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진행 김상중)’는 27일 암울했던 80년대 간첩누명을 쓰고 고문등으로 조작된 사실로 사형과 자살등으로 망가진 사건을 집중조명해 큰 충격을 줬다.[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1/2029_2433_3147.jpg)
◇전북 김제 최을호 씨 간첩 조작 사형 사건= SBS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진행 김상중)’는 27일 여상규, 황우여, 이근안, 안강민, 임휘윤, 정형근, 양승태 등과 연결된 고문 기술자들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폭로했다.
방송은 여상규, 황우여, 이근안, 안강민, 임휘윤, 정형근, 양승태 등으로 얽혀 가장이 완전히 망가진 집에 대한 실화로 시작된다.
집안 어른의 죽음 후 조카들도 의문의 죽음과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관련 기관의 고문과 회유로 간첩으로 누명이 씌어진 가족들이 도망치듯 하루아침에 마을을 떠난 뒤 마을 사람들도 이 집 사람들을 잊었다.
![SBS'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1/2029_2434_4012.jpg)
전북 김제의 녹색 지붕 집 사람들이 마을을 다시 뒤집어놓은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벌초를 하러 온 큰 아들(전직 초등학교교사)이 홀연히 사라졌다.
수색 끝에 찾아낸 큰 아들은 이미 숨진 뒤였다. 자살의 흔적도, 타살 의혹도 남기지 않고 숨진 그에 대한 최낙효 씨의 얘기로 방송은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그가 한 많은 삶을 살았다고 회상하는 코멘트부터 사건을 풀어갔다. 마을 주민들은 “교편생활을 하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 “아버지(최을호) 때문에 교직생활 하다가 학교를 못 갔다”, “아버지로 인해 자녀들이 피해 본 거다”라는 증언을 늘어놨다.
![SBS'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1/2029_2435_4132.jpg)
아버지로 시작됐다는 지독한 악순환의 연속은 무엇이었을까. 여상규, 황우여, 이근안, 안강민, 임휘윤, 정형근, 양승태 등은 이 풍비박산이 난 집안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애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버지는 고(故) 최을호는 사형수였다. 죄인의 자식으로 자란 형제들은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야 했다고 한다. 이런 끔찍한 비극의 시작은 1982년 여름이었다.
깊은 밤,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받은 뒤 홀연히 모습을 감춘 아버지.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찾아주겠다며 집에서 묵으며 밥까지 챙겨먹었던 이들이 떠난 뒤 사촌형 최낙교, 최낙전 씨도 사라져버렸다.
남은 형제들은 아버지와 사촌 형들이 사형과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간첩이었다는 것을 신문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것이다. 보도에서 아버지(고 최을호)와 사촌형(최낙교, 최낙전), 이들이 무려 20년간 간첩활동을 했다는 것이 혐의였다.
아버지는 최을호 씨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을 당했다.
여상규, 황우여, 이근안, 안강민, 임휘윤, 정형근, 양승태 등이 이 사건에 관여했을까?
고 최을호 씨의 둘째 아들에게 “내가 여러 사람을 겪어보고 사형수 만나면서 목회활동 하는데 자네 아버지만큼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고 최을호 씨의 유언을 들었던 문장식 목사다. 문장식 목사는 그날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었다. 문장식 목사는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충격이었다”라고 고 최을호 씨에 대한 마지막을 회상했다.
다행히 남은 가족들이 숱한 세월 동안 증언과 증거 등을 토대로 고문 조작 희생임을 믿고, 결국 2017년 6월 재심에서 최을호 씨와 조카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이들은 간첩이 아니었다.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살아있는 피해자는 아무도 없다.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검찰 조사가 한창이던 고 최을호 씨의 조카인 최낙교 씨는 구치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고 같은 조카인 최낙전 씨는 오랜 징역 생활 후 가석방 4개월 뒤 스스로 저세상에 갔다.
![SBS'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1/2029_2436_4248.jpg)
고 최을호 씨의 큰 아들 최낙효(전주교대출신. 전 초등학교 교사) 씨 역시 고향에 왔다가 갈대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숨진 채 발견됐다.
며칠씩 집에서 머물며 아버지를 찾아준다고 했던 경찰, 간첩 증거를 가짜로 만들었던 그는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형사이자 지옥에서 온 장의사라 불렸던 이근안이었다.
![영화 '남영동 1985'중에서 켑처[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1/2029_2438_486.jpg)
연전에 이근안 씨는 불법 체포 및 고문 혐의로 수배됐고 도피 생활 중 자수해 7년간의 법적 처벌을 받고 출소했다. 당시 이근안 씨를 찾아 전국을 샅샅이 뒤진 수사기관은 허탕을 쳤지만 이근안 씨의 도피처는 자산의 집 안이었다.
여상규, 황우여, 양승태는 또 왜 등장하는가?
영화 ‘1987’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된 끔찍한 고문 등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현실에서 피해자들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근안 씨는 악명 높은 ‘고문 기술자’였다.
이근안 씨를 만났던 최낙전 씨는 출소한 뒤에도 불안해 했다고 한다.
최명수(가명, 고 최을호 씨 둘째 아들) 씨는 “‘너희는 몰라. 안 당해 보면 몰라’라고 하더라. 내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곳이 그곳이더라”라고 말했다.
이근안 씨는 고문과 구타,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자행했다. 잔혹한 고문을 했던 이근안 씨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간첩이라는 자백이었다.
최낙전 씨는 만들어진 죄인이 됐지만 자신의 기막힌 상황을 호소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출소 후에도 보호관찰이라는 이름으로 집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겪은 일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출소 4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가장 하지 못할 잔인한 짓이 바로 ‘고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근안 씨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동네 주민은 “이근안은 못 보겠더라. 부인은 매주 폐지 주우러 다닌다”라고 말했다.
SBS 방송 PD에 의해 힘들게 전화 연락이 닿은 이근안 씨는 “인터뷰 안 한다. 일절 평생 인터뷰 안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에 대해 말하자 이근안 씨는 “재론하고 싶지 않다. 병중에 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전 대공분실 수사관은 “30년 넘은 일인데 그걸 뭘... 대공분실 직원들이 전부 고문하지 않는다. 절대 그렇지 않다. 이근안 씨만 그렇다고는 얘기할 수 없고...”라며 “우리만 한 게 아니다. 국민들은 전부 이근안 씨가 했던 걸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연행과 고문은 대공분실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라며 억울하다는 황당무계한 입장을 보였다.
◇전남진도 간첩단 허현 씨 고문 사건= 그 시절 먼 훗날 조작으로 밝혀진 간첩조작 사건은 남영동 대공분실만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1981년 봄 진도에서 김 양식을 하던 허현 씨는 서울 남산 국가안전기획부로 끌려갔다. 진도간첩조작사건 피해자인 허현 씨는 60일간 겪었던 잔혹한 고문들에 대해 증언했다.
고문의 흔적은 여전히 몸에 새겨져 있다. 25년이 흐른 뒤에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여전히 자신을 고문한 수사관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한홍구 교수는 “진실화해위원회나 국정원, 국방부 등의 과거사위원회가 만들어지며 조사를 했고 많이 밝혀냈다. 문제는 가해자가 다 000이다. 기록이 안 돼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하고 뻔뻔한 이유가 가해자가 기록이 안 돼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SBS'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1/2029_2440_5016.jpg)
피의자 불상. 피의자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자신을 고문하는 사람의 이름도 몰랐다. 어렵게 정보를 얻어 고소해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피의자들은 번번이 법망을 빠져나갔다. 이런 고문 피해자들은 이날 그알에서 적지 않게 등장했다. 모두 죽었거나 죽음보다 더 힘겨운 고통 속에서 겨우 연명하고 있다.
◇석달윤 씨 조작사건= 한때 서울시경 정보과에서 근무하며 대공업무에 종사했던 석달윤 씨는 간첩조작사건으로 18년이나 징역살이를 했다. 그는 "47일 고문 받고 18년 동안 형을 살았다"라고 증언했다.
석달윤 씨의 아들은 "치매 초기 단계다. 기억의 감옥에 갇혔다"라고 말했다.
아들은 "남자 성기에 볼펜 심지를 끼우는 고문, 종아리에 각목을 끼우는 고문이 있었다. 검사에게 말하면 해결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외면 받았다"라고 아버지의 억울한 사연을 전했다. 석달윤 씨는 23년이 지나서야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통화한 당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사인 자유한국당 의원이 된 여상규 전 판사는 "재심이라는 제도가 있는 이상은 무죄를 받을 수도 있겠죠"라면서 답을 회피했다.
이어 불법 구금과 고문에 관해 묻자 여상규 전 판사는 "고문을 당했는지 모른다. 물어도 뭐하겠느냐"라고 답했다. 제작진이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은 느끼지 못하나"라고 추궁하자 여상규 전 판사는 "웃기고 앉았네 이 양반 정말"이라고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이현치 간첩조작사건= 황우여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헌치 씨 간첩 조작사건에 대한 질문을 회피했다. SBS 제작팀이 이헌치 씨 간첩 조작사건 당시 1심 판사였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의 모습을 공개했다. 제작진은 이헌치 씨 간첩 조작사건을 묻고자 황우여 전 장관의 변호사을 방문했다.
![SBS'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1/2029_2439_494.jpg)
황우여 전 장관의 보좌관은 "스케쥴이 되시는데 지금은..."이라며 막아섰고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누구 계시냐?"라고 물었다.
황우여 전 장관의 보좌관은 "쉬고 계시는데"라며 말끝을 흐렸고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에 황우여 전 장관은 직접 "내가 지금 쉬고 있으니까 나중에. 나 아직 안되니까 보좌관하고 얘기 좀 나눠라"라고 했다.
◇제일동포 간첩단사건 조작=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공수사국장 역임 당시 모 국 유학생을 가장하여 국내에 잠입한 북괴간첩 일당을 21명 검거했다는 역대 최대 간첩 조작사건을 발표했다.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윤정헌 씨의 1심 판사는 황우여 전 교육부총리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당시 수사관들과 재판을 담당했던 검사와 판사는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뒤늦은 손해배상 청구는 소멸시효 기간이 6개월로 한정돼, 배상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이미 지급한 배상금 일부를 다시 환수한 경우도 있다. 간첩조작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와 판사였던 여상규, 황우여, 안강민, 임휘윤, 정형근, 양승태 씨 등은 "모르겠다", "재심이 있으니 무죄가 나올 수도 있겠지", '말 못 하겠다", "시간이 지난 것이라 기억에 없다"라며 이런 고문 사건과 관계가 있으면서 여전히 세상을 권력을 쥐고 살고 있다.
![SBS'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1/2029_2437_4331.jpg)
여상규, 황우여, 이근안, 안강민, 임휘윤, 정형근, 양승태 등의 과거 행적을 본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의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에 비춰진 사건 피해 사실과 당시 판·검사들의 변명과 취재 불응으로 인터넷과 SNS상에는 여상규, 황우여, 안강민, 임휘윤, 정형근, 양승태 등을 맹렬히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비난과 욕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상규, 황우여 이근안 안강민, 임휘윤, 정형근, 양승태 이들 가운데 몇 명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