차대회 1500m에서 34위를 기록했다. 32위까지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예비순위 2위였던 노선영은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결국 노선영의 팀추월 출전은 무산됐다. 1500m보다 팀추월 훈련에 집중해온 노 선수에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대한 빙상경기연맹의 착오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노선영 선수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1995_2385_2327.jpg)
노 선수는 한때 평창올림픽 팀추월 선발전을 통과한 뒤 눈물을 보이며 "하늘에 있는 (노)진규를 위해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라며 소감을 말했던 것이 인상적이다.
노 선수는 이에 대해 24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글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억울함을 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친동생인 전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에이스였던 고(故) 노진규 선수에 대한 그리움의 글을 올려 읽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노진규는 2014 소치올림픽 대표로 선발됐으나 골육종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고, 2016년 젊은 나이에 세상과 이별했다.
노 선수는 "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다"라면서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라고 폭로했다.
이어 "(연맹이)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도 주지 않는다"라면서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 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라고 말해 그의 진한 상처의 아픔을 읽게 했다.
노 선수는 "나는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나는 더는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라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2017년 10월 ISU 담당자로부터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된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1월 10일 ‘개인 종목 엔트리를 확보한 선수만 가능하다’라는 내용의 답변이 왔다. 답변 번복에 대해 항의했지만 ISU측에서 ‘본인이 얘기한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이며 규정을 따르는 게 맞다’라고만 답변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도 빙상연맹의 무능을 탓하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빙상연맹은 한 두 해가 지나도 변한 것이 없다”, “빙상연맹의 어이없는 행정 착오에 왜 선수가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라며 빙상연맹을 비난하는 한편 노선영 선수를 향한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25일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노선영 선수의 평창올림픽 출전 불가 파동에 대해 빙상연맹 관련자 징계 요청 등 관련된 청원이 70건을 넘어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