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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에게 듣는 8개월간의 청와대와 문 대통령 이야기
박수현에게 듣는 8개월간의 청와대와 문 대통령 이야기
  • [충청헤럴드=박상민 기자]
  • 승인 2018.01.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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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5.9 대선 승리와 함께 첫 청와대에 입성한 박수현 대변인은 31일 "충청도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국회의원과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비록 짧다면 짧지만, 국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오는 6.13 지방선거 때 충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물러나는 박 대변인은 이날 충청헤럴드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충청도민들이 힘껏 도와주셔서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중책을 잘 수행할 수 있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청와대의 입인 박수현 대변인이 31일 8개월만에 물러나면서 충청헤럴드와의 통화로 문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말했다[사진=충청헤럴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청와대의 입인 박수현 대변인이 31일 8개월만에 물러나면서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말했다. [사진=충청헤럴드]

그러면서 "충청도민들의 염려와 성원, 격려가 큰 힘이 됐다"라면서 "짧은 시간일지라도 국정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청와대 첫 대변인으로서 8개월간 재직한 청와대를 물러나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얘기도 꾸밈없이 털어놨다.

마침 이날 아침 주요 언론의 인터뷰를 놓고 몇 가지를 물었더니 내용을 있는 대로 답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 첫 대변인으로서의 관계에 대해 “내가 첫 출근하는날 문 대통령께서 두 가지를 말씀했다"라면서 "공주에서 출퇴근하는 성실함을 빼앗아 미안하다는 것과 또 하나는 모든 회의에 참석하라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모든 회의에 들어가니 국정에 대해 공부하는 과외받은 느낌(?)이었다"라며 "당 대변인 땐 실수해도 주워담을 수 있었으나 청와대는 그렇게 할 수 없어 늘 긴장했다. 그래서 있는 대로 전하는 솔직함이 정석이었다"라고 밝혔다.

전화통화중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전화통화 중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대변인을 하면서의 어려움에 대해 그는 "문 대통령과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작은 일이지만 회의나 행사 때 직접, 100%를 손으로 썼다. 예전에는 전속기사가 있었다는데 말이다. 볼펜으로 쓰니까 물집도 생기기도 했다. 대변인으로서 대통령의 말을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를 그냥 흘려보낸다는 생각이다보니 그럴 수 없었다. 놓친 문구나 전문용어는 괄호를 쳐뒀다가 후에 대통령께 여쭤 보기도 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나는 행복한 대변인였다고 여러 언론의 인터뷰 등에서 말했다. 왜냐면 국민소통수석, 비서실장, 대통령에게 사전 브리핑을 하거나 내용을 미리 알린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자율권이 보장된 대변인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에게 '지근 거리에서 본 문 대통령은 어떤 분이냐'라고 물었더니 "언젠가 청와대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은 실용적 리더라고 말한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리더십 면에서 실용적이다. 그리고 제가 본 문 대통령은 따뜻하며, 경청하는 스타일이지만 경청 후 결단력이 빠르다"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제천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문 대통령이 유족들의 항의를 견디는 걸 보고 선한 리더십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문 대통령은 신뢰를 매우 중시한다. 신뢰가 곧 정치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리더십이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야당에 대한 시각과 관련, "최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을 거부했다고 보고 하니 ‘최대한 설명 드리라’라고 하더라"라면서 "참모진들이 여야 협치와 관련해 ‘할 만큼 했는데 쉽지 않다’라고 보고하면 ‘더 진심으로 대화하라’라고 지시하는게 문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대통령과 박수현 대변인(왼쪽). 중앙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박수현 대변인(왼쪽). 중앙에 강경화 외교부장관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도 사람인데 단점도 있을 게 아니냐는 물음에 "지난 24일 문 대통령 생일날 뉴미디어비서관실이 영상으로 수석들의 축하인사를 했는데 인사가 모두 이것이었다. ‘대통령께서 잠 좀 주무시라’라는 내용이다. 매일 아침 언론 보도 내용을 보고하면 문 대통령은 다 알고 있다. 일찍 일어나 신문들을 다 보신 거다"라고 말했다.

충청권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생각을 들었다.

무엇보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개헌에 대해 그는 "개헌안에 행정수도 이전 내용이 담기면 청와대도 이전 가능하다"라면서 "문 대통령은 개헌 상황을 보고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6·13 지방선거 의미에 대해선 "나라다운 나라,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 등 개혁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다. 중간평가로 보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대변인에서 물러나서 할 일이 뭐냐고 묻자 "착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았던 아이를 하늘로 보낸 뒤 사회복지 전문 국회의원이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사회적 약자들을 가로막는 벽을 반드시 깨겠다”라고 했다.

또한 절친이자 동지인 안희정 지사의 향후 역할에 대한 조언으로 "당 대표에 도전하더라도 배지를 달아야겠다는 식의 정치공학은 버려라, 그냥 배낭 하나 메고 나서라고 조언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 후임 정무수석을 제안받은 데 대해 "정무수석을 제안받은 지 3일째 되는 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하겠다고 했다"라면서 "그랬더니 이후 청와대 참모들이 ‘박 대변인이 빠지면 충남지사 선거 판이 달라진다’라고 하더라. 이틀 정도 더 고민한 뒤 정무수석 제안을 반납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외국정상과 통화하거나 회담 때의 뒷얘기를 부탁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회의 후 프랑스에 들러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실무선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더니 마크롱 대통령은 하루만 들르는 게 왜 안되냐고 재차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한 뒤 굉장히 기분 좋아했다. 지난해 7월 ‘기업인들과 대화’ 첫날 나도, 참석자들도 긴장했다. 일정을 마치고 모두들 일어서려는데 내가 ‘잠깐 앉아 보세요’라고 했다. 브리핑 전, 중요 발언에 밑줄 쳐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박수를 받았다. 둘째 날은 첫날만큼 대화가 격렬하지 않아 바로 브리핑하려 했는데 이번엔 문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잠깐 앉아 보세요’라고 했다. 그땐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쳐두지 않아 당황했다. 발표 뒤 또, 감사하게도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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