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29명의 희생자가 난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6일 오전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현장 모습. 왼쪽은 화재당시상황이고 오른 쪽은 진화후 세종병원 전경[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2013_2408_5337.jpg)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5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오후 3시 30분 사망자 37명, 부상자는 130여 명으로 나타났다.
세종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아 대피를 제때 하지 못한 데다, 스프링쿨러 시설도 없어 피해가 컸다.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번져 재빠르게 대피를 하기 어려운 이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더 큰 피해를 봤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포함돼 있어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종병원에는 모두 100명의 입원 환자가 있었고 바로 뒤에 위치한 세종요양병원에도 94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화재 발생 후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스스로 대피가 쉽지 않은 노인 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소방관이 병원에 입원한 고령의 할머니를 구조, 업고 구급차로 이동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2013_2409_5513.jpg)
불이 나면 하늘이 보이는 1층이나 옥상으로 대피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스스로 걷기가 힘든 환자들에게는 보조자가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최초 발화 지점= 100여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응급실에서 최초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만우 밀양 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현장 브리핑을 통해 이번 화재의 최초 발생 지점을 묻는 질문에 "1층 응급실에서 불이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최 서장은 "간호사 2명이 밖으로 탈출해 나왔는데 간호사의 증언에 의하면 응급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불이 났다고 했다"라며 "그래서 간호사들이 '불이야'라고 하고 밖으로 대피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1층에서 올라오는 불길이 2층, 3층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3층 중환자실에는 환자 15명이 있었는데, 이들이 산호호흡기를 하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의료진과 함께 대피했다"라고 밝혔다.
요양병원에 있는 환자 90여 명은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 구급대원들이 94명을 이송해 구조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서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화재 원인은 아직까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밀양세종병원의 진화후 내부모습[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2013_2410_5611.jpg)
이번 화재 참사의 피해 규모는 오후 1시 현재, 사망 39명, 중상 18명, 경상 11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목격자 증언= 26일 부산 북구의 한 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부상자 하용규(89) 씨는 "화장실에 갔다가 복도에 들어서니 연기가 자욱하고 살려달라는 고함이 계속 들렸다"라고 말했다.
하 씨는 전날 감기 때문에 세종병원에 입원했다가 하루 만에 화재를 겪었다. 이미 세종병원에 네 번가량 입원한 적이 있다는 그는 이번에는 병원 5층에 있는 7인실에 입원했다.
하씨는 여느 때처럼 아침을 먹고 혼자 걸어서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불이 난 것을 알았다.
5층 입원실 복도에는 하얀 연기가 차 있었고, 곳곳에서 '사람 살려! 사람 살려!'라는 고함이 들렸다고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하 씨는 119구급대원의 도움으로 병원 건물 외부에 설치된 사다리차를 타고 1층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구조 당시 환자복만 입어 한파 속 칼바람을 맞으며 1층으로 내려왔다.
하 씨는 "내복을 안 입고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라며 "1층으로 내려오던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지만,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기관지가 좋지 않았던 데다 화재 당시 연기를 조금 마셨던 탓에 말을 오래 하면 기침이 계속 나오는 상태다.
하 씨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아직까지 믿어지지가 않는다"라며 "같이 입원했던 사람들은 괜찮은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하 씨의 딸 말진(60) 씨는 "화재 뉴스를 보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아서 가슴이 철렁했다"라며 "인명 피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는데 우리 아버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26일 오전 7시 30분 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2013_2411_5758.jpg)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는 이날 오전 7시 32분께 건물 1층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40명 안팎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인명 피해= 26일 아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오후 들어 41명으로 알려졌으나 중복 집계로 37명에 달했다. 37명 중 25명은 화재가 난 후 다른 병원으로 옮기자마자 사망했다.
또한 상태가 위중한 '긴급환자'와 응급환자도 십수 명이 더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밀양보건소장은 "고령에 중증환자가 많아 사망자가 많았다"라며 "질식사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26일 현장상황실 브리핑에서 “해당 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최 서장은 "이날 7시 32분 화재가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대원이 곧바로 35분쯤 현장에 도착했지만 중앙통로가 화염에 휩싸여 도저히 진입이 불가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병실에 있던 매트리스가 불에 타면서 금방 연기에 휩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최초 발화 지점은 1층 응급실로 확인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6일 오전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현장 모습. 왼쪽은 화재당시상황이고 오른 쪽은 진화후 세종병원 전경[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1/2013_2407_5226.jpg)
◇경찰 수사상황= 26일 화재로 100여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 원인을 밝히는 수사가 본격화됐다.
경남지방경찰청과 밀양경찰서는 1차적으로 화재가 난 원인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간호사 등 화재 당시 근무했던 병원 직원들로부터 이날 오전 7시 32분께 병원 1층 응급실 쪽에서 불이 났다는 공통된 진술을 확보했다.
병원 근무자들은 "응급실 바로 옆 간호사 탈의실에서 처음 연기가 올라 왔다"라고 경찰에 공통적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감식팀이 도착하는 대로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발화 지점과 탈의실 안에 전열기 등 화인이 될만한 요인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화재 사고 이후 병원 관계자들은 대부분 연락을 끊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재단 이사장, 병원장 등 병원 운영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사고 후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재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접촉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들과 연락이 되는 대로 이들을 불러 병원 운영 현황, 화재 당시 상황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