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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신의 감동교육] 청춘은 꽃 피우라고 있는 것
[정상신의 감동교육] 청춘은 꽃 피우라고 있는 것
  • 충청헤럴드
  • 승인 2021.05.16 17:4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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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신 대전유성중학교 교장

청춘은 꽃 피우라고 있는 것

우리 자식들이 청춘을 꽃피운다.
자동차 기사의 기름때 낀 작업복
눈이 부신 컴퓨터 자판의 열 손가락
빳빳하게 날이 선 신규사원의 몸놀림
한껏 멋을 부린 컬러풀 머리카락
귀에 입술에 혓바닥에 배꼽에 피어싱 
푸른 새벽 도서관 문을 여는 발걸음
청춘의 꽃이 핀다.

어느 봄날 바람이 좋아 창문을 열고 운전하던 중 예전에 근무하던 고등학교 앞 큰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서 있었다. 문득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두리번 거리는데 누군가 갑자기 내 앞으로 왔다. 놀란 나는 차를 길가로 이동시켰다.

“아, 선생님 저 순철이여요. 기억하시지요?” 딱 보니 개구쟁이 순철이가 맞다. “네가 웬일이니? 옷은... 너 자동차 수리하는구나... 잘했다. 멋지구나!”

“네, 멀리서 보니 선생님 같아서요. 맞네요... 저 월급도 많이 받아요. 

언제 한번 저희 카센타로 오세요!”  “그래 인물도 훤해졌네!” “아이구 선생님... 하하하...” “반갑다!” “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순철이는 말썽꾸러기였다. 공부는 꼴찌를 맴돌았고, 보충수업은 매일 빼 먹고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담임이던 나는 그런 순철이를 찾으러 동네 당구장에도 가보고, 화면에 비가 주르르 내리는 오래된 영화관에도 갔다. 그러다가 할머니 같은 순철이 어머니를 만나고 늦둥이인 순철이가 어머니랑 단둘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철이는 공부보다는 당장의 생활고가 더 시급했고 그래서 그 당시에는 드물었던 아르바이트를 지속하며 생계를 이어 나갔던 것이다. 그런 순철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와서 카센타에 취직을 했고, 그날 부속품을 사러 갔다 오는 건널목에서 나를 본 것이다. 대학진학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지만 잘살고 있어 보여 위안이 되었다.

공부를 무척 잘하던 최고의 모범생 용범이는 서울로 대학을 가더니 머리를 물들이고 청바지를 찢어 입고 나타나서 우리를 놀래키고, 손가락이 안 보이게 타자를 잘 쳐서 경이롭게만 보이던 순미는 국회사무처에 타자수로 들어가서 서울 멋쟁이가 되었다. 

생활이 어려워서 울던 아이들, 공부가 안 되서 심각하던 아이들, 부모님 문제로 우울하던 아이들, 불같은 성질을 어찌 못해서 좌충우돌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커서 청춘이란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다들 제 몫을 해내며 살아간다. 시인 서정주님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과 여름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울부짖었다고 노래했다. 시인 릴케는 뜨거운 여름이 지나 열매를 얻음에 신께 감사했다. 우리 아이들은 청춘을 꽃피우기 위해 아프고 힘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래, 세상으로 나가! 청춘은 꽃피우라고 있는 것! 잘살고 있구나. 그래 잘 살아라! 너네들 한참 청춘이구나! 좋구나~   

대전유성중학교 교장

<연재를 시작하며>

어린 학생은 성장하면서 교육을 통해 기쁨과 아픔 그리고 공감과 성장을 그려낸다.

그 과정은 학생 자신은 물론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모두 감동이다.

교육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세상으로 가는 첫 경험이 된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의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4년, 그리고 대학교까지 18년의 긴 과정은 스스로 삶의 감동을 만들고 그 감동은 다시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삶 속에 투영되어 힘을 발휘하게 된다.

감동의 기억은 생을 이끌어가는 탄탄한 능력의 기반이 되지만, 때때로 힘들 때 회상하며 위로로 삼는 전설이 되고, 아픔을 치유하는 명약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교육은 인간의 성장과 함께하는 감동이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각각의 담론에서 우리가 일관되게 마주하는 것이 있다면, 감동이 있는 교육, 그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학교에서 지내 온 사람으로서 이만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행복한 기억이 가득하다. 그땐 울었지만 그 조차도 행복하게 회상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만들어내는 감동의 스토리는 그들의 감동이야기 이기도하고 또한 나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남은 기간 더욱 열정적으로 교육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내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본 지면을 통해 아이들이 감동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도 함께 나누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나누고, 또 대전교육을 사랑하는 교단 선배로서 미래사회를 향해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언도 마땅히 해야 할 것이다.

주어진 좋은 기회에 감사하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익어가는 대추 한 알처럼 정성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한다.

<필자 약력>

충남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사 / 박사
전 한남대학교 사범대학 교직과 겸임교수
전 한국교육개발원 교원양성기관 평가위원
전 대전외삼중학교, 대전갑천중학교 교장
현 대전유성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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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2021-05-29 14:16:51
학생때 좋은기억이 있던 선생님은 성인이 돼서 만나도 기억이 난니까요 아마 교장선생님께서는 좋은 선생님이셨나봅니다!

브론즈 2021-05-25 19:55:00
감동이 있는 교육. 그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하는 아이들!
감동을 주면 누구나 행복합니다
감동교육 멋지네요

소피아 2021-05-25 19:31:52
성인이 되어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 반갑게 인사한다는 건 그 시절 학생과 선생님에게 좋은 추억이었고 삶의 소중한 부분이었나봐요. 학창시절이 떠오르고 입가에 미소짓게 합니다